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기행 2
영국기행 2
  • 유양업 (전선교사 시인 수필가 시조시인)
  • 승인 2019.04.30 14: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국의 이국땅에서 하룻밤을 지나고 새날이 밝았다. 마크 목사님은 우리에게 말했다. 여행 중 피곤할 테니 푹 쉬세요. 잠시 일보고 11시 30분경에 집에 오겠다며 밖으로 나갔다. 우리는 그 시간을 기다리며 있었으나 시간이 지나도 아무런 인기척이 없어 조금 늦을 수도 있겠지 하며 기다렸다. 1시 30분이 되어도 오지 않아서 걱정을 했다. 우리가 국제 고아가 되는 심정이었다.

그런데 1층에서 우리를 불렀다. 목사님 음성이었다. 2층에서 소리를 듣고 반가워  급히 내려갔다. 목사님은 식당에서 분주히 점심을 위한 음식 준비를 하고 있었다.    
  “목사님 오셨네요. 우리는 기다렸는데 언제 오셨어요?” “그래요. 11시에 집에 와서 제가 왔다는 sign을 주었는데요.” “그러셨어요, 우리는 듣지 못했어요, 혹 무슨 일이 생겼나 싶어 염려했지요.”  우리 세 사람은 서로의 둥그런 눈을 마주보며 함께 한바탕 웃었다. 사실 목사님은 11시에 집에 와서 우리에게 왔다는 sign을 줄 때 우리가 들었을 줄 알고, 정원 안에 있는 그의 사무실로 가서 일을 보다가 점심시간이 되어 식사 준비를 해놓고 불렀던 것이다.

거실 옆 정원 sun-room에 하얀 테이블보로 덮인 식탁 위에 토마토 습과, 예쁜 바구니 속에 빵과 치즈가 놓여 있고, 너른 접시 안에는 피자와 샐러드 딸기요깡이 맛깔 스럽게 소복이 담겨 있었다. 유리창을 반사하여 들어온 태양빛을 받은 선룸은 안방처럼 따뜻하고 밝았다. 주위에는 삼면이 화분들로 가지각색의 꽃들이 아름답고 탐스럽게 피어 있었다. 제나리움 꽃들이 더욱 빨갛게 피어 눈빛을 끌었고, 이름 모를 꽃들의 배경으로 황홀한 분위기에서 식사를 마쳤다. 설거지는 내가 하겠다고 했으나 목사님이 손수 씻으셨다. 따뜻한 물에 세제를 넣고 거품 속에서 그릇을 씻어 헹구지도 않고 그대로 올려놓았다. 나는 거들 다 말고 멈칫 하다가 물었다.
 

“목사님 맑은 물에 깨끗이 헹구어야 되지 않을까요?”
  “괜찮아요. 염려 없어요.”
하며 옆에 놓인 조금 전 사용했던 노란세제를 보여 주며 소독물이라고 했다. 그래도  나는 석연치 않아서 한참 바라만 보았다. 훌쩍 큰 키에 커다란 손은 날렵하게 움직여 순식간에 설거지를 마쳤다. 깨끗한 수건을 가져와 씻었던 그릇들을 하나하나 말끔하게 닦아서 찬장 안의 제자리에 모두 정리해 넣었다. 물은 석회가 많아서인지 깨끗이 씻어도 마르면 얼룩이 하얗게 남았다.
  목사님은 옥스퍼드 시내에서 주차가 불편해서인지 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로 시내버스를 이용했다. 우리에게도 일주일간 한정된 버스에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버스표를 30파운드를 주고 사도록 했다.
 

