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는 한국교회에 외치고 싶지 않습니다(1)
40대는 한국교회에 외치고 싶지 않습니다(1)
  • 이창현 국장(한반도평화연구원 사무국장, 이음과배움 대표)
  • 승인 2019.09.30 1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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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복음주의협의회 9월 발제문

1990년대에 멈춘 한국교회

 

지난 20년간 한국사회 내 엄청난 변화가 있었음에도, 교회는 1990년대 이후 바뀐 것이 없어 보인다. 다음세대, 선교, 해외 유명학자 초청, 한국교회의 미래 등 늘 비슷한 주제로 대형 컨퍼런스는 달력행사처럼 돌아온다. 학생들의 교육환경은 나날이 변해감에도 주일학교 침체와 붕괴 우려만 나올 뿐 8,90년대 스타일 집체식 수련회 외에 딱히 대안은 보이지 않는다. 명망있는 담임목사 1인의 능력으로 교회 전체를 평가하고, 이 담임목사에게 모든 것을 의존하는 교회구조는 더 심화되고 있다. 대형교회 성장전략, 개척교회의 몰락, 고령화 추세 속에 젊은 세대가 배제된다는 우려, 신학교가 배출하는 목회자가 많다는 지적, 문화 사역을 한다고 하지만 대중문화의 변화 속도를 여전히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 등 1990년대나 지금 2019년이나 한국교회의 상황은 비슷해 보인다.

40대의 입장에서 굳이 1990년대를 꺼내 드는 이유는 한국교회가 (외형적) 최고점(最高點)에 있었던 이 시기에 20대를 보냈기 때문이다. 현 40대는 N97세대로 70년대에 태어났고, 80년대 한국사회 고도성장기에 학창시절을 보냈으며, 90년대 학번으로 대학에 입학한 세대다. 한국교회의 현 체제가 확립되고 외형적 부흥의 열매를 보이고 있을 때, 우리는 10대, 20대를 보냈다. 체계가 잡힌 유년주일학교를 거치고, 청소년 시절 CCM을 듣고 수련회와 문학의 밤을 통해 신앙을 키웠고, CCC, IVF, YWAM 등의 학생선교단체가 양적 최전성기를 누리던 시절에 대학을 다녔다.

때문에 정체 혹은 하락세에 있는 한국교회를 보는 40대의 시선은 복잡하다. 한국교회 최전성기시절을 보내며 계속하여 교회는 전진할 줄 알았고, 우리는 사회 속에서 빛과 소금으로 더 역할을 하리라 생각했는데, 현실은 뒷걸음질을 거듭하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가 우러러보았던 많은 목회자들이 몰락하고, 자랑스럽게 여겼던 여러 대표적 교회가 그 역할을 스스로 상실하는 것을 보며 자괴감에 빠진다. 교회가 1990년대에서 멈추어버린 것 같다.

한국교회와 40대의 간극 : ‘40대는 한국교회에 외치고 싶지 않습니다.’ 90년대에 멈춘 한국교회는 40대의 현실 앞에서 간극을 보인다. 예를 들어보자. 교회는 지역에 기반하여 매년 태신자 초청주일 같은 행사를 연다. 분명 좋은 행사이고, 교회가 해야 하는 일이다. 그런데 2년 전세 때문에 이사를 반복하거나 아예 경기도 외곽으로 떠밀린 40대의 입장에서는 지역에만 기반한 목회가 다소 아쉽다. 연간 20조 안팎의 사교육비가 지출되는 현실에서 40대에게 자녀교육은 굉장히 중요한 이슈인데 교회는 자녀교육과 관련한 획기적인 예산편성이나 구조변동에 발걸음이 더디다. 2018 KOSIS 통계청, 초·중·고사교육비조사에 따르면 사교육비 지출 금액은 19조 4,852억원.

공공부문은 인터넷으로 투명하게 행정공개를 하고 있고, 회사에서는 명확한 지출기준을 가지고 세세한 재정보고를 해야 하는데 교회는 여전히 주먹구구식 회계보고의 모습을 보인다. 인터넷 댓글, SNS를 통한 자유로운 의사개진이 일상이 되어 있는 40대의 눈에 교회는 공론의 장이 부족하고, 수평적 발언이 금기시되는 곳이다. 특히 40대는 한국사회의 최신 변화에 민감하고 이에 대한 교회의 해답 또는 공동체적 고민을 기대한다. 40대에게 재테크, 부동산 폭등, 비정규직, 이혼, 자녀의 교육격차, 남북통일, 복지문제는 일상에서 부딪히는 현실의 문제다. 그러나 교회 안에서 이 문제는 언급자체가 금기시되거나 설교시간에 단편적이고 일방적인 의견에만 머무는 경향이 있다. 삶의 한복판의 문제가 교회에서 괴리되는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40대는 한국교회에 외치고 싶지 않다. 40대가 보기에 한국 교회는 우리의 일상과 동떨어져있거나 세상 속에 감당하는 영역이 너무 제한적이다. 한국교회는 2040 세대가 처한 현실에 대해 어떤 관심이 있는가? 또한 내 의견이 교회에 받아들여질까 의문도 든다. 이미 교회는 단단해진 구조를 가지고 있다. 리더십은 고령화되었고, 그 기준에 맞추어 눈도장을 찍어야 안수집사가 되고, 장로, 권사가 된다. 우리 부모님 세대는 스스로 교회를 세워가며 직분을 받는 것이 영광이었지만 우리세대는 이미 구조화된 교회 속에 나를 끼워 맞추는 것 같아 주저하게 된다. 게다가 40대는 근본적으로 한국교회가 우리가 처한 현실을 돌파할 능력이 있는 것인지 의문을 가진다. 내 인생을 걸만큼 교회는 진짜 능력을 가지고 있는가? 이런 주저함 속에 40대는 점점 한국교회에 외치는 것을 꺼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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