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임지 방문
새 임지 방문
  • 유양업(전 선교사 시인 수필가 시조시인)
  • 승인 2019.08.30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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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아들 문학배 목사가 몇 개월 전 새 임지인 Unity Church에 부임했다. 우리가 큰아들 문은배 목사 집에 방문하고 있는 동안에 저의 집에도 다녀가라며 비행기표를 이미 사서 형에게로 보내왔다. 우리는 5월 2일 출발하여 5일간 방문 할 목적으로 차타누가에서 오후 7시 국내 비행기로 디트로이트를 향했다. 1시간 30여 분 비행하여 8시 30분에 도착했다. 디트로이트 공항은 밖으로 나오기 까지 복잡하고 긴 거리였다. 아들과 만나기 위해서는 핸폰 wi-fi 연결을 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공항 직원의 도움으로 wi-fi를 연결하여 아들과 통화를 하고 약속한 장소에서 반갑게 만났다. 아들 차로 한 시간여 걸려 집에 도착했다. 기다리고 있던 며느리 손녀 손자가 급히 뛰어와 우리는 서로 꼭 껴안았다. 사랑스런 손주들은 훌쩍 커 있었다. 학교 적응도, 공부도 잘하며, 교인들로부터 사랑을 많이 받고 있단다.  다음날 저녁에는 아들교회 정신과 의사인 김재철 장로님 내외분의 초청으로 두 가족이 한인 식당에서 반갑게 초면 인사를 나누었다.

각자의 취미에 따라 음식을 주문했는데, 난 한국 음식이 무난하겠다 싶어 된장국을 주문했다. 우리 고유의 된장, 그 깊은 맛깔스런 국물이 속을 시원하게 해주었다. 엄마가 끓여 주었던 맛과 같아서 찡하게 엄마를 그리며 향수를 느꼈다. 우리는 첫 만남이었지만 융숭한 대접과 즐거운 담소를 나눈 친교 시간은 오랜 지기의 만남 같았다.  장로님 댁에서 자랐던 여조카의 아들이 중국 상해 국제학교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이 지역의 명문인 미쉬간 대학교를 다녔는데, 졸업식에 와서 우리와 함께 합류하게 되었다. 그 아들이 공부를 잘해서 3년 만에 대학을 졸업하고 지금은 의과대학에 지원했단다. 한국의 뛰어난 우수성을 보여준 그에게 나는 일부러 청하여 악수를 하고 손을 꼭 잡아 축하하며 격려해 주었다.   다음날 교인으로부터 며느리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새 쑥이 자라서 부모님 오셨다는데 쑥떡을 드리려고 만들었어요. 그런데 바빠서..."  "아, 그러세요, 그러면 제가 집사님 댁으로 가겠습니다."며느리는 바람도 쏘일 겸 우리도 함께 가자고 했다.   이곳 북쪽 디트로이트는 4월인데도 초봄처럼 도로변의 앙상한 나무들이 움트려고 꼬물거리고 튤립도 땅을 뚫고 파란 얼굴 내밀어 웃음 짓고 주위에 어린 새들이 풀을 쪼며 노닐고 있는 그곳에 햇살이 쭉 아름답게 비취었다..  그 집에 도착했다. 한지연 집사는 새파란 부추를 다듬다가 달려와 큰 눈을 반짝여 활짝 웃으며 우리를 반갑게 맞아 꼭 안아 주었다. 옆에 서있던 미국인 남편도 정원을 손질하다가 다가와 튼실한 체격에 큰 손으로 악수를 하며 반갑게 맞아 주었다.

