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人’ 자를 칠판에 써놓고
‘사람 둘이 머리를 맞대고 의지하고 있는 것’
이 말을 시작으로 인간론 대중 강연이 열렸다
강사의 입에선 침이 툭툭 튀었고
입술 가로는 허연 거품이 끼었다
나는 두 사람의 관계라면 사회 ‘인’이라고 해야지
아니면 사랑 ‘인’이라고 하든가
세상은 남자만 둘 있으면 쌈박질하기에 십상이니
머리를 붙이고 있다면
그 관계로 보아 떨어질 수 없는 사이
그렇다면 ‘인’ 자는 부부 ‘인’ 혹은...
아직 머리를 맞대고 잘 정도가 아니면
남녀 ‘인’이라고 하는 게 옳지 않겠냐는 생각
하지만 ‘子’ 자 성현의 가르침을 떠올리니
남녀 ‘인’은 좀 야하기도 하고 야사스럽기도 하고
그렇다면...
아니면...
어쨌든...
.
.
.
박수 소리에 내 공상은 꼬리를 잘렸다
“오늘 강연 어땠어요?”
“좋았습니다.”
입에 침이라도 바르고 말하지
들은 게 ‘인’ 자 쓰면서 풀이 시작한 1분
공상에 빠져 자리만 채웠는데
차가 기다린다며 서둘러 강연장을 빠져나왔다
저작권자 © 크리스챤월드리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