우리는 버스를 타고 목사님과 함께 옥스퍼드 시내 중심가에 있는 The Centre for Muslim-Christian Studies 건물에 갔다. 목사님과는 5시에 버스정류장에서 만나 함께 집에 가기로 하고, 우리는 그곳에서 강의를 들었다. 발표자는 옥스퍼드 대학에서 박사학위 과정에 있는 무슬림 신자의 발표였다. 그 내용을 다 이해할 수 없어서 원고를 달라고 했으나 앞으로 학술지에 발표한다면서 거절했다. 무슬림-크리스챤 연구센터는 진리를 추구하면서 객관적으로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단체였다. 그 단체는  기독교인들이 만든 단체이며 직원들도 크리스천들이었다.
  특별히 남편은 미국 OMSC에서 무슬림에 대한 협의회가 있었을 때 주강사가 IDA GLASER였는데, 이 단체의 전임 원장이었다. 그분은 방글라데시에서도 사역했던 분으로 무슬림에 대한 연구가 깊은 여성 학자였고 저서로는 <THINKING BIBLICALLY about ISLAM 이슬람에 대해 성경적으로 생각하기>이 있다. 남편은 마크 목사님을 통해 이 책을 구입해서 매우 기뻐했다, 한번이라도 만났던 분의 책을 입수한다는 것은 그만큼 친근감을 갖고 읽을 수 있기 때문이리라.

우리는 마켓을 둘러보며 한국음식을 대접 할 요량으로 필요한 물건들, 불고기용 소고기, 쌀, 양파, 파, 마늘, 간장 채소 등을 샀다. 약속한 장소에서 목사님을 만나 버스를 타고 집에 와서 한국음식 샐러드 김밥 불고기 등을 요리하여 대접했다.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마 7:12)는 것이 복이 있다는 말씀을 실감했다.
마크 목사님은 케임브리지에 있는 성공회 신학교를 졸업한 후 젊은 시절에 목회활동도 하였고 그 후 CMS(Church Mission Society(교회 선교 협회)에 오랫동안 근무해 오면서 부대표로 봉직하다가 지난해 정년(67세)이 되어 은퇴했다며 그때를 생각하는지 오른손을 들어 뒷머리를 매만지며 계속 말을 이었다.  

CMS는 1799년에 설립되었고 노예무역 철폐를 주장했고 국내적으로 억압된 사람들의 권리를 위해 투쟁했으며 또한 예수님을 세계와 함께 나누기 위하여 위험한 바다를 건너기도 했다고 하면서 성경을 찾아 읽어 주기도 했다.
  “여호와께서 내게 기름을 부어주셨으므로 주 여호와의 영이 내 위에 내리셨다. 이는 여호와께서 나를 보내셔서 가난한 자들에게 아름다운 소식을 전하게 하시려는 것이다. 또한 나를 보내셔서 마음이 상한 자들을 싸매어 주고, 또한 사로잡혀 간 자에게 자유를, 갇힌 자에게 석방을 선포하게 하시려는 것이다(이사야 61:1)”
  지금은 faith2share를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지요 하며 마시다가 둔 커피잔을 매만지며 계속 말을 이었다. 이 단체는 변화하는 세계에서 지구적인 제자들이 되는 운동인데 서로 간에 협력하여 주님의 일을 이루는 운동이란다.
  이러한 이력을 가진 마크 목사님은 매주 수요일 OXFORD CENTRE FOR MISSION STUDIES에서 자원 봉사를 하고 있었다. 이 단체는 선교에 대한 PhD 학위 과정을 제공하기도 하는 학교였다.

우리는 함께 그곳에 갔다. 묵직한 유럽풍의 넓은 건물 안에는 스태인드 글라스 유리창이 아름답게 빛을 반사하고, 여러가지 책들도 도서관처럼 많이 꽂혀있었다. 수난절이 시작되는 날이어서 ASH WEDNESDAY(재의 수요일) 행사로, 직원들과 방문자들과 함께 회개하며 주님의 십자가를 깊이 묵상하면서 경건하게 예배를 드렸다. 각자의 소개 시간도 갖었다. 나는 권유에 의하여 나운영 곡 시편 23편을 우리말로 불렀다. 반응이 좋았다. 여러 남성분들은 칭찬을 하며 악수를 청해왔고, 두 여성 직원은 기다렸다가 은혜를 받았다며 껴안아 주고 함께 사진을 찍자고 했다. 아프리카에서 온 PhD 과정에서 공부하는 목사님은 CD가 있으면 달라고 했으나 없어서 유감이었다. 모임이 끝나자 버밍햄에서 영국인 교회를 목회하고 있는 한국인 전귀천 목사님이 우리에게 와서 인사를 했다. 오랜만에 은혜로운 한국찬양을 듣게 되어 감사하다며 두 손을 마주잡았다. 전목사는 이 학교에서 PhD 학위를 받았고 수요일이면 차로 한 시간 걸려 이 학교에 와서 가르친다고 했다. 버밍햄은 무슬림 인구가 35%정도 된다고 했다. 영국법에는 1남 1녀 부부이지만 무슬림 제도에서는 한 남자가 네 사람의 부인까지 둘 수 있다고 했다. 영국법에는 남편 없는 부인과 자녀들도 영국의 사회보장 제도에 의하여 삶의 혜택을 충분히 누리고 있단다.
  남편은 전귀천 목사에게 물었다.

