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의 외침 : 이웃을 잃어버리는 교회 - 한국교회의 예언자적 역할에 대한 반성(2)
20대의 외침 : 이웃을 잃어버리는 교회 - 한국교회의 예언자적 역할에 대한 반성(2)
  • 이다현 자매 (동덕여자대학교 조교)
  • 승인 2019.09.30 2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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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복음주의협의회 9월 발제문

두 번째 주제로, 한국 교회에 바라는 점을 말씀드리겠습니다.
교회가 현재와 함께 호흡하는 감각을 잃어버린다면, 기존의 청년들 뿐 아니라 우리의 이웃까지도 잃어버리게 될 것입니다. 사랑할 이웃이 없는 그리스도인은 상상할 수 없습니다. 제가 배운 그리스도인이란 이웃을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예수님은 나 자신을 사랑함과 같이 이웃을 사랑하라 하셨습니다. 저는 이 말씀이, 우리가 우리 교회와 교인들을 사랑함과 같이 세상을 사랑하라는 말씀으로 들립니다. 하나님을 사랑한다 말하고는 나 자신만을 사랑하는 것이 기만적이듯이, 하나님을 사랑한다 하면서 이웃에게 관심이 없는 것 또한 기만적입니다.

먼저 사랑받은 자들은 세상을 사랑하기 위해 애써야 합니다. 그리고 사랑하기 위해서는 그 상대가 누구인지 알아야 합니다. 어떤 문제를 안고 있고, 그것이 왜 그들에게 문제이며, 우리도 왜 그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지도 알아야 합니다. 쏟아지는 온갖 사회문제에 무관심한 채, 우리끼리 이 성곽 안에서 행복하면 그만일까요? 개인적 신앙과 내적인 문제에만 천착한 채로 예언자적 목소리를 잃어버리고, 이웃을 잃어버린 한국교회에는 죄가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한국교회는 사랑할 이웃을 몽땅 잃어버린 채, 고독한 성이 되어 성곽 안에서 자기들끼리 먹고 마시고 즐기는 우스꽝스러운 집단이 될 것입니다. 아무도 복음을 궁금해 하지 않을 것이고, 아무도 우리의 선포를 믿지 않게 될 것입니다.

교회는 사회가 논의를 진전시켜나간 주제들 중 어떤 것에도 일반적 수준에 미치지 못합니다. 교회 내에서는 더 많은 논의들이 이뤄져야 합니다. 사회적 쟁점들에 관한 논의 중 몇은 이제 시작 단계에 있으며, 상당수는 퇴보한 상태에 있기도 합니다. 이미 사회적 약자인 성소수자들에 대해 당당히 혐오감정을 밝히는 교회, 피해 받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지워지는 교회, 난민과 탈북민에 폐쇄적인 교회 등 정치적 보수 집단이 싫어하는 것은 그대로 함께 싫어하는 교회가 지금의 한국교회인 것처럼 보입니다. 교회 내에는 더 많은 약자들의 자리가 마련되어야 하고, 더 자유로운 공론장이 필요하며, 더 평등한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종교개혁 이후 성직자들은 신적 위치에서 내려왔지만, 오늘날 크고 힘 있는 교회의 목회자들은 여전히 신적 대우를 받습니다. 성도들은 평신도라는 이름에 갇혀 교회의 각종 중요 결정사항에 의견을 보태지 못합니다. 교회가 목회자 중심으로 시스템을 구동한 결과, 교회 내부에는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에 동의하며 사회 문제에는 무관심한 사람들만 남아있습니다.

예수님은 가난한 마을에서 태어나 초라한 행색으로 여러 마을을 다니며 아프고 소외된 자들을 만나셨습니다. 우리는 이 사실을 너무나 잘 압니다. 예수님이 어둠 안에 있던 우리를 어떻게 찾아오셨는지도 너무나 잘 기억합니다. 만약 예수님이 자신의 울타리 밖을 나서지 않은 채, 제자들에게 땅 끝까지 가라고 명령하지 않은 채 그저 예수님을 따르는 이들 속에서 그 칭송받음에 만족하며 우는 자들의 곁에 직접 가지 않으셨다면 어땠을까요? 우리는 예수님을 더욱 닮아가기 위해 이 땅의 아픔에 귀 기울이고, 이웃을 알기 위해 애써야 합니다. 교회가 강자를 대변하고 개인의 복을 구하는 곳이 아닌, 고통 받는 자들과 함께 울며 세상 속에서 예언자적 역할을 수행하는 곳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씀입니다. 우리는 늘 말을 하고 글을 씁니다. 특히나 하나님의 성전에서 설교를 통해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직책을 수행하고 계시는 목회자님들은 말하고 글쓰기의 빈도와 밀도가 더 높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언제든 적절히 지혜로운 대답을 내놓아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으실 것 같습니다. 저는 평범한 청년 그리스도인 중 한 사람으로서, 청년들을 사랑으로 품기 위해 노력하시는 수많은 사역자님들을 봐왔습니다. 그분들의 기도와 포용으로 저는 하나님의 사랑을 배웠습니다. 진로에 대해 고민할 때, 가족 전도로 아파할 때, 교회가 세상으로부터 멀어지는 것 같을 때, 저는 저의 고통과 함께 울어주시는 좋은 사역자분들을 만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 나아가는 겸손한 자세를 보고 배웠습니다. 하지만 지난주, 저는 마음이 많이 괴로웠습니다. 이 발제가 혹여나 공허한 외침이 될까 두려웠습니다.

저 또한 이 발제를 통해 제가 생각하는 옳은 방향을 말씀드렸지만, 좋은 말과 좋은 글은 그 사람을 대변하지 못합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발제하며 저는 두렵고 떨립니다. 어쩌면 제 발제는 그저 20대의 의견이라는 취급을 받을 수라도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매주, 또는 매 만남마다 옳은 말과 바른 선포를 해나가시는 목회자님들께서 부디 말과 삶이 일치하는 삶을 살게 되시기를, 그래서 하나님의 말씀을 대변하고 성도들을 바른 길로 이끌어야 하는 사명이 하나님 앞에서도 진정 옳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이상 부족한 발제를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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