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와 영혼
재미와 영혼
  • 피러한(한억만)목사
  • 승인 2018.08.31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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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선 아직까지 재혼은 남에게 드러내는 일이 쉽지 않음에도 모 여배우는 재혼하는 과정을 드라마처럼 보여 주었다.  문득 나는 ‘이제 사생활까지도 돈이 되는 세상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순간부터 대한민국 예능은 유명인의 사생활로 도배를 하고 있다.  육아부터 결혼, 이혼 그리고 한 단계 더 나아가 불행한 개인적 채무나 졸혼까지 장르 상관치 않고 모든 삶이 여과 없이 공중파를 타고 있다.   물론 ‘미우새’에서 이상민은 수십억 빚을 갚기 위한 궁상스러움이 인기 요인이 되어 본인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교훈한 바가 컸다.  하지만 대중들은 유명인 들의 삶을 보면서 자신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공감과 함께 시작부터 자신과 다른 모습에 상실감도 동반된다.     

PD들은 시청자들이 인기인의 소소한 일상을 엿보고 싶어 하는 욕망을 잘 알기에 자신의 삶을 보여줄 사람들을 기막히게 찾아내 ‘리얼’이라는 명목 하에 상품을 만들고 있다.   하지만 쾌감 속의 공감대는 얼마 지나지 않아  허물어 질 수밖에 없다.  조금만 더 생각해 보면 방송에 나온 대부분 유명인 들이 사용하는 물품들은 상당히 고가라는 것을 알면서 서서히 괴리감을 느껴진다.  아이들이 가는 놀이학교가 월 100만원 이상 지불하는 곳이 많고, 거의 70억 빚을 불과 2년 만에 청산했다는 소식은 보통사람들에겐 별나라 같은 이야기다.  방송에 나오는 그들은 누가 뭐라 해도 상위 1% 안에 들어가는 급이 다른 사람들인데 일반인과 비교한다는 자체가 얼마나 부질없는 짓인가.     

이전에 예능(藝能)이란 재미있는 상황을 콩트로 연출하는 것이 전부였는데,  지금은 ‘리얼리티 쇼’가 되면서 두 마리 토끼를 잡으러 몸살을 앓고 있다.  ‘리얼리티 쇼’는 현실이라는 바탕 위에 재미가 추가되면서 인기만큼 출연자들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이런 외적인 변화보다는 ‘리얼리티 쇼’는 자연스럽게 관찰 예능이 대세를 이루면서 엿보기 성격으로 바뀌고 있다.   시청자들은 실제 상황이라고 생각하지만 알고 보면 연기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실이라는 바탕도 재미를 위한 소재일 뿐 실제상황을 가장하기에 ‘리얼리티 쇼’라고 자신 있게 타이틀을 건다.  출연자는 결국 다 예능인이 되 버렸다. 대본은 없지만 대본대로 움직이고 있는 현장 드라마일 뿐이다. 방송에서 보여주는 수많은 가상들은 끊임없이  실재라는 현실을 지금도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어느 덧 우리 삶에서 픽션과 논픽션, 실재와 가상 그리고 허구와 진실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있다.  이러한 세기말 징조들을 예견이라도 하듯,  ‘세상은 온통 원본 없는 가짜 복사 본으로 둘러싸여 있다.’고 보드리야르는 오래 전부터 경고했었다.  

작년 통계청에 의하면 청소년 중 게임 위험 수준 그룹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그들은 게임에 능할수록 온라인 인간관계에 익숙하다보니 현실에서 갈등해결능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어 싸워도 화해보다는 인간관계까지 끊어버린다.  성적이 저조해도 노력 자체를 포기해 버리면서 현실이 가상처럼 느껴지고  자신이 꿈꾸는 세계가 점점 더 진짜처럼 느껴지기 시작한다.  가상과 현실을 구분 못 하는 증세가 심할수록 온갖 진상 짓을 다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많은 게임 중독자들은 가상과 현실을 혼동해 리셋 증후군(reset syndrome)이  증가하고 있다.  힘든 일이나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나 인간관계까지도  ‘리셋(Reset)해 버리면 그만이지!’  하면서 하던 것을 포기하고 다시 시작하려는 사회부적응 현상이 생각지 못했던 파급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그들은 급기야 잘못된 과거까지 지워버릴 수  있다는  사고 영역이 생기면서 사회의 기본적 틀인 윤리영역까지 개념을 바꾸고 있으니  누가 어떻게 이런 일들을 대처 한단 말인가.     

물론 리셋이 왜 나쁘겠는가. 인간은 연약하여 실수하거나 힘들어 포기하고 싶을 때에 용기를 갖고 다시 새롭게 시작하는 의미로서의  리셋은 우리사회에서 꼭 필요하다.  하지만 인생은 컴퓨터처럼 컸다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리셋과는 전적으로 다르다. 때론 인간관계나 어떤 일 때문에 너무 부끄럽고  고통스러워 당장이라도 리셋하고 싶지만  그런 식으로 해결 할수록 인생의 소외감이나 갈등구조들은  근본적으로 감당할 길이 없다. 오히려 리셋증후군에 빠질수록 인생의 바탕이라 할 수 있는 인내심과 책임감 더 나아가 내일에 대한 꿈이나 비전은 결코 찾을 수가 없다.  리셋을 통해 ​일단 현실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리 마인드를 통해 당당히 현실로 들어가 하나 씩 대처해야만 유사한 일을 차후에 만나도 자기방식으로 개척해 나갈 수 있게 된다. 나는 지금도 난생 처음 관람했던 오페라 ‘파우스트’의 감동을 잊을 수가 없다. 

철학자 파우스트는 평생 연구했지만 ‘인생’조차 뭔지 모른 채 삶을 저주하고 있을 때 악마가 나타난다.  젊음을 돌려줄 때니 죽어서는 자신을 섬기라는 조건이었다.  그는 순식간에 멋쟁이로 변신하여 맘껏 사랑하고 탐닉을 일삼지만,  최후엔 그 영혼은 지옥으로 끌려가지만 자기가 버렸던 마르그리트 영혼은 하늘나라로 올라간다.   결국 파우스트는 재미를 위해 영혼을 판셈이었다.  ‘리얼리티 쇼’는 재미를 얻고자 삶 속에 실재를 포기하는 셈이다.  이것은 마치 보여 지는 현상을 영위하느라 영혼 없는 인격으로 살아가다가 파우스트처럼 영혼을 상실하게 만든다.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다른 말은 ‘아파도 청춘이다.’, ‘안 아파도 청춘이다.’  아파도 현실이 실재다. 오늘 내게 주어진 실재가 내 실체다.  이것을 외면한 채 내가 원하는 것만 취하려고 하면 내가 진정 가야할 길을 잃을 수 있다.  드라마처럼 인생은 재미와는 상관없이 무료하고 의미 없고, 때론 ‘이게 인생인가?’라는 질문이 쏟아진다.  그런 것이 인생이었다. 그런 아픔들이 내 영혼을 보석으로 만들어 마지막 날 나를 웃게 만듦을 똑똑히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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