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의 일도
이젠 어제 일처럼 아름답게 기억되누나
인생의 갈림목에서 제 길 찾아갈 때까지
우린 많은 것을 함께 나눴지
소학교에 같이 입학해 반짝이 되었고
전쟁 통엔 산 위의 천막 교실에서
가마니 바닥에 앉아 배움을 이어갔는데
이젠 이런 기억 속 아련한 그리움이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이누나
파도가 밀려와 모래를 적시면
거기에 발자국 찍곤 했던 여름 바닷가
태양도 뜨겁게 내리쬐어 행복했던 때
하지만 낙동강 전선이 무너지면...
안절부절 맘을 잡지 못하던 아저씨들
봉초 말아 피우며 연신 한숨만 내뱉던
저들의 얼굴도 이젠 추억 속에 아련하구나
서울로 환도한 첫겨울은 몹시 추웠지
우린 이불 뒤집어쓰고 남포등 아래서
빌려온 소설책을 돌려가며 읽기도 했고
중학교 땐 LP판 노래 따라부르며
먼 이상 세계로 나래 짓 하던 아득한 옛날
스페인 민요, 미국 민요도 그땐 많이 불렀는데
나는 하모니카를 불고 너는 노래를 부르고
어쨌든 둘이면서 하나같은 우리, 그러면서도
사랑에 관해서만은 서로 눈을 감고 귀를 막았지
그건 동물적 본능에 대한 불가침의 묵계?
저녁놀 붉은 하늘 보노라니
저 산마루 너머가 요단강인 듯
건널 때가 되어오니 뒤를 돌아보게 되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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