“영국이 EU에서 떨어져 나온 것이 잘 된 일인가요?”
  “그렇고 말구요. 잘된 일이지요. 유럽나라들은 교회가 쇠잔해 가고 있지만 영국은 그렇다고 볼 수는 없지요. 영국을 통하여 이스라엘까지 복음화 되면 예수님의 재림이 있겠지요.”
  다른 때에 남편은 이 문제의 질문을 마크 목사님에게도 물었을 때 대답은 달랐다.
  “EU에서 떨어져 나온 것은 잘못된 것이지요.”
  두 목사님의 대답은 정반대였다. 나는 어떤 문제에 대해 결론을 내릴 때는 신중해야 겠다 싶었다.
  우리는 마크 목사님이 출석하는 St James Church Cowley 교회에 보슬비를 맞으며 걸어서 갔다. 길가와 건물 주변에는 수선화와 목련, 개나리꽃 들이 활짝 피어 장관을 이루었다. 한국은 아직 꽃봉오리들이 머물고 만 있었는데, 영국은 이미 봄이 와 있었다.  

이 교회에서도 저녁에 사순절이 시작 되는 재의 수요일 예배였다. 예배 이전에 교인들은 토마토 케ㅤㅊㅑㅂ 국물에 핫도그와 감자와 파란 긴 콩줄기를 섞어 요리한 음식을 접시에 담아와 삼삼오오 모여서 간단한 저녁식사를 했다. 우리와 같은 식탁에 앉았던 역사 선생 출신인 나이든 할머니는 옥스퍼드에서 가장 아름다운 교회가 Christ Church Cathedral이니 우리에게 꼭 가보라고 해서 우리는 염두에 두었다.

식사가 끝난 후 옆자리에 앉아있는 본 교회 담임 목사님에게 남편은 나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시편 23편을 특송하도록 추천했다. 목사님은 쾌히 승낙했다. 재의 수요일 성대한 예배가 시작되기 전 나는 마음을 다하여 성곡을 불렀다. 사회를 보며 예배를 집례한 여자 부목사는 찬양이 매우 아름답고 은혜로웠다고 한참 동안 칭찬의 말을 했다. 성서는 세계가 하나로 시편 23편의 내용을 알고 있기 때문에, 언어는 비록 달라도 마음과 감정과 느낌은 하나로 통하는 것 같았다.

성공회 예배는 처음으로 참여했다. 남녀 두 부목사가 흰 드레스의 긴 예복에 자색 띠를 두르고 잘 준비 된 순서에 따라 진행했다. 의식 중에 교독순서가 많았고 성도들이 줄을 서서 앞으로 나가 이마에 십자가를 받으며 성만찬도 이어졌다. 담임 목사님의 간절하고도 진지한 설교 말씀도 이색적이었고, 아이들 순서 중 골리앗과 다윗을 내용으로한 성극역시 잘 준비 되어 인상 깊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종로구 김상옥로 17(연지동) 대호빌딩 신관 201-2호
  • 대표전화 : 02-3673-0123
  • 팩스 : 02-3673-0125
  • 청소년보호책임자 : 임종권
  • 명칭 : 크리스챤월드리뷰
  • 제호 : 크리스챤월드리뷰
  • 등록번호 : 서울 아 04832
  • 등록일 : 2017-11-11
  • 발행일 : 2017-05-01
  • 발행인 : 임종권
  • 편집인 : 임종권
  • 크리스챤월드리뷰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크리스챤월드리뷰.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