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이 진실을 압도하는 사회
거짓이 진실을 압도하는 사회
  • 한승진목사(황등중학교 교목)
  • 승인 2019.12.05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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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진목사(황등중학교 교목)
한승진목사(황등중학교 교목)

2016년 옥스퍼드 사전은 세계의 단어로 ‘탈(脫)진실’을 선정하며 탈진실화가 국지적 현상이 아닌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시대의 특성이라고 진단했습니다. 탈진실의 시대가 시작된 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최근 ‘가짜뉴스’가 사회적 논란으로 떠올랐습니다. 가짜뉴스란 정치·경제적 이익을 위해 의도적으로 언론보도의 형식을 하고 유포된 거짓 정보를 의미합니다. 가짜 뉴스는 우리 역사 속에서도 무수히 많은 사례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가짜뉴스는 진실의 탈을 쓴 늑대입니다. 우리는 광범위한 정보의 바다에서 매일 새로운 소식을 접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접하는 정보가 진실의 탈을 쓴 거짓된 가짜뉴스일 수 있음을 의심해 봐야 하는 시기가 도래했습니다. 가짜뉴스의 범위와 정의에 대해선 여러 갈래로 의 견이 나뉩니다. 언론사의 오보에서부터 인터넷 루머까지, 가짜뉴스는 넓은 스펙트럼 안에서 혼란스럽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2017년 2월 14일 한국언론학회와 한국언론진흥재단 주최로 ‘가짜뉴스 개념과 대응방안’을 주제로 세미나가 열렸습니다. 세미나에 참석한 건국대학 교 황용석 교수는 “가짜뉴스라는 용어가 광범위하게 적용되다 보니 불명확 한 부분도 있고, 문제 해결 방식도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날 세미나에서는 가짜뉴스를 정치·경제적 이익을 위해 의도적으로 언론보도의 형식을 띠고 유포된 거짓 정보로 정의했습니다. 그럼에도 가짜뉴스는 갈수록 정체가 모호해지고 있습니다. 어떤 뉴스가 가짜뉴스인지, 그것을 누가, 왜 만들었는지 아는 사람은 적습니다. 실제 뉴스 및 엔터테인먼트 웹사이트 <버즈피드> 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미국 대선기간 중 공유된 가짜뉴스를 접한 사람은 8백 70만명이었습니다. 누군가는 제대로 된 정보를 얻지 못하고 가짜 정보에 혹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2018년 미국 대선을 흔든 가짜뉴스 사태의 진원지는 황당하게도 마케도니아에 위치한 벨레스라는 소도시로 밝혀졌습니다. 이곳에서부터 친트럼프 성향의 악의적 가짜뉴스가 쏟아졌습니다. 심지어 가짜뉴스를 만들어낸 범인은 대부분 이 도시에 거주하는 10대 청소년들이었습니다. 이들은 미국 극우 성향의 엉터리 뉴스 사이트나 SNS의 글을 긁어모아 적절히 짜깁기하고 윤색해 가짜뉴스를 만들었습니다. 작은 소도시의 청소년들에게 전 세계가 농락을 당한 셈입니다. 벨레스의 청소년들이 친트럼프 성향의 뉴스를 생산한 이유는 그들이 도널드 트럼프에 호의적이고, 힐러리 클린턴에 악의적이어서가 아닙니다. 그들은 누가 미국 대통령이 되든지 상관없었습니다. 단지 트럼프의 뉴스가 돈이 되기 때문이었습니다.
  가짜뉴스의 대부분은 광고에서 수익을 냅니다. 하지만 광고주들이 가짜뉴스 사이트에 직접 광고를 내지는 않습니다. 모든 광고는 구글이 운영하는 ‘구글 애 드센스’ 광고 중개서비스를 통합니다. 광고주가 중개업체에 돈을 지불하면 중개업체는 금액별로 광고를 배치합니다. 높은 조회수가 나오는 사이트일수록 높은 금액의 광고를 배치하는 식입니다. 때문에 가짜뉴스 같은 자극적 콘텐츠 가 돈이 되며 혐오의 옷을 입게 되는 것입니다.

