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27일 오전 비공개 회담에서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에 관한 대화를 진행했다. 특히 이들 대화 속에는 향후 남북 정상 간 교류가 정례화 될 것으로 보이는 발언도 등장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10시15분께부터 회담을 진행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 수석은 낮 12시15분께 판문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두 정상이 회담에서 나눈 대화 일부를 공개했다.
윤 수석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 기회를 소중히 해서 남북 사이에 상처가 치유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며 "분단선이 높지도 않은데 많은 사람이 밟고 지나다보면 없어지지 않겠나"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불과 200m 오면서 왜 이리 멀어보였을까, 왜 이리 어려웠을까 생각했다. 원래 평양에서 문 대통령을 만날 줄 알았는데 여기서 만난 것이 더 잘 됐다"며 북측 판문각에서 군사분계선(MDL)까지 걸어온 순간의 감정을 전했다.
김 위원장은 "대결의 상징인 장소에서 많은 사람들이 기대를 갖고 보고 있다"며 "오면서 보니 실향민들과 탈북자, 연평도 주민 등 언제 북한군 포격이 날아오지 않을까 불안해하던 분들도 오늘 우리 만남에 기대를 갖고 있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기대가 큰 만큼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큰 합의를 해놓고 실천하지 못했다"며 "오늘 만남도 제대로 되겠나라는 회의적 시각도 있다. 짧게 걸어오면서 정말 11년이나 걸렸나라고 생각했다. 굳은 의지로 함께 손잡고 가면 지금보다야 못해질 수 있겠나"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오늘의 주인공은 김 위원장과 나"라며 "과거의 실패를 거울삼아 잘할 것이다. 과거엔 정권 중간이나 말에 합의가 늦게 이뤄져 정권 바뀌면 실천이 이뤄지지 않았다. 제가 시작한 지 1년차다. 제 임기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달려온 속도를 유지했으면 좋겠다. 과거를 돌아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라고 답했다.
김 위원장은 "김여정 제1부부장이 부서에서 만리마 속도전이란 말을 만들었는데 남북통일의 속도로 삼아야겠다"고 반응했다. 그는 그러면서 "문 대통령을 제가 여기서 만나면 불편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친서와 특사를 통해 사전에 대화해보니 마음이 편하다. 서로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중요하다"고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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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문점=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오전 판문점 평화의 집 2층 회담장에서 남북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18.04.27. photo1006@newsis.com |
김 위원장의 발언에는 두 정상 간 교류 정례화 약속이 있었음을 암시하는 듯한 대화도 있었다.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을 향해 "이제 자주 만나자, 이제 마음 단단히 굳게 먹고 다시 원점으로 오는 일이 없어야겠다"며 "기대에 부응해 좋은 세상을 만들어보자. 앞으로 우리도 잘하겠다"고 말한 부분이다.
문 대통령 역시 이러한 김 위원장 발언에 "한반도의 문제는 우리가 주인이다. 그러면서도 세계와 함께 가는 우리 민족이 돼야 한다"며 "우리 힘으로 이끌고 주변국이 따라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반응했다.
두 정상은 백두산에 관한 대화를 나누며 추후 만남에 대한 계획을 논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향해 평화의 집 2층 환담장에 걸린 백두산 장백폭포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이 백두산에 대해 나보다 더 잘 아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전 백두산을 가본 적이 없다. 중국 쪽으로 백두산 가는 분이 많던데 전 북측을 통해 꼭 백두산에 가보고 싶다"고 했고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이 오면 걱정스러운 것이 우리 교통 때문에 불편드릴 것 같다"며 "우리도 준비해서 문 대통령이 오면 편히 올 수 있게 하겠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앞으로 북측과 철도가 연결되면 남북이 모두 고속철도를 이용할 수 있다. 이런 내용이 6·15, 10·4 합의문에 담겼는데 11년 세월 동안 실천하지 못했다. 남북관계가 완전히 달라져 그 맥이 끊어진 것이 한스럽다"며 "김 위원장의 큰 용단으로 11년 간 끊어졌던 혈맥이 오늘 다시 이어졌다고 말씀드린다"고 김 위원장을 추켜세웠다.
오전 회담을 마친 두 정상은 이날 오후 정주영 전 현대 회장이 소떼를 몰고 고향으로 방북했을 때 이용했던 판문점 소떼 길에 2018 남북 정상회담 기념식수를 심을 예정이다. 이후 두 정상만 진행하는 산책 등 오후 일정을 이어간다.
고양=뉴시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