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중하며 떡국을 먹었다
아랫목 구들장에 등을 붙였다
굉음 소리에 눈을 뜨니 역시 내 코가 한 짓
내 배꼽시계는 스워치 시계보다 정확한 게 때론 흠이다
배꼽을 달래는 건 순대 채워 넣는 단순노동뿐
세상살이도 이렇게 단순하면
토머스 모어1)의 꿈이 벌써 현실이 됐을 텐데
속세의 때를 어떻게 씻어 낼까
마음을 비워 공이 되란다
고해성사하여 죄 짐을 벗으란다
느닷없이 “나 같은 죄인 살리 신”2) 찬송이
뇌에서 청각을 거쳐 기억 회로를 통해 의식으로 살아난다
번개처럼 스쳐 가는 생각
마음을 비우고 공이 되면 그 자리엔 무엇이 채워질까
이 불경스러운 생각이 내 몸에 또 한 겹의 죄를 얹혔으리라
죄 하나를 더 얹혔다고 내 죄의 무게가 그만큼 무거워졌을까
죗값에도 에누리가 통한다는데
구원, 천국, 영생, 그리고 그걸 믿지만
나는 흙이 되면 그것으로,
살덩이 썩어 가스로 떠돌면 그것으로,
혹 화장되어 석회가루로 묻히면 그것으로,
내일의 나에게 연연하지 않으리라
천국을 보지는 못했지만 믿을 뿐이고
영생할 몸인지 알 순 없지만
전승되어 온 신앙을 따를 뿐이다
영생을 얻으려 믿는다면
그건 영생을 흥정거리로 속물화하는 짓
나는 믿음으로 이미 의롭게 되었다3)고 확신하기에
더 이상 영생에 연연하지 않는다
흙으로 돌아가는 것도 영생의 한 길이리
생체시계가 늦저녁의 때를 알린다
생체시계에 기름을 쳐야지
“내일 일은 난 몰라요 하루하루 살아요”4)
이렇게 또 하루가 명부(冥府)에 묻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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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Thomas More(1478-1535)의 『Utopia』
2) John Newton(1725-1807)의 찬송 시 「Amazing Grace」에서
3) 롬 5:1
4)「I Know Who Holds Tomorrow」 노랫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