“아안녕하세요. 바안갑습니다.”
한국말로 인사도 했다.
  아름다운 전망을 지닌 좋은 집이었다. 넒은 주방은 청결하게 정리되었고 거실 역시 삼면에 통유리로 깔끔하게 자리한 요소 요소에 한국의 전통 가구들이  놓여 있었고. 한쪽엔 반짝거린 검정 피아노에 악보 그려진 책이 펴 있었다.
  “집사님, 피아노 공부 하세요?
  “예, 피아노 배우고 있어요. 이제 내 나이 70이 넘었는데, 지금이라도 손주들이 집에 오면 피아노 치고 동요라도 함께하고 싶어서요.”
  그 의욕 또한 대단했다.
  사방으로 둘러싸인 정원에 아름드리 큰 트리나무가 줄지어 있고 아직 제 철을 만나지 못하여 그물로 덮여 있는 넓은 수영장도 나무 사이로 보였다.   갓나온 새 쑥을 뜯어 쌀가루와 찧어 만든 파란 칼라의 동글한 떡은 집사님의 정성과 사랑이 스며서인지 유달리 쫄깃쫄깃하고 쑥향은 더욱 향기로웠다.
  다듬었던 부추를 씻어 무우채를 넣고, 사과 쥬스, 마늘, 고춧가루, 설탕, 액젓, 통깨를 넣어 버무린 부추 겉저리 역시 감칠맛 나는 특유의 맛이었다. 음식 솜씨도 참 좋았다.   “우리 집 밥은 수돗물이 아닌 수질 좋은 지하수 약수를 사용해서 철 솥에다 밥을 짓기 때문에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특유한 밥입니다. 저녁에 맛보고 가세요.”

향이 있는 쌀과 찹쌀을 혼합하여 씻고 적당한 물을 부어 자기만의 노하우로 뚜껑을 열고 끓인 후에 뒤적여 다시 뚜껑을 닫고 뜸을 들인 향기 풍긴 밥은 정말 일미였다. 한국 친구들도 이 밥을 즐겨 자주 초대한다고 했다.  
  미국인 남편은 한국 마켓에 가면 부인이 좋아하겠다는 한국 음식들을 사와 냉장고에 가득 채워 놓은단다. 냉장고에서 내어온 여러 가지 김치, 코다리 조림, 홍어무침, 장아찌, 부추무침, 향미 나는 따뜻한 밥 등 짧은 시간에 잔치 상을 차려 놓았다. 생각지도 않았던 후한 대접을 받았다. 올 때는 쑥떡과 부추김치도 듬뿍 싸 주었다. 집사님의 따뜻한 관심과 배려와 사랑은 은은한 라일락 향이었다.

다음날 주일이 되어 교회에 갔다. 조용한 위치에 십자가 높이 세워진 교회당 건물은 운치도 있고 아름다웠다. 함께 식사할 수 있는 부대시설도 잘 갖추어졌고 아주 넓은 교회부지도 둘러 있었다. 모든 성도들도 반갑게 만났다.

예배 시간에 아들(문학배) 목사는 현지 교인을 위하여 먼저 영어로 설교하고, 그 내용을 한국인교인들을 위하여 한국말로 자유롭게 메시지를 선포했다. 손녀도 엄마 피아노 반주에 맞추어 바이올린 독주로 찬양을 은혜롭게 연주했고, 나도 순서에 따라 며느리 반주로 시편 23편을 특송했다. 주님의 피와 살을 기념하는 성찬식이 있었고, 축도를 맡은 남편 문목사는 유창한 영어로 위대한 미국인 아브라함 링컨과 마틴루터 킹 박사에 대해 잠간 언급한 후에 하나님을 위해, 인류를 위해, 위대한 꿈을 갖자고 말한 후 축도했다.
  예배를 마치고 점심 시간에 생일 당한 교우들 축하가 끝난 후 “지금도 기다릴까” 나의 시조화집을 교인들에게 선물로 주었다.  
  저녁에는 마취과 의사인 황수영 장로 내외의 초대로 중국식당에 갔다. 중국인이 경영하는 식당으로 오리 고기만을 전문으로 요리하는 식당이었다. 훈제로 된 오리 한 마리를 상 앞으로 가져와서 얇게 썰어 접시에 소복이 담아 주었다. 네모진 전병 위에 얄팍한 오리고기를 얹고, 달콤한 무체, 파체를 얹고, 그 위에 양념 쏘스를 뿌려 둘둘 말아서 먹는 것으로 오리 냄새가 전혀 없는 단백하고 상큼한 맛은 참으로 일미였다. 이 맛 때문에 손님들이 많이 찾는단다.

