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 처벌보다 중요한 것은요
가해자 처벌보다 중요한 것은요
  • 한승진목사(황등중학교 교목)
  • 승인 2020.01.09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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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제가 속한 교육계에서는 ‘정의’에 대한 개념이 바뀌고 있습니다. 이를 회복적 정의라고 합니다. 여기에서 가해자는 ‘처벌받아야 할 대상’이라기보다는 ‘책임져야 할 대상’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처벌하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처벌이라는 것은 자신이 저지른 문제와 피해 앞에 직면하여 피해회복을 위한 스스로의 책임 있는 어떤 것이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제가 고등학교를 다닐 무렵, 우리나라 최초의 승용차인 포니2 모델이 새로 나왔고, 그 당시 기억으로 학생부장 선생이 그 차를 구입하였습니다. 어느 날, A라는 친구가 B라는 친구를 괴롭히다가 학생부장 선생의 눈에 띠었는데 다음날 A라는 친구가 받은 처벌은 점심시간에 선생님의 포니2를 세차하는 것이었습니다. 요즘은 있을 수 없는 일이겠지만 당시에는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는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A는 잘못을 했기 때문에 처벌권자인 선생이 내리는 어떠한 처벌도 달게 받아야 마땅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잘못된 처벌입니다. ‘세차’라는 처벌을 학생에게 내리는 것이 온당한가의 문제가 아니라 ‘A라는 친구로 인해 피해를 당한 사람은 B인데 왜 선생님의 차가 깨끗해져야 하는가?’의 문제인 것입니다. 필요한 처벌이 있을 수 있고 처벌까지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처벌이 처벌로서 의미가 있으려면 최소한 ‘이 처벌이 피해자의 피해 회복과 무슨 관련이 있는가?’, ‘잘못한 사람은 처벌이 내려지기 전에 문제 앞에 직면하여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가?’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처벌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1974년 캐나다 온타리오주 앨마이라라는 작고 평화로운 시골마을에서 벌어진 최초의 회복적 사건을 우리는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2명의 고등학생이 하룻밤 사이에 마을의 22가정에게 피해를 입힌 사건이었습니다. 비어 있는 집에 들어가 집 안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주차되어 있는 자동차 타이어를 찢고, 교회 십자가를 무너뜨리고, 정박되어 있던 보트들을 끌어 올려 바닥에 구멍을 냈던, 조용한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주민들을 불안에 떨게 했던 사건이었습니다. 2명의 고등학생들은 다음날 경찰에 의해 붙잡혔고 마크 얀치와 데이브 월스라는 보호관찰관들의 보호를 받게 됩니다. 하지만 두 보호관찰관들이 지금껏 보아왔던 것은 보호관찰 기간이 끝나고 법적인 처벌을 받게 되면 가해자들은 억울해 하고 피해자들의 피해는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었습니다. ‘이 친구들도 학교에서 퇴학당하고 소년교도소로 보내질 것이 분명한데 이러한 처벌이 가해자가 자기 잘못을 깨닫고, 피해자들이 그 피해에서 회복되는데 무슨 도움이 될까?’ 이 의문 때문에 보호관찰관들은 가해 아이들과 피해 가정들이 함께 만나 이 문제 앞에 서로 직면할 수 있는 기회를 주면 좋겠다는 비상식적이고 파격적인 의견서를 담당 판사에게 올리게 되고 고민하던 판사는 이 제안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 만남은 문제의 당사자들이 함께 모여 어떤 잘못이 왜 저질러졌고 그 잘못으로 인해 어떤 아픔과 손실이 발생했는지를 확인하는 자리가 되었고 발생한 피해를 회복시키기 위해 어떤 책임을 질 수 있는 지 당사자들이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고민하게 되었으며 결과적으로 관계회복과 공동체회복이라는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 낸 최초의 회복적 사건으로 기록되게 되었습니다.

우리 사회는 서로 직면하지 않아 갈등이 증폭되는 경우가 너무 많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물론 직면에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직면한다고 해서 모든 오해가 풀리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당사자들이 직접 해야 될 이야기를 하고 들어야 될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는 너무나도 상식적인 과정이 이제는 비현실적이고 더러는 규칙위반이 되어버린 현실에 우리는 당혹해 해야 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응보적 패러다임을 회복적 패러다임으로 바꾸어 나갈 수 있을까요? 갈등 상황에서 문제해결을 위한 회복적 접근은 우리의 질문을 바꾸는 것에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응보적 정의가 만들어 낸 문제해결 패러다임은 우리로 하여금 가해자 처벌에 집중하도록 했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면 ‘누가 가해자인가?’가 우리의 첫 질문이었습니다. 그리고 가해자를 처벌하는 것으로 종결지어 왔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질문을 바꾸어야 합니다. ‘누가 피해자인가?’, ‘어떤 피해가 발생했는가?’ 그리고 ‘그 피해를 어떻게 회복시킬 것인가?’라는 질문이 그것입니다. 가해자가 처벌받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자기 잘못에 대해 책임지는 것이며 피해자의 피해회복에 있어 중요한 것도 가해자의 진정한 책임에 있습니다. 우리가 이 관점으로 갈등을 바라보고 이 질문으로 문제를 해결해 간다면 우리는 분명 정의로운 세상에 조금 더 가까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잘 생각해보면 회복적 정의는 우리 성경적인 가치관입니다. 세상을 향한 사랑의 실천, 정의실현에 우리가 가진 참된 가치가 많습니다. 이를 잘 연구하고 제시해서 우리가 사는 세상을 보다 아름답게 만들어 가면 좋겠습니다. 이런 바른 윤리적 적용과 판단기준에 우리 기독교윤리가 기여할 측면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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