갈길 먼 보유세 개편 논의...조세저항·야당반발 등 '첩첩산중'
갈길 먼 보유세 개편 논의...조세저항·야당반발 등 '첩첩산중'
  • 박영환 기자
  • 승인 2018.04.25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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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둔화 이어지면 경기 부양론자들 목소리에 힘실릴 것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오전 청와대 세종실로 국무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이낙연(오른쪽) 국무총리, 임종석 비서실장과 이동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오전 청와대 세종실로 국무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이낙연(오른쪽) 국무총리, 임종석 비서실장과 이동하고 있다.

보유세 개편 문제를 논의할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위가 지난 9일 힘겨운 첫걸음을 내디뎠지만,  조세저항·야당의 반발·.부동산 경기 하강 등 풀어야할 숙제가 만만치 않아 험로가 예상된다.

 25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재정개혁특위는 지난 9일 첫 회의를 열고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를 위원장으로 선출한 데 이어 19일 다시 모여  특위가 다룰 주요 현안을 놓고 의견을 교환했다. 이날 모임은 아이디어를 내는 가벼운 회합의 성격이 강했고,  다음번 회의부터 보유세 현안 등을 놓고 심도 깊은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라고 특위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전했다.

  초미의 관심사는 진보정부가 추진하는 보유세 개편의 성패다.  문재인 정부가 용을 그리려다 뱀 꼬리를 그리는 데 그칠 지, 아니면 포효하는 호랑이를 화폭에 담아낼지가  관건이다. 관전포인트는 ▲고가의 1주택자도 보유세 부과 대상에 포함될 지▲보유세 과세 기준이 9억원에서 6억원으로 확대될지 ▲현행 0.156%수준인 실효세율(2015년 기준 한국)이 얼마나 오를지 등에 모아진다.

 일단 보유세 개편 논의를 주도할 면면은 막강하다는 평가다. 강병구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 들어 약진한 참여연대 출신으로 대표적인 보유세 인상론자다.  시장의 실패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세제(보유세)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강 위원장과 호흡할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에도 토지공개념에 공감하는 진보주의 성향의 정책 당사자들이 적지 않게 포진해 있다.

 하지만 '정의로운 사회'의 기치를 든 문재인 정부가 '보유세제’를  개편하기까지 이른바 ‘3중의 빗장’을 풀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야할 길이 멀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조세저항이 거셀 수 밖에 없고 ▲정부의 고강도 규제로 부동산 경기가 서서히 가라앉고 있는데다  ▲입법과정에서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야당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우선, 보유세는 소득의 일부를 헐어 내야하는 이른바 ‘장바구니 세금’이라는 점에서 조세저항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양도세 등 거래세가 집을 사고 팔며 차익이 발생할 때 부과되는 데 비해, 보유세는 재산세와 더불어 이른바 미실현 이익에 매년 부과돼 주택 보유자들에게는 부담이 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민심을 의식해야 하는 정부가 강하게 밀어붙이기 힘들다는 뜻이다.

 부동산 경기가 서서히 가라앉고 있는 점도 또 다른 부담거리다. 정부가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신DTI 적용 등 고강도 규제를 잇달아 쏟아내면서 서울 집값 상승세는 서서히 둔화되고 있다. 특히 강남 서초 송파 강동을 비롯한  강남4구는 이달 셋째주까지 2주연속 집값이 하락하는 등 흔들리고 있다. 낙폭도 0.01%에서 0.02%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이러한 기류는 뒷걸음치는 건설 경기 선행지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난 2월 주택준공물량이 큰 폭(28.1%)으로 증가한 가운데 착공물량은 32.1%줄었다. 다 지은 주택이 늘어났지만, 새로 지을 주택 물량은 감소하고 있다는 뜻이다. 주택인허가 건수도 같은 기간 12.5% 감소했다. 지난해 국내 총생산(GDP) 증가를 견인한 건설투자가 올해 둔화될 조짐을 보여준다.

 서울지역 집값 둔화는 역설적으로 경제관료 등 경기 부양론자들에게 힘을 실어줄 것으로 예상된다. 집값 하락을 방치하다가 건설투자가 줄고, 경제성장률도 정체되거나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는 뜻이다. 보유세 강화가 이러한 흐름에 기름을 부어 가뜩이나 성장잠재력이 떨어진 한국경제를 위축시킬 있다는 게 성장률을 중시하는 부양론자들의 대체적인 목소리이다.

【서울=뉴시스】강병구 재정개혁특위 위원장이 9일 서울 종로구 이마빌딩에서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2018.04.09. (사진=청와대 제공)photo@newsis.com

야당의 반발도 넘어야 할 또 다른 장벽이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 의원들은 보유세를 올려도 임대료 등에 전가돼 서민경제에 타격을 줄 뿐이라고 주장한다. 현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의 기치를 들고 최저임금을 올렸지만, 비정규직 임시직 등 사회적 약자에 타격을 주는 전철을 이번에도 밟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의 발언은 종부세가 별다른 실익도 없이 부자들을 벌주는 세금이라는 불신에 뿌리를 두고 있다.  현정부가 헌법 개정안에도 명시한 토지공개념을 강제할 사회주의 정책이라는 게 이들의 비판이다.

 이러한 '보유세 역풍'은 이 세제를 첫 도입한 참여정부 때도 거셌다. 당시 시·.군·.구청장 협의회가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도입에 반대 성명을 냈고, 이헌재 부총리를 필두로 한 재정경제부도 종부세 연기론을 요로를 통해 전달하는 등 보유세 개편에 반대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는 당정 협의과정에서 여당인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정부안이 과격하다며 난색을 보인바 있다.

 현 정부가 이러한 ‘3중고’를 뚫고 보유세를 얼마나 손볼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특위 내부에서도 기존의 세제를 매만지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비관적 관측도 벌써부터 고개를 든다.  대표적인 조지스트로 널리 알려진  전강수 대구카톨릭대 교수도 한 인터뷰에서 "위원 면면을 볼 때 부동산의 특성과 토지의 공공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개혁적 성향의 인물은 소수"라고 평가한 바 있다.

 보유세 개편의 성패는 이번에도 대통령의 국정운영 철학에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참여정부 때도 거세게 분출하던 종부세 연기론에 쐬기를 박은 주인공은 노무현 대통령이었다. 노 대통령은 2004년 8월11일 국민경제자문회의 첫 부동산 정책 회의에서 “지금 (종부세를) 연기하면 괜한 상상력을 자극해 많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거세지는 종부세 연기론에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은 '부동산은 끝났다'에서 "(종부세 도입) 기조를 안바꾼다"는 대통령의 메모를 공개한 바 있다.

 한편, 정부는 재정개혁특위 논의를 거쳐 오는 8월께 발표할 중장기 조세정책방향에서 부동산 과세체계 개편안을 확정한 뒤 이르면 9월 정기국회에서 입법절차를 밟는다는 계획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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