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로슬라브 볼프, 그의 신학은 무엇인가?
미로슬라브 볼프, 그의 신학은 무엇인가?
  • 한숭홍 박사(장신대 명예교수)
  • 승인 2018.06.22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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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숭홍 박사(장신대 명예교수)
한숭홍 박사(장신대 명예교수)

미로슬라브 볼프(Miroslave Volf)는 1956년 크로아티아 오시예크 출신으로 현재 예일 대학 신학교수로 재직 중이다. 볼프는 제11회 언더우드 국제심포지엄(2018. 5. 27)에서 <번영의 삶>이란 주제의 좌담회(장신대 신옥수 교수 사회)를 통해 자의 신학 전반에 관해 조목조목 진술했다. 본 원고는 「크리스챤」 신문, 2018년 6월 9일 자 10면(특집)에 게재된 “번영의 삶(flourishing life)”에 대한 논평이다.

아래에서 그의 신학 형성 과정에 관해 몇 가지로 간추려 소개하려 한다.
1. 볼프의 신학은 마르크스의 철학에서 출발한다. 그는 몰트만 교수의 지도를 받으며 「노동의 미래와 미래의 노동: 칼 마르크스의 노동개념과 그의 신학적 가치」(1988)란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몰트만은 마르크스주의자 블로흐(E. Bloch)의 『희망의 원리(Prinzip Hoffnug)』의 영향을 받아 『희망의 신학(Theologie der Hoffnung)』의 기초를 세웠다. 마르크스의 “소외(Entfremdung)” 개념은 사회 하부구조를 지탱하고 있는 기민(基民)을 지칭하는데, 이것이 남미에서는 해방을 부르짖는 프롤레타리아로 한국에서는 “민중(民衆)” 개념으로 치환되어 신학의 새로운 운동으로 20세기 후반기를 이끌었다.

2. 볼프는 교회의 권위주의를 부정하며, 사회를 주도할 수 있는 동인은 교회 내에서의 평등주의와 개방성이라고 주장한다. 교회가 개인을 만드는 게 아니고 개인이 교회를 만든다는 발상의 시작이다. 이것의 위험성은 정통 기독교의 일신론을 다신론으로, 신앙절대주의를 신앙상대주의로 변혁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의 신학이 지향하는 궁극적 목표점은 종교 간의 대화다. 결과적으로 그는 기독교 신학을 종교 신학의 범주에 예속시킨 것이다.

3. “신학은 그리스도 안에서 발견되는 신학”이라고 볼프는 단정했다. 신학의 초점을 신론이나 성령론보다 기독론에 맞추겠다는 선언이다. 신학의 핵심(kerygma)이 예수 그리스도의 ‘삶 그 자체(Leben an sich)’인 데, 굳이 이런 주장을 할 필요가 있는지? 그는 모더니즘이나 포스트모더니즘을 지향하는 신학을 역설하다가 중세신학, 즉 스콜라신학에로 회귀하는 듯한 행태를 보이기도 한다.

4. 볼프는 다양한 용어와 개념을 끌어들이면서 자신의 신학에 관하여 설명했다. 하지만, ‘볼프의 신학은 무엇인가?’, ‘볼프의 신학을 일관되게 관통하고 있는 동인은 무엇이며, 방법론은 무엇인가?’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지는 못하였다. “말씀의 신학”(K. Barth). “상관관계의 신학”(P. Tillich), “비신화화 신학”(R. Bultmann), “희망의 신학”(J. Moltmann), “해방신학”, “과정신학” 등등 제 신학처럼 자신의 신학으로 지칭될 수 있는, 즉 ‘M. 볼프의 신학 = ○○ 신학’이라고 불려질 수 있는 신학의 정체성이 없다는 점이다. 그것은 그에게는 아직도 신학이 계속 변화되어가고 있다는 증거며, 정립 작업은 아직 진행형임을 의미한다. 그는 어떤 신학자인가?

5. 그는 교회의 개념과 공공성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하고 있다. 교회란 개인 상호 간의 관계에 의해 형성되는 사회성이며 집단의식의 결정체로 인식하고 있는데, 이것은 곧 교회의 “하나님의 전” 개념을 회중성의 집단의식으로 전락시킨 것이다. 1세기 전에 짐멜(G. Simmel)은 사회를 개인과 집단 간의 상호작용으로 규정한 바 있는데, 볼프는 ‘사회’를 ‘교회’로,  ‘상호작용’을 ‘사회성’으로 치환해서 자신의 독창적 개념인 듯 사용한 것 같다.

6. 이번 좌담회의 중심 화두인 “번영의 삶(flourishing life)”에 대하여 좀 더 구체적으로 지적해 보려 한다. 볼프는 ‘번영하는’, ‘무성한’ 등의 의미로 “flourishing”이란 개념을 사용했다. 그는 이 개념에 “의”, “평화”, “기쁨”이 함축되어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런데 역으로 생각해 보면 이미 인간은 그리스도의 강림으로 ‘의롭게 되었고’, “땅엔 평화”가 구원된 인간에게는 ‘기쁨이 충만된 것이다. “성취된 삶”, “충만된 삶”의 개념을 볼프는 그의 낱말로 표현했을 뿐이다. 이미 인간은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번영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flourishing life”란 개념을 삶의 철학자 베르그송(H. Bergson)은 “삶의 약동(elan vital)”[1907년 출판된 『창조적 진화(L'evolution creatrice)』에서]으로, 짐멜(G. Simmel)은 “삶보다 더 위대한 삶(das Mehr-als-Leben)”[Brucke und Tur]이라고 표현했으며, 틸리히는 “카이로스(Kairos)”[The Protestant Era; Systematic Theology, vol. 3]로 개념화했다. 엄밀한 의미에서 “번영의 삶”이란 볼프의 개념은 100년 이전에 이미 서양 철학에서는 지주 사용되던 개념이라는 점을 밝혀둔다.

맺는 말
첫째, 볼프의 신학은 삼위일체 신학이 아니고 그리스도중심주의 신학이다. 신론과 성령론이 약하다.
둘째, 볼프는 서양 철학에서 많은 것을 차용했으며, 철학적 용어를 신학적 개념으로 변환하여 자신의 용어로 사용했다. 철학적 신학자라면 누구나 바로 그의 신학의 계보와 경향을 파악할 수 있다.
셋째, 볼프의 신학에는 새 시대를 열어갈 수 있는 미래의 신학에 대한 구상이 빠져있다.
넷째, 그는 공공성을 신학에 도입하여 근래에 신학계에서 회자되고 있는 “공공신학(public theology)을 시도하고 있는데, 신학의 지평을 유행에 맞추어 따라감으로서 자신의 독창적인 신학을 창출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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