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항해에 비유하기도 한다. 시시때때로 거친 파도가 밀려오고 곳곳에 암초가 널려있는 바다를 건너 풍파가 없고 푸른 풀밭 사이로 맑은 시내가 흐르며 땅에는 온갖 꽃들이 피어있고 나무에는 갖가지 과실이 달려있으며 하늘에서는 새들이 즐거이 노래하는 저편 언덕을 꿈꾸며 배를 저어 나아간다. 항해를 잘 하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목적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목적지가 없이 바다 위를 떠돌아다닐 수는 없는 것이다. 항해만 그런 것이 아니고, 작든 크든 어떤 일을 하려면 먼저 일의 목적을 분명히 해야 한다. 그래야 헛힘 쓰지 않고, 허송세월하지 않는다.
개혁파 교회의 신앙요리문답은 인생의 목적을 묻는 것으로 시작한다. “사람의 첫째 목적은 무엇인가?” 그 대답은 이러하다. “하나님을 바르게 알고 삶 전체를 바쳐 그분을 영화롭게 하며, 영원토록 그분을 즐거워하는 것이다.” 질문도 대답도 원론적이고 포괄적이다. 여기서 범주를 좀 좁혀서 질문해보자.
‘왜 교회에 다니는가?’ 대답은 죄와 사망으로부터 '구원'을 얻기 위함이다. 이 질문과 대답도 똑떨어지게 구체적인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고 막연한 것만도 아니다. 생각하기에 따라 막연할 수도 있고 구체적일 수도 있다.
기독교 신앙에서 '구원'은 지금 여기에서 펼쳐지는 것이지 현재의 우리 삶과 동떨어진 게 아니다. 다음 세상에나 이루어지는 게 결코 아니다. '구원'은 지금 여기에서 시작되고 우리들의 삶의 자리에서 이루어져 영원으로 이어진다. '구원'은 피상적인 게 아니다. 관념적인 게 아니다. 구체적으로 보이고 만져지는 것이다. 구원은 진리이신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온갖 굴레에서 벗어나는 것이다(요 8:32; 14:6). 대자유를 누리는 것이다. 이것을 달리 말하면 하나님 나라, 곧 성령 안에 있는 의(義)와 평강과 희락을 이루는 것이다(롬 14:17).
교회에 다니는 목적을 잊지 말아야 한다. 뜬구름 잡듯이 교회에 다닐 것도 아니고 엉뚱한 욕심을 이루기 위해 교회에 다닐 것도 아니다. 목적을 분명히 하고 교회에 다녀야 한다.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는 자유를 누려야 한다. 성령 안에서 바르게 살고, 평화를 이루며, 기뻐하고 즐거워해야 한다.
그러면 오늘 내가 살고 있는 자리, 내 삶의 현장에서 구원을 이루어 가는 ‘믿음’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1) '예수님은 사람의 몸을 입고 세상에 오신 하나님이시고, 나의 모든 죄를 대신 짊어지고 십자가에서 죽임을 당하셨고, 장사된 지 사흘째 되는 날 다시 살아나셨으며, 부활하신 다음 40일간 제자들과 함께 계시다가 승천하셨고, 세상 끝에 심판주로 다시 오실 것이다.'라고 믿고 고백하는 것이다.
(2) '하나님은 좋은 목자이셔서 나를 온갖 어둠의 세력에게서 지켜주시고 좋은 길로 이끌고 가신다. 그러므로 나는 어둠을 이기고 빛 가운데 나아갈 것이다.'라고 굳게 믿고 나아가는 것이다.
(3) '하나님이 역사를 이끌고 가시며, 결국에는 선(善)이 악(惡)을, 빛이 어둠을 이길 것이다.'라고 확신하며 사는 것이다.
이런 믿음으로 살 때 상황에 눌리지 않고 자유롭게 된다. 성령 안에서 바르게 살고, 평화를 이루며 살고, 기뻐하고 즐거워하게 된다. 하나님 나라를 이루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