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예람, 21세인데 프랑스에서 플루트 교수···어떻게?
박예람, 21세인데 프랑스에서 플루트 교수···어떻게?
  • 이재훈 기자
  • 승인 2018.09.07 11: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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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 클래스가 급하니, 제 맹장이 터졌다는 사실을 학생들에게 알리지 말아주세요."

프랑스에 살고있는 플루티스트 박예람(21)은 지난달 중순 마스터클래스 참가차 춘천으로 올 준비를 했다. 그런데 비행기를 타기 직전 배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당시 서울대 음대 학생이 그녀에게 레슨을 받기 위해 프랑스를 찾았는데, 박예람은 고통을 참고 학생을 가르쳤다. 춘천에 도착해서야 맹장이 터진 것을 알았다. 처음 찾은 병원은 규모가 작아 인근의 큰곳으로 가야 했다. "수술을 바로 받아야 한다"고 의사는 말했다.

박예람은 "약속이니까 마스터 클래스는 꼭 해야 한다"며 수술을 뒤로 밀었다. 팔에 바늘을 꽂은 채 콩쿠르 등을 앞둔 학생 위주로 만나 일부 마스터 클래스를 했다. "더 많은 학생들을 만나지 못해서 아쉬웠어요."

자신이 유럽 각급 콩쿠르에서 경험한 곡들을 골라 싣고 제작까지 한 CD를 만지작거리면서 박예람은 말했다. 팔은 시퍼렇게 멍이 들어 있었다.

갓 스무살을 넘겼지만 박예람은 플루트계에서는 이미 유명한 선생님이다. 10대 후반이었을 때부터 그녀에게 플루트를 가르쳐 달라는 20대들이 줄을 섰다.
 
게다가 박예람은 이달부터 프랑스 생모 국립음악원 교수로 강단에 선다. 지난 6월 다른 음악원 전현직 교수와 부교수 등 경험 있는 프랑스 실력자들을 포함해 60~70명이 지원했는데 박예람이 음악원 최연소 교수로 임용됐다.

1933년 설립된 생모음악원은 파리 근처 6개 시립음악원 중 전통과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음악, 무용, 연극 등 3개 분야에서 1200여 학생이 공부한다. 박예람의 모교이기도 하다. 그녀는 이 학교에서 석사과정 이상만 가르친다.

박예람은 "10년 전 처음 유학 생활을 시작한 모교 생모음악원에서 후배들을 가르치게 돼 너무나 기쁘다. 무한한 영광"이라며 "열심히 해 국위를 선양하고, 학교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다짐했다.

"한국 학생들은 색깔이 비슷해요. 마스터 클래스에서도 질문이 많지 않아요. 프랑스 학생들은 색깔이 제 각각이죠. 사람마다 색깔을 끄집어내고 싶어요. 한국에서도 마스터 클래스를 자주 열고 싶어요."

박예람은 어릴 때부터 신동으로 이름이 났다. 8세에 취미로 플루트를 불기 시작한 박예람은 9세 때 태국으로 가 독학으로 플루트를 익혔다. 클래식음악의 기반이 잘 닦여있지 않은 곳이었지만 그녀의 실력은 일취월장했고, 현지에서 리사이틀을 열기도 했다.
 
12세에 프랑스로 가 생모음악원, 파리음악원, 파리국립고등음악원(CNSM) 등을 나왔다. 막상스 라뤼 국제 플루트 콩쿠르 2위, 칼 닐슨 국제콩쿠르 3위, 크라쿠프 국제콩쿠르 2위 없는 3위 등을 차지했다. 지난해 프랑스 국립 아비뇽오케스트라 수석 입단해 주목받기도 했다. 파리국립고등음악원 DAI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한국에 학연, 지연이 없어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박예람은 유럽 무대에서 그간 한국의 클래식음악계가 열등감을 느끼던 목관악기 연주자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프랑스와 영국 플루트 잡지에서 앞 다퉈 그녀를 인터뷰하기도 했다.

플루트를 부는 기교로는 뒤질 게 없는 그녀는 요즘 연주에 자신의 색을 넣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눈을 반짝거렸다. "제 생각이나 마음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통로라 생각해요. 곡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도 중요하죠."

어림잡아도 박예람은 연주할 세월이 50년 넘게 남았다. 연주는 나이에 상관없다는 진리를 새삼 일깨우고 있는 그녀는 플루트 레퍼토리를 더 늘리고 싶다. 궁극적으로는 악기로 세상을 조금씩 바꿔나가려 한다.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출발한 '엘 시스테마' 운동을 떠올린다. 경제학자 겸 오르가니스트 안토니오 아브레우 박사가 빈민가 청소년에게 악기를 주고, 오케스트라 교육을 했다. 구스타보 두다멜 LA 필하모닉 음악감독이 엘 시스테마 출신이다.

박예람은 손에 든 플루트를 다시 꼭 쥐며 말했다. "음악은 세상을 바꿀 수 있어요. 제가 경험했으니까요."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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