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솔
한솔
  • 유양업(전선교사 시인 수필가 시조시인)
  • 승인 2019.02.28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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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싱가포르에서 선교사로 사역하고 있을 때였다
  밤 9시 30분경 전화벨이 울렸다.
  “선교사님, 기도 좀 강하게 해주세요. 우리 한솔이를 어떻게 하면 좋아요.”
  한솔 엄마 김혜영 집사의 애타는 간절한 울부짖음이었다.
  한솔 엄마는 이대 국문과를 나온 작가로서 팔방미인이었다. 다방면으로 활동하면서 베풀기 좋아하는데 모든 일 재백사하고 아들 간호하기에 전념을 기울이고 있다.  
  3살인 아들 한솔이는 예쁘고 귀여웠다. 다른 아이와는 달리 영특하고, 머리도 샤프하여 암기력도 대단했다.
  어느 날 감기 증상처럼 열도 나고 때에 따라 기운이 없어 보이고 코피도 나서 병원에 데리고 갔다.

진단 결과 급성 백혈병으로 뜻밖의 진단이 내려졌다. 급성백혈병은 골수에 백혈병 세포가 증식하여 골수의 공간을 차지하고 정상 조혈세포의 기능을 억제하므로 적혈구 감소에 따른 빈혈, 정상 백혈구 감소에 따른 감염 및 발열, 혈소판 감소에 따른 감염 및 출혈 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나는 가족 같이 손자처럼 사랑하는 아이라 청천벽력 같은 그 소리를 듣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두근거린 마음 갈피를 잡지 못하고 기도로 도왔다.
  백혈병이 일단 발병하면 생명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어, 한솔이는 병원에 입원을 하고 치료에 들어갔다.
  항암제를 투여하면 골수에 있는 백혈병 세포가 죽게 되고 동시에 정상 세포도 일시적 손상을 입게 되며 빈혈과 혈소판 감소가 되고, 감염 위험이 증가하게 된다고 했다. 한솔이는 어린아이인데도 부모님의 신앙을 따라서인지 믿음도 있어 기도하면서 항암치료도 잘 견디어 냈다. 머리도 다 빠지고 어린이 병원 복을 입고 침대 앞에 천정으로부터 내리 걸려 있는 TV를 누워서 보며 88올림픽 경기 상황을 그 어린아이가 낱낱이 기억하고, 우승자의 이름을 모두 암기하고 우리가 병원에 가면 경기 상황을 빠짐없이 알려 주었다. 때로는 병문안간 우리가 오히려 위로를 받고 오기도 했다.

제대혈 조혈모세포 이식술이 좋다는 정보를 접했다. 제대혈은 완치를 위한 유일한 치료법인데 적절한 골수 공여자가 있어야 가능하고 이식 자체가 갖고 있는 합병증들 때문에 사망률이 높은 단점을 갖고 있다. 원래 자기 것인 아기 태반이 보관되어 있으면 말할 것도 없이 좋다. 하지만, 한솔에게는 자기의 것이 없었다. 백혈구 항원성이 동일한 타인도 백혈구 향원성이 부분적으로 일치하면 좋고, 부모 형제 중에 항원성이 같은 가족이 있다면 동종골수이식 수술을 하는 것은 좋다고 했다.
  마음 착한 형 김한별은 지극히 동생을 사랑하여 도움이 된다면 무엇이든 주고 싶은 마음으로 동생 것과 일치되기를 원했다. 동종골수 검사를 했으나 부모님 것은 물론, 형의 것 역시 안타깝게도 한솔이와 맞지 않아 도움을 주지 못했다.  

서울 성모병원은 급성 백혈병 치료를 잘하여 생존율 세계 최고 수준이며 제대혈 조혈모세포 이식자 수천여 명을 치료했다는 정보도 들었다.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이 문제였지만 한솔의 부모는 비용 문제는 개의치 않고 아들 살리는 일에만 온 정성을 기울였다. 서울에 있는 성모병원과도 연락을 취해온 중에 몇 가지 조건 중 거의 한솔과 백혈구 항원성이 동일한 여아의 것으로 제대혈 수술을 할 수 있다는 연락이 왔다.
그래서 서울 성모병원에서 제대혈 이식 수술을 하느냐? 싱가포르 병원에서 계속 항암 치료를 받느냐? 취사선택의 기로에서 어느 쪽을 결정해야할지 결단을 못 내리고 애타는 갈등 속에서 한솔 엄마는 나에게 전화를 했던 것이다.