인류의 역사는 곧 가짜뉴스에 대한 투쟁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역사를 들여다보면 무수히 많은 가짜뉴스 사례를 찾을 수 있습니다. 백제 무왕이 지었다는 서동요 역시 서동이 선화공주와 결혼하기 위해 거짓 정보를 노래로 만든 가짜뉴스였습니다. 서동요는 수면자 효과가 가져온 예로 신뢰성이 낮은 출처의 정보임에도 시간이 경과할수록 설득 효과가 높아졌습니다. 수면자 효과란 시간이 오래 지나면 출처에 대한 기억이 부실해져서 정보의 신빙성 과 상관없이 메시지의 내용만을 기억하게 되는 현상입니다. 일제강점기에는 1923년 9월 10일에 매일신보에서 ‘대지진이 일어난 관동에서 조선인들이 폭동을 조장하고 있다’는 허위 정보를 전면 게재하였고 이로 인해 관동의 조선인들은 일본인으로부터 잔인한 학살 피해를 당했습니다. 군사독재정권 시절에도 정보기관이 정권안보를 위해 가짜뉴스를 만들어 무고한 민주인사들을 탄압했습니다. ‘인민혁명당 사건’이 그 대표적 사례로 꼽힙니다. 1960∼70년대 중앙정보부가 ‘국가 변란을 목적으로 북한의 지령을 받는 지하조직을 결성했다’고 발표하며, 다수의 혁신계 인사와 언론인, 교수, 학생 들이 검거됐습니다.

우리는 이와 같은 어두운 과거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가짜뉴스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2019년 연예계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승리 게이트’에서는 정준영이 여성들과 성관계를 맺고 이를 동 영상과 사진으로 찍어 단톡방에 올린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단톡방에 함께 있던 연예인과 고위공직자에 대한 얘기보다 정준영이 찍은 동영상 속 여자라며 몇 몇의 여자 배우와 아이돌이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습니다. 이는 수많은 가짜뉴스를 생산해냈고 실제 대중들은 경찰과 버닝썬의 유착 관계는 물론 정준영이 불러온 파장에 대한 관심보다 자극적인 제목을 통해 대중의 시선을 돌리는데 급급한 가짜 뉴스에 분노했습니다. 이런 일은 연예계에 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2017년 5월 2일 대선을 7일 앞두고 SBS는 당시 문재인 후보와 세월호 인양 지연이 관련 있다는 보도를 내며 막바지 대선 정국을 흐려놓았습니다. 문 후보 측은 즉각 가짜뉴스 라고 반발하며 법적 대응까지 선포했습니다. 이에 SBS는 해당 기사를 삭제하고 보도본부장이 직접 공식 사과했습니다.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은 세월호 인양 과정의 뒷거래설을 제기하며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 추진을 주장하는 등 공세를 펼쳤습니다. 보도 파문과 별개로 초유의 대형 참사를 정치적 네거티브 소재로 악용한 것입니다. 또한, 2019년 3월 5일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정무비서였던 김지은은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안 지사로부터 4차례 성폭행과 상습적인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습니다. 하지만 ‘안희정 김지은 CCTV 안에서 확인된 놀라운 사실, 바로’, ‘문재인, 안희정을 왜 지금 제거하는가’ 등의 가짜뉴스가 유튜브를 통해 퍼졌습니다. 이러한 가짜뉴스는 김지은이 안 지사에게 일방적으로 성폭행을 당한 것이 아니라 불륜 관계였다는 점을 부각시켰습니다. 또한 김자은의 폭로를 문재인 정부 또는 자유한국당이 배후에서 조종한 정치적 음해로 왜곡했습니다.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포퓰리즘 정치를 하기 위해 무조건적으로 상대를 걸고넘어집니다. 정치인 모두가 언론과의 유착관계로 많은 가짜뉴스를 생산해내고 있습니다.