얘기를 하다 보니 황 장로는 서울 대광고 남편 문목사 후배여서 더욱 친근감을 갖었다.
  다음날 월요일에는 디트로이트 연합교회 손혜자 장로의 점심식사 초대로 한 시간여 드라이브 하여 서로 중간 지역, 약속 장소인 한국 식당에서 만났다. 손 장로는 광주 드맹 시누의 절친한 친구여서 매우 반가워하며 극진히 대접해 주었다. 30년 이상 미국에서 살아서 교회를 중심한 여러 가지 경험담을 들려 주었다.
  오는 길에 명문 미시간 대학(University of Mishigan)가를 둘러보았는데 남편은 법과 대학 앞에서 사진을 한컷 담았다. 이 대학은 미시간 지역이 미국의 정식 주로 승격되기 전인 1817년 미국 최초의 공립학교로 디트로이트에 세워졌다. 2014년 영국 대학 평가 기관 QS가 집계한 세계 대학 순위에서 23위를 차지했단다. 같은 해 미국 시사주간지가 발표한 전 미 종합대학 순위에서 29위에 올랐다. 총 26명의 로즈 장학생과 8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로즈 장학금은 1902년 세실로즈(Ceci Rhodes)에 의해 시작된 장학금 제도로 영국 옥퍼드 대학에서 공부하는 미국, 독일, 영 연방공화국 출신 학생들에게 주어진 것인데, 미국의 전 대통령 클린튼도 이 장학금으로 영국 옥스퍼드에서 공부했단다. 남편은 평소 유명 대학들을 방문하길 좋아하며 손주들이 이 대학에서 공부 할 수도 있을 것인데 미리 보아두면 좋을 것이라 했다.

5월 7일은 큰 아들이 있는 차타누가로 돌아가는 날이다. 며느리와 손주들과 석별의 정을 나누며, 6시경 아들 학배 목사의 운전으로 공항을 향해 갔다.  
  수속 중 보안 검색을 위해 서 있는 사람들의 줄이 상당히 길었다. 차례대로 검색을 받으니 많은 시간이 흘러 끝났다. 비행기 타는 게이트까지도 한참 멀어서 열심히 뛰었다. 8시 20분 비행기를 타기 위해 15번 korean Airline 게이트를 향해 달렸으나 이미 문은 닫혀 있었다. 우리가 약간 늦어 황당했다. 옆에 있는 카운터를 찾아 직원을 만났다. 여직원은 12시간 기다린 후 자리가 있을 경우 밤 8시 10분 비행기를 탈 수 있다고 했다.

다급한 것은 차타누가 비행장에 마중 나올 큰아들에게 우리의 사정을 알리는 일이었다. 내 핸폰으로 알리려고 했으나 wi-fi 연결이 되지 않아 통화를 할 수가 없었다. 안타까운 나머지 남편은 앞에 앉아 있는 미국인 신사에게 우리의 사정을 말한 후 그의 전화로 아들과 통화를 했다.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그분의 친절한 도움이 무척 고마웠다.  남편은 12시간이나 공항에서 기다려야하는 상황에 이같이 말했다. “차타누가에서 시간을 보내든, 이곳 디트로이트 공항에서 시간을 보내든 우리에게는 별 상관이 없소, 이곳을 도서관으로 삼고 독서하며 시간을 보냅시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다. 밤 비행기를 기다리면서 책을 읽다가, 졸다가 했다. 다행히 빈자리가 있어서 밤 8시 10분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비행 1시간 30분 걸려 차타누가 공항에 오니 마치 고향에 온 것 같았다. 마중 나온 아들과 함께 집에 와서 우리가 사용하는 넓은 방에 들어오니 평안한 마음이었다.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살전 5:16~18)는 말씀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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