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비핵화' 문 열릴까…文·金 회담서 결론
'한반도 비핵화' 문 열릴까…文·金 회담서 결론
  • 김형섭 기자
  • 승인 2018.04.26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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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노동당위원장.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노동당위원장.

한반도의 운명을 가를 '2018 남북 정상회담'이 마침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완전한 비핵화'로 가는 문을 열 수 있을지 주목된다. 비핵화는 이번 정상회담 테이블에 오를 여러 의제 가운데서도 가장 핵심 의제로 꼽힌다. 한반도 평화의 최대 위협요소인 핵무기의 제거가 전제돼야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의미하는 '항구적 평화정착'이나 경제협력과 인도적 지원을 비롯한 '남북관계 발전' 같은 다른 의제에서도 진전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물론 '핵 없는 한반도'를 결정할 최종 담판은 5월 말이나 6월 초로 예상되는 북미 정상회담에서 이뤄진다. 하지만 비핵화로 가는 각론에서 북미 간 입장차가 적지 않은 만큼 이번 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얼마나 구체적이면서도 강도 높게 이끌어내 문서화하느냐가 중요한 상황이다.

  정상회담 뒤 채택될 합의문에 어느 정도 수준의 비핵화 합의가 명시될지는 하루 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첫 대좌를 통해 오롯이 결판날 전망이다.

  남북은 다른 의제의 경우 실무협의 등을 통해 합의문에 들어갈 문구를 대부분 조율했지만 비핵화만은 정상 간에 결정지을 몫으로 남겨뒀다.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을 맡고 있는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은 26일 남북 정상회담 사전 브리핑에서 "비핵화에 대한 명시적 합의가 있다 하더라도 이것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까지 정상 사이에 공감을 이룰 수 있을지도 참모들이 결정할 수 없는 대목"이라며 "결국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내일 정상 사이의 몫으로 고스란히 남겨져 있다"고 말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3월 우리 정부의 대북특사단을 접견한 자리에서 '체제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밝힌 바 있다. 남북 정상은 이를 출발선으로 삼아 비핵화 합의를 조율할 전망이다.

  임 실장은 "뚜렷한 비핵화 의지를 명문화할 수 있다면, 나아가 그것이 한반도에서의 완전한 비핵화를 의미한다는 것을 정확히 확인할 수 있다면 비핵화와 관련해 이번 회담은 매우 성공적일 것이라 생각한다"며 "그것이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길잡이 역할로 아주 훌륭하지 않을까 본다"고 말했다.

  남북은 지난 2000년과 2007년 정상회담 뒤 각각 '6·15 공동선언'과 '10·4 정상선언'이라는 합의문을 도출했지만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한 명시적 표현은 없었다. 2007년 10·4선언에서 6자회담의 약속을 장려하는 정도에만 그쳤다.

  만일 정상합의문에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명시한다면 향후 북미 정상회담에도 순풍이 부는 것은 물론, 문 대통령의 '3단계 평화협정 로드맵'에도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문 대통령이 구상하는 평화협정 로드맵은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정치적 의미의 종전을 선언하고 이어지는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합의를 이끌어 내며 남북미 3국 정상회담에서 평화협정을 체결하겠다는 것이다.

  결과를 낙관하긴 이르지만 일단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이전보다 진전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북한이 남북·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선제적으로 비핵화 대화 국면을 조성한 것은 타결 의지를 보인 것으로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양=뉴시스】전신 기자 =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인 임종석 비서실장이 26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 마련된 메인프레스센터에서 남북정상회담 일정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18.04.26. photo1006@newsis.com

   김 위원장은 지난 2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열어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중단하고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결정서를 채택했다. 기존 핵·경제 병진노선을 폐기하고 경제건설 총력 노선으로 전환하겠다는 뜻도 천명했다.

  북한이 결정서에서 직접 '비핵화'를 언급하지는 않은 만큼 사실상 '핵 보유국' 선언과 다름없다는 경계론도 있지만 핵 유예와 동결, 그리고 불능화 가능성까지 내비친 것은 비핵화로 가는 첫 단추를 꿴 것이란 긍정적 평가에 보다 힘이 실린다.

  문 대통령도 지난 23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의 성의 있는 조치로 높이 평가한다"며 "북한의 핵동결 조치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중대한 결정으로 남북,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청신호"라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완전한 비핵화로 가는 과정의 입구를 핵 '동결'로, 출구를 핵 '폐기'로 보고 있다. 문 대통령이 북한의 이번 조치를 핵동결로 정의내린 것은 현 상황을 완전한 비핵화의 길에 진입했다고 인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김 위원장의 육성을 통해 재확인될 비핵화 의지를 최대치로 끌어올려 정상 선언문에 담아내는 동시에 비핵화 방법론을 구체화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관건은 비핵화의 개념과 방식을 둘러싼 미국과 북한의 인식차를 얼마나 좁히느냐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 미국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고수하고 있으며 '선(先)비핵화, 후(後) 보상' 방식이 아니면 안 된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반면 북한은 한·미의 '동시적·단계적 조치'를 주장하고 있어 비핵화 단계별 보상을 요구할 공산이 크다.

  문 대통령이 지난 19일 언론사 사장단 오찬 간담회에서 "궁극적으로 북미 간 합의는 우리가 할 수 없는 것"이라며 "우리가 중간에서 북미 간 생각의 간극을 좁혀가고 양쪽이 다 수용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들을 모색해야 한다"고 토로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반도 운전자'를 강조하고 있는 문 대통령으로서는 남북뿐만 아니라 북미 정상회담까지 순항할 수 있도록 그 어느 때보다 정교한 핸들링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남북정상회담 프레스센터(고양)=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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