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회
송년회
  • 유양업(전선교사 시인 수필가 시조시인)
  • 승인 2019.12.30 13: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는 쌀쌀한 오후 한국문화해외교류협회 한진호 대표 대행의 이름으로 단톡방에 안내문이 올려졌다.

  2019년 12월 6일 오후 6시 30분 대전 대흥동 장수 돌솥밥 식당에서 임원들 송년회를 단촐하게 갖는다는 내용이었다.
 대전大田은 큰 밭이라는 그 이름대로 넓직한 거리와 더불어 깨끗하고 산뜻한 도시었다. 수년 전 대전 엑스포 덕분인 듯 하다
  중국에서 김경률 지회장, 제주지회 고훈식 지회장, 문경훈 부지회장, 변철환 사무국장도 송년회에 참여한다는 내용도 단톡방에 올라왔다.
  그런 며칠 후 본부 윤준백 기획 운영 이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이번 송년회에 각 지역 지회장들이 참여하니 유 지회장도 참석하면 좋겠다는 초청 전화였다. 이틀 후 또 이런 내용의 글이 올려졌다.
  ‘7일 일정은 제주 임원과 중국 지회장 등 시간 여유가 있는 분들을 모시고 대천 바닷가를 경유해 수산 시장에서 점심 식사 후 보령지역 관광지를 둘러보고 청주 비행장으로 모실 예정이오니 일정 참고해 주세요.’라는 내용이었다.

이런 내용을 접한 본 협회 고문인 남편 문전섭 박사는 마음이 솔깃했는지, 빙긋이 웃으며 넌지시 입을 열어 말했다.
  “나도 본회 고문이니 참석해도 되겠네...”
  “그래요, 좋아요, 함께 가면 더 좋겠네요.”
  나도 맞장구쳤다.
  호남지회 임원들께 본회 송년회에 함께 참여하자고 연락을 취했으나 각자의 사정 으로 참석 하지 못한다고 했다.
  나는 남편과 함께 참석하겠다는 신청을 ਼했다, 그 후에 자세히 알고 보니 다음날 7일 관광 스케줄은 본회의 프로그램이 아니고, 멀리 중국과 제주에서 왔던 임원들을 위한 윤준백 기획 운영 이사의 개인 배려로 계획된 플랜이어서 남편은 단순히 송년회 식사만 하고 다음날 여행 스케줄이 없다면 가지 않겠다며 포기했다. 어쩔 수 없이 결국 나만 홀로 참여하게 되었다
  그동안 포근한 영상의 날씨였으나 밤사이 갑자기 서리가 내리고 영하 4도의 기온으로 뚝 떨어진 추운 초겨울 해외문화교류협회 송년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나는 두툼하게 옷을 입고 집을 나섰다. 길가는 행인들 호흡의 입김은 흰 구름무늬를 만들어 바람에 실어가고, 어제만 해도 도로변에 장식되어 있는 국화꽃의 향기가 길손들을 즐겁게 해주었는데 예쁜 꽃들은 밤사이 처량하게 고개 떨구어 꽁꽁 얼어 있었다. 계절을 탓하며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을 때 기다리던 택시가 와서 광주 종합터미널로 갔다. 2시 출발의 대전행 버스를 탔다.
  밤 6시 30분의 모임이므로 시간은 급하지 않고 여유로웠다.
  송년회와 망년회의 단어가 머리를 스쳤다. 그 뜻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송년회와 망년회는 12월 연말에 각 단체들이 한 해를 마무리 하는 의미에서 모임을 갖는 행사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한문 글자 차이가 달라 한자를 풀이해 보니 쉬웠다.
송년회(送年會)와 망년회(忘年會)는, 보낼 송(送)과 잊을 망(忘)의 차이 때문이었다. 보낼 송을 쓰고 있는 송년회는 연말에
  ‘지난 한 해를 돌이켜 보며 한 해를 정리하고 보내자’
라는 뜻이 있고, 망년회는 연말에
  ‘지난 한 해 온갖 괴로움을 잊어 버리자’
라는 뜻으로 주로 잊어 버리자는 의미로 많이 쓰이고 있는 것 같았다. 망년회는 일제 강점기 이후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잔재어 중 하나라고 들었던 기억이 났다. 송년회라는 단어는 지난 한 해를 정리하자는 좋은 취지의 뜻이 내포하고 있어 송년회라는 단어를 쓰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경에는 바울 서신에 이런 말이 있다.
  “...뒤에 있는 것은 잊어 버리고 앞에 있는 것을 잡으려고 푯대를 향하여...달려가노라 (빌립보서 3:13-14)”

이 말은 과거일은 잘했든 못했든 집착하지 말고 푯대를 향한 전진을 강조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가는데 대전 복합터미널에 도착한다는 안내 방송이 들렸다.
  가방을 들고 서둘러 나갔다. 두리번거린 나를 보고 차를 가져온 윤준백 이사님은 차에서 내려 손을 흔들었다. 반가운 만남이었다. 헌신과 봉사로 배려해 주는 따스한 그 마음 덕분에 송년회 장소까지 평안히 갈 수 있었다.
  모임 장소인 식당 앞에는 황한섭 금산 지회장이 보내준 ‘축 한국문화해외교류협회 송년의 밤’이라 표기 된 크고 예쁜 화환이 환영해 주었고, 식당 안으로 들어가니 송년회 현수막이 벽에 걸려 있어서 분위기를 한결 환하게 고조시켰다.
  항상 흐트러짐 없이 겸손하고 따스한 한진호 대표님을 비롯해서 중국 지회장, 연령으로나 작품 수로나 단연코 제주도의 문학 고참인 제주지회 고훈식 지회장과 그 팀들이 미리 와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협회의 동지로서 신뢰와 친밀감이 한 가족처럼 얽혀있어 피차 격의 없이 정겨운 인사를 나누었다.

