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받는 어른
존경받는 어른
  • 피러한(한억만)목사
  • 승인 2019.09.30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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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노인대학에서 나는 이번 학기 주제를 ‘존경받는 노인 되기’로 정하였다.  그동안 인문학 단골메뉴는 웰빙이나 힐빙 그리고 건강, 행복에 관한 이야기를 해 왔는데, 이번에는 좀 더 현실적인 문제를 다루고 싶었다. 우리나라 고령화 속도는 세계 최고다. 노인 비율 7%에서 21%가 되는데 프랑스는 157년이 지났는데 우린 불과 27년 밖에 안 걸렸다.  지금 같은 식으론 2050년이 되면 노인 비율 1위는 일본이요 2위는 대한민국이 될 것이 뻔하다. 더 우울한 뉴스는 노인 빈곤비율은 OECD국 중 유일하게 45%를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고령화 사회 민낯으로 노인 혐오. 학대, 고독사 등은 이제 일상이 되 버렸다.     

나는 자료를 준비하느라 노인관련 어떤 프로그램들을 보았다.  장수하면 행복할 줄 알았던 착각에서 벗어나 이제 늙은 신인류가 된 노인들은  빈곤율 1위와 자살률 1위라는 현실 속에서 삶과 죽음을 동시에 느끼면서도  마지막까지 지키고자하는 욕구와 본능 그리고 사랑의 감정들을 과학적인  분석을 통해 소개하고 있었다. 나는 그 다큐 프로그램을 보면서 지혜롭고  현명한 노인이 되기 위한 방법이 무엇인지 그리고  노년을 떠나 의미 있는 인생이 되기 위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무기력, 무배려, 의존적, 우울 등 노인에 대한 첫 이미지는 늘 이런 식이다.  그들의 잠재력보다는 생산성 측면에서만 바라본다면 노인을 사회적 장애로 여기는 것이 당연할지 모르겠다.  문제는  이런 사회적 평가보다는 노인 스스로에 대한 나쁜 평가다.  전문가들은 노화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인 사람일수록 실제 건강과 인생이  더 끔찍한 쪽으로 변한다고 강조한다.   사람은 누구나 노인이 된다.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면 즐기라고  부정적인 생각을 버리고 노인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언가를 생각해 본다면 웰에이징(well-aging) 주인공이 될 수 있다.  그것은 100세 시대를 맞아 단순한 장수가 아닌 사람답게 잘 늙어가므로 아름답게 생을 마무리한다는 의미다.     

자본주의에서는 무엇보다도 돈 관리가 중요하기에 <재테크>가 생겼고,  그 돈보다 시간 관리는 더 중요하기에 <시테크>가 나타났다.  물론 돈과 시간도 필요하다. 문제는 그것을 사용하는 인생관이 우선되어야 하기에 <생테크>가 나온 것이다.  하지만 나이 들수록 친구관리는 이 모든 것보다 더 앞 서야 하기에 <우테크>라는 신조어가 생겨난 것이다.   노인의 삼중고는 무의미, 지루함, 가난이라고 했다. 이런 삼중고에 대해 83%가 TV시청으로 버틴다.  늘그막에 가난이야 어쩔 수 없다 해도 무의미와 지루함은 외로움과 고독으로 연결되기에 노년의 친구는 연금만큼 중요한 자원이 된다.  친구나 좋은 이웃이 있으면 최소한 고독사는 피할 수가 있기에 ‘재테크’, ‘시테크’보다 ‘우테크’가 당연히 더 중요한 것이다.     

어느 단체가 독거노인에게 사회관계 활성화 프로그램을 제공하자 시행 전보다 고독감이 21%, 우울감과 자살생각이 40%나 떨어졌다고 보고했다. 이만큼 노인에게 이웃의 존재는 젊을 때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필수불가결하다.   친구란 서로를 아끼고 배려하고 뒤에서 험담하지 않고 상대의 성공에 질투하지 않고 우정을 담보로  보상을 바라지 않는다. 친구란 일방통행하지 않고 모든 것에서 나누고 섬기고 존경한다.  이런 과정 속에 친구는 그냥 이루어진 관계가 아니기에  노년의 친구와 이웃은 인생의 내신 성적과도 같다고 할 수 있다.     

노년이 되어 좋은 이웃을 만나는 일은 큰 축복이지만 그 이전에 내 자신이  좋은 사람이 되어야만 주변에 또한 그럼 이웃을 만날 수 있다.  ‘노인’은 인생 전,후반을 마치고 연장전에 들어가 있기에 내 주변사람들은 내 능력과 한계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노인이 되면 삶의 마무리 단계로 정리하며 여유를 갖는 시간이지 무언가를 만드는 때가 아니다.   더 이상 ‘꼰대’소리 들으면 안 된다. 그런 못난 짓은 순간 짜릿할지 몰라도 사람들이 떨어져 나가는 아픔은 본인 몫이다.  이것을 진정으로 터득했다면 60부터는 아는 것도 모르는 척, 있어도 없는 척, 가르치려 들지 말고 오히려 배우려고 해야 한다.  대접받기 보다는 기회 되는대로 섬기고 누구라도 인격적으로 대해야 진짜 노인이 될 수 있다.  지금은 나이 먹고 머리가 희다고 노인이 아니다. 하루라도 더 살았다면 더 용납하고 덕(德)이 있어야만 존경받고 노후가 풍성한 법이다.     

덕이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내게 주어진 시간의 의미를 알고 가치를 알아야만 만들어진다. 존재의미란 내게 남은 시간 모두는 마지막 순간을 준비하는 일에 있다.   유럽 어느 성당 밑 유골들 앞에 써 놓은 글귀를 난 잊을 수가 없다.  ‘그들도 한 때 당신과 같았으며, 언젠가 당신도 그들처럼 될 것이다.’ 인생의 존재이유란 이렇듯 인생의 한계점을 깨달았다면 생의 종착점에 맞추어 사는 일이다.   생의 마지막 과제, 죽음이 두렵지 않게 하기위해서 하루하루 삶의 의미와 가치를 이웃에게 나누어야만 한다.  올해 100세인 김형석 노교수 말대로 ‘이렇게 살면 된다!’는 삶의 모범을 보여 주어야 한다.     

그는 ‘밀알’로 예를 들었다.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  그렇다. 노인이 되어서도 손해 안보고  안 썩으면 죽을 때 눈 감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생의 종점을 아는 자는 나이 불문하고 손해보고 양보하고 썩을 줄 안다.   나도 그처럼 ‘나처럼 살면 된다!’고 말하고 싶다. 아니 반드시 그런 삶을 살아야 한다.  후에 눈을 감을 때, ‘나는 행복했소!  여러분도 행복하게 사시라!!’  이 고백이 내 평생소원이요 마지막 내 버킷 리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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