나는 전화를 받고 당황하여 가슴이 두근거리고 떨렸다. 어떻게 할 바를 나도 몰랐다. 그러나 강하게 기도 해달라고 하니 전능하신 하나님 앞에 두 무릎을 꿇고 이 다급한 상황을 아뢸 수밖에 없었다. “하나님, 저 어린 아들 한솔의 아픔을 주님께 의탁합니다. 긍휼히 여기시고 전능하신 치유의 능력을 한솔 아이에게 베풀어 주소서, 죽었던 나사로도 살리신 그 권능, 치유의 광선을 비추어서 사랑하는 어린 한솔, 백혈병 세포 병균을 뿌리째 뽑아주시고 건강한 세포로 바꿔주소서…. 지금 제대혈 조혈모세포 이식수술을 해야 하느냐? 이것은 합병증으로 사망률이 높다는데요. 이곳 싱가포르 병원에서 계속 항암 치료를 해야 하나요? 엄마의 피눈물 나는 절규의 외침이 계속 귓가에서 쟁쟁 울려오는데 하나님 어찌하면 좋아요, 어떻게 대답해야 합니까?”

기도 중에 급하면 떠오를까…. 그전에는 전혀 생각이 나지 않았던 한국 순천향 병원 종양내과 과장 전문의 박성규 의사 조카(조카 유경란, 남편 박성규) 사위가 갑자기 기도 중에 확 떠올랐다.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는다는 심정인지라 의논 해 볼 대상이 있다는 희망에 가슴이 뛰고 새 힘이 솟았다. 한국에 있는 조카사위에게 상담을 하기 위해 전화를 걸어 한솔의 상황을 자초지종 알렸다.

“그러세요, 제가 맡고 있는 과입니다. 나도 그런 수술을 수십 명 했습니다. 이미 성모병원과 연락이 오고 갔으니 그곳에서 제대혈 조혈모세포 이식을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물론 수술이란 장단점은 다 있습니다. 그러나 내가 이 상황에서 내 아들이라면 제대혈 수술을 하는 쪽을 선택하겠습니다.”
  나는 구세주를 만난 듯 희망의 한 가닥 불빛이 튀었다. 기쁨의 희열이 솟았다. 마음의 안정을 찾으려고 심호흡을 했다.
  “그러면 지금 늦은 밤이지만 한솔 엄마와 연결을 해줄 테니 통화 한번 해 줄 수 있겠는가?”
  “네, 당연히 그렇게 해야지요.”  

조카사위와 급히 전화를 끊고, 흥분된 떨린 손으로 쎌폰의 다이얼을 눌러 한솔 엄마에게 통화 내용을 간단히 말하고, 박성규 의사 전화번호를 알려 주면서 바로 상담하도록 했다. 한솔 엄마는 기뻐서 어쩔 줄 몰라 했다. 한 시간 후에 한솔 엄마에게서 다시 전화가 왔다.
  “한국 성모 병원 쪽으로 결정했어요. 병원에 연락하고, 내일 제일 일찍 한국 가는 비행기 표가 되면 그편으로 가겠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한솔이는 한국 서울 성모병원에서 제대혈 조혈모세포 이식 수술을 잘 마쳤고, 수술 후 결과도 좋고 회복도 잘 되어 가고 있다는 소식을 자주 전해 주었다.

“적혈구와 혈소판 수혈, 그리고 항생제 투여가 끝나고 골수에서 백혈병 세포가 사라져가고 있데요. 이제 정상 세포가 골수에서 살아나와 혈액소견이 정상으로 회복되어간다고 합니다. 이렇게 되면 이제 완전 관해에 이르게 된데요.
  “그, 완전 관해가 무엇인데요?”  
“환자가 발병했을 때에 가지고 있었던 증상은 사라져 가고 몸이 회복되어 정상으로 돌아옴을 느끼게 되는 거랍니다. 요즘 한솔이 몸은 거의 회복이 되어 며칠 후에 퇴원하려 합니다.”
한솔이가 정상으로 회복되었다니 얼마나 기뻤는지 하늘을 둥둥 나는 기분이었고 감사의 눈물이 나왔다. 한솔 엄마 역시 카랑카랑한 전화의 음성은 밝은 미소, 예쁜 얼굴의 표정이 그대로 장미꽃처럼 비춰왔다.

고대를 나와 현명하게 사업하는 아버지(김형오 안수집사)를 그대로 쏙 닮은 한솔이는 부모님의 극진한 정성어린 보살핌과 기도로 건강이 완전히 회복되어 초등학교, 중학교, 대학재학 중에 싱가포르 군대에 입대해서 군복무를 마치고 지금은 복학하여 대학생활을 즐겁게 하고 있단다.
  말없는 한솔 아빠는 얼마나 속이 타고 마음 아팠을까, 많이 힘겨웠을 텐데 내색도 않고 아들 치료비를 위한 경제적인 문제도 무척 컸지만, 도리어 퇴원할 때는 한솔 부모가 감사의 선물로 입원했던 병동의 침대를 모두 새 것으로 구입해서 넣어 주었다는 아름다운 후문이었다.
 
꿈둥이 시린 숨결 터널을 뛰어넘어
햇살에 현을 켜서 향기로 선율 담고
올곧은 뜨거운 열정 신비 담아 날은다.
         -졸 시조 <한솔>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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