  포퓰리즘이란 정체, 경제, 사회, 문화면에서 본래의 목적보다 대중의 인기를 얻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정치행태를 의미합니다. 부패된 구조를 바꾸긴 힘들 것 같습니다. 제목과 통계에 속지 않도록 시민의식 수준이 높아져야 됩니다. 유력 정치인들이 사실을 확대 재생산해 만드는 가짜뉴스를 우리 스스로 견제해야 합니다. 가짜뉴스가 만들어내는 사회적 파장을 걱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개인의 편견과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합니다. 필터버블 현상은 정보를 제공하는 인터넷 검색 업체나 SNS 등이 이용자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이용자가 특정 정보만 편식하게 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필터버블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미국의 온라인 시민단체 무브온의 이사장인 엘리 프레이저는 2011년 유명 인사들이 직접 연사가 되어 수억 명의 사람들에게 지식을 공유 하는 강연 프로그램인 TED 강연에서 자신의 페이스북에 보수 성향의 글이 올라오지 않는 이유가 ‘페이스북이 자신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보를 필터링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처럼 소셜미디어의 알고리즘은 혐오와 차별, 극단적 주장을 확대 재생산하는 데에도 기여합니다. 정보는 알고리즘을 거쳐 선별적으로 전달됩니다. 이때 알고리즘은 개인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합니다. 이용자가 좋아하고 자주 보는 것 위주를 보여주는 방식입니다. 이로 인해 개인의 편견과 고정관념 역시 강화되며 개인화된 알고리즘과 뉴스 콘텐츠가 만나 필터버블 현상을 극대화 시킵니다. 한쪽으로 쏠린 정치·사회 소식이 전체 여론을 대변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최근 가짜뉴스가 확산되는 원인 중 하나도 여기에 있습니다. 개인화된 알고리즘 및 필터버블 현상과 맞물려 잘못된 사실도 진실처럼 보이게 만드는 것입니다. 사실 여부보다 자신의 호불호가 뉴스를 보고 믿는 기준이 되는 셈입니다.

가짜뉴스는 개인의 확증편향성을 충족시키려는 욕구에 의해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필터버블 현상이 강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짜뉴스의 문제점이 있습니다. 확증편향이 작용하게 되면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해석할 때도 편향적 결과를 낳을 위험이 높아집니다. 개인의 편견과 고정관념을 넘어 사회적으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가짜뉴스를 막기 위해 페이스북은 가짜뉴스가 미치는 심각성을 인정하고 ‘페이스북 저널리즘 프로젝트’를 출범시켰습니다. 페이스북 저널리즘 프로젝트는 이용자가 가짜뉴스를 신고하면 비영리 언론기관에서 팩트체크 과정을 거칩니다. 가짜뉴스로 판별될 경우 이용자가 뉴스 콘텐츠를 공유할 때 경고 알림이 뜨도록 만들었으며 알고리즘에서도 제외됩니다. 하지만 이용자 신고에 기댄 팩트체크로는 가짜뉴스 차단에 한계가 있습니다. 사후 신고 방식으로는 가짜뉴스의 생산과 확산 속도를 따라 잡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가짜뉴스가 만연해지고 사람들이 이를 믿지 못하는 이유는 매스미디어가 신뢰를 잃었기 때문입니다. 언론이 사실을 보도하고 있지 않다, 사실을 은폐하기에 급급하다, 권력의 앞잡이 노릇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공공연해져서 신뢰회복이 어려운 것 같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언론의 팩트체크 기능을 강화해야 합니다. 개인 스스로가 사회적 책임을 가지고 유튜브나 소셜미디어가 유통하는 정보들의 신빙성을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관계 확인을 위해 주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거나 또 다른 기사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이처럼 빠르게 퍼져가는 가짜뉴스를 막기 위해서는 기업과 정부가 나서 규제를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 뉴스를 생산해내는 언론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뿐만 아니라 개인 스스로 정보를 객관적으로 보는 시선도 길러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종종 보이는 대로 그것에 갇혀버리는 실수를 합니다. 보이는 대로 판단하고, 편견과 고정관념의 방해를 받으며 전체 모습을 오롯이 바라보지 못합니다. 생각의 확장을 스스로 가로막고 진실을 보는 시야를 차단해버리는 위험한 결과를 초래합니다. 보이는 것 너머의 진실을 바라보는 눈이 열려야 합니다. 사실과 진실을 혼동해서는 안 되고,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은 진실 이어야 합니다. 진실은 눈에 보이지 않고 마음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사실과 진실을 구별하지 못할 때는 임의대로 진실을 논해서도 안 됩니다. 진실은 말하는 내용에 있는 것이 아니고, 말하는 사람의 마음속에 있습니다. 기독교는 빛으로 어둠을 몰아내고 진실로 거짓을 몰아내는 참됨을 일깨워줘야 합니다. 우리 기독교는 왜곡과 불의로 불의가 의를 뒤덮는 오늘 우리 사회에, 가짜와 진짜를 분별하는 지혜 전해주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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