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의 7번국도 탄내만 진동…"악몽" 망연자실
낭만의 7번국도 탄내만 진동…"악몽" 망연자실
  • 이윤희 기자
  • 승인 2019.04.05 12: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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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고성군 토성면 봉포리에서 산불 피해로 집과 비닐하우스, 축사를 잃은 김명곤(70) 할아버지가 멍하니 앉아있다.
5일 고성군 토성면 봉포리에서 산불 피해로 집과 비닐하우스, 축사를 잃은 김명곤(70) 할아버지가 멍하니 앉아있다.

강원 고성군 토성면 봉포리. 이 곳은 부산에서 고성까지 이어지는, 국내 대표적인 드라이브 코스인 7번 국도를 타고 고성에서 속초 방면으로 가다보면 만날 수 있는 마을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답고 낭만적인 도로의 최북단에 위치한 이 곳은 지난 밤 발생한 대형 산불에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했다.

5일 오전 9시30분께 이 마을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들어온 것은 통째로 타 버린 4층 민박 건물과 형태만 간신히 남아 쓸쓸히 서 있는 자동차 1대였다.

산비탈 바로 앞에 위치한 2층집은 피해가 더욱 컸다. 창문은 모두 깨졌고, 집안팎을 가릴 것 없이 모두 다 탔다.

이 집 오른편에 있는 비닐하우스도 원래 모습을 잃고 앙상한 뼈대만을 드러내고 있었다. 과거 소를 키우는데 사용했던 집 앞 축사는 폐허가 된 채 계속 연기를 태워올리는 중이었다.

김명곤(70) 할아버지는 망연자실한듯 앉아 화마가 휩쓸고 간 흔적들을 말 없이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기자에게 "집이 다 타버렸어요. 그래서 이렇게 앉아있어요"라고 말했다. 지난 밤 산불을 피해 급히 대피하느라 소지품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나왔기에 답답함이 더 컸다.

김 할아버지는 산불 당시 상황을 묻자 "위에서 내려왔지. 앉아있다가 날벼락 맞아부렀어"라고 표현했다. 그리고는 "고추랑 다 심고, 내일 하려고 준비 다 해놨는데, 이앙기고 콩반이고 다 태웠어. 말을 못하겠어"라고 말했다.

바로 길 건너편 민박 건물의 피해도 적지 않았다. 방들 중에는 창문이 모두 깨진 곳도 있었고 그을음이 건물 전체를 뒤덮고 있었다. 당연히 물과 가스도 나오지 않는 상태다. 건물 앞에 채워진 자동차가 완전 연소된 모습이 을씨년스러움을 더했다.

출고일자 2019. 04. 05
【서울=뉴시스】이윤희 기자 = 5일 고성군 토성면 봉포리에서 산불 피해로 자동차가 타버린 모습. 2019.04.05

자신을 종업원으로 소개한 A씨는 "여기 상황은 보이는 대로예요.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요"라고 말했다.

홀랑 타버린 건물도 걱정이지만 투숙하던 이들의 거처도 문제다. 그는 "스물두개 객실에 스물한분이 계세요. 다른 집에 살게 해드려야하는데 어떻게 연결해야할지 문제네요"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도 "다 대피해서 사람은 안 다쳐서 다행이죠"라고 덧붙였다.

인근 아파트 공사 현장도 지난밤의 화마를 피해가지 못했다. 군데군데 그을음을 발견할 수 있었고 일부 장비들도 손상을 입은 모습이었다.

외관이 무사해 보이는 집도 강한 바람과 불길에 큰 손상을 입었다. 한 할머니가 살고있는 2층집은 비교적 멀쩡한 외관과 달리 집 안이 엉망이었다. 창문은 곳곳이 깨지고 베란다에는 지난밤의 불길이 그을음을 남기고 간 상태였다.

할머니는 "이거봐, 여기 다 탔잖아. 저기도 다 타고"를 연신 외쳤다. 하룻밤새 닥친 재난에 가슴에 멍울이 진 듯했다. 그리고 연신 "불조심하지, 누가 그랬어, 누가 그랬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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