한진호 대표는 악수를 하며 남편을 찾았다.
  “유 지회장님 혼자 오셨어요? 문 고문님은요?”
  “예, 저 혼자 왔습니다.”
  “문 고문님 만나길 기대를 했는데요...”
  한 대표는 서운한 기색을 만면에 띄우며 아쉬운 표정이었다.
  일부러 온갖 체험을 하며 열심히 작품 활동을 한, 최근에 세종시로 이사했다는 고정현 서울 경기 지회장,  김용학 총무이사, 지봉학 대전 지회장, 허응만 자문위원, 변상호 작가, 김근수 작가, 박민석 경남 지회장, 김주연 이사, 김매화 경기민요가, 조인영 이사, 백성일 대구 지회장, 고안나 부산지회장, 유지원 시 낭송가 순으로 21명의 회원이 함께 모였다.
  멀리 이국땅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한글 보급을 위해 떠나있는 김우형 대표의 빈자리가 아쉬웠지만, 총무 김용학 이사의 재치 있는 사회로 송년회가 진행되었다.  
  한진호 대표의 인사말과 내빈 소개, 변상호 작가의 축사, 다음 정해진 순서 축가시간에 나는 김재호 시, 이수인 곡 ‘고향의 노래’를 불렀다. ‘국화꽃 져버린 겨울 뜨락에 창 열면 하얗게 무서리 내리고...’ 그런데, 아뿔싸, 관중을 의식한 순간 일절 마지막 소절에서 2절 가사가 튀어 나왔다. 당황했다. 그러나 청중들은 나의 실수를 눈치 채지 못하고 앵콜 앵콜하며 환호의 박수를 계속 주었다.

뒤이어 중국에서 온 장경률 지회장의 인사말이 있었는데, 그는 중국 연변에서 조선인으로 5대째 살고 있다고 하면서 백두산에 가려면 연변을 거쳐서 가야 하는데 그의 안내를 받으면 좋을 것이라고 하면서 우리 모두를 초대했다,
  순서에 따라 제 2부에서는 만찬을 나누며 참석자들의 장기를 발표했다. 삼행시 발표, 네 분의 시 낭송, 경기민요 창, 하모니카 연주의 흥겨운 순서들로 다채롭고 흥에겨운 행사였다.
  지봉학 대전 지회장은 한진호 대표가 이번 모임과 협회 발전을 위해 후원금으로   일백만원을 기부했다고 알렸을 때 우리 모두는 감동이었다.
  우리 모두는 송년의 축배를 함께 높이 들고 회원들의 상호 건강과 본회의 발전을 기원했다. 한해의 꼭지점에서 여운의 사색 공간이 출렁이었고 돈독한 친목을 도모하는 끈끈한 자리였다. 화기애애한 즐거운 시간을 뒤로하고 아쉬워하는 마음들을 남긴 채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고 헤어졌다.
  한진호 대표는 호텔을 예약해 놓았으니 쉬고 가라고 거듭 권했으나 나는 광주로 가야겠다고 하니 택시를 손쉽게 잡아주어 복합터미널로 갔다.
  마침 밤 9시에 광주로 가는 버스가 출발 5분 전을 남겨두고 있었다. 하마터면 놓칠 번한 버스에 황급히 올라 정해진 자리에 앉으며 안도의 숨을 쉬었다.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남편에게 손쉽게 전화할 수 있는 핸드폰의 편리함과, 잘 닦여진 도로에서 밤늦게까지 여행할 수 있는 교통망의 편리함에 새삼 감사한 마음이었다.

달려온 여운 잡아 몰려든 발걸음들
오랜 날 시린 숨결 아련히 리듬 타고
걸어온 세월 한 자락 설렘 방울 울린다

한 여생 허허로움 소복이 쌓이는데
포근한 음률 가락 흥겨움 어우러져
여정의 그 언저리에 무딘 감성 깨운다

수많은 추억안고 연민의 불꽃으로
정겹게 하얀 눈빛 아릿함 얹어 주고
오늘도 불타는 노을 눈부시게 빛난다.

             -졸 시조 <송년회> 전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종로구 김상옥로 17(연지동) 대호빌딩 신관 201-2호
  • 대표전화 : 02-3673-0123
  • 팩스 : 02-3673-0125
  • 청소년보호책임자 : 임종권
  • 명칭 : 크리스챤월드리뷰
  • 제호 : 크리스챤월드리뷰
  • 등록번호 : 서울 아 04832
  • 등록일 : 2017-11-11
  • 발행일 : 2017-05-01
  • 발행인 : 임종권
  • 편집인 : 임종권
  • 크리스챤월드리뷰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크리스챤월드리뷰.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