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여행(44)
시간의 여행(44)
  • 勁草 한숭홍 박사(장신대 명예교수)
  • 승인 2020.01.23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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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철학과 신학, 그 여정의 교수
① 타호호수(96.3.23) ② 미라지 호텔 앞(4.2)  ③ 자이언 국립공원(4.3) ④ 레드 캐니언에서 가족 ⑤ 레드 캐니언을 배경으로 우리 부부 ⑥ 브라이스 캐니언 자연석교 ⑦ 브라이스 캐니언을 배경으로 모자
① 타호호수(96.3.23) ② 미라지 호텔 앞(4.2) ③ 자이언 국립공원(4.3) ④ 레드 캐니언에서 가족 ⑤ 레드 캐니언을 배경으로 우리 부부 ⑥ 브라이스 캐니언 자연석교 ⑦ 브라이스 캐니언을 배경으로 모자

샌프란시스코신학대학 교환교수

   1996년 1월 나는 샌프란시스코신학대학에 교환교수로 가게 되었다. 그 학교에서 제공하는 미국 장로교 선교사 아파트(Berkeley Presbyterian Mission House, 2918 Regent St.)에 관리비 정도만 부담하며 8개월 동안 살았다. 그 아파트는 버클리대학교 근처에 있는데, 방 3개와 응접실이 있고, 부엌과 욕실이 딸려 있었다. 우리 가족 5명이 사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
   나는 고등학교에 다니는 둘째 딸과 중학생 아들만 데리고 1월 23일(화) 출국했다. 샌프란시스코 공항에는 아내 친구의 남동생인 교포 사업가 조 선생이 마중 나와 있었다. 아파트에 도착하여 짐을 내리려는데 내 조교로 있던 임성빈 교수의 신대원 동기였던 임종혁 목사가 임 교수에게서 전화 받았다며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임종혁 목사는 총회에서 파송한 인도네시아 선교사였는데, 이곳에서 안식년을 보내고 있었다.

  샌프란시스코신학대학은 그 지역에 있는 신학교 연합체에 속해있었다. 학생들은 어느 신학교에서든지 자유롭게 수강할 수 있고 학점도 그대로 인정받게 된다. 도서관을 비롯하여 모든 시설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교류협정을 맺고 있었다. 나는 교수에게 제공하는 도서관 출입증을 받아 선교사 아파트에서 걸어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버클리 연합신학대학원(GTU=Graduate Theological Union) 도서관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나는 오래전부터 내 나름의 신학 색깔을 구상하며 착상이 떠오를 때마다 기록해 두곤 했었다. 이 자료들을 버클리에 머무는 동안 체계화하여 내 신학의 기본 틀을 세우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그 당시에는 단지 그 과정을 펼쳐갈 큰 그림 정도만 그려가고 있었는데 자꾸 바뀌고 살이 덧붙여지고 고쳐지고 하면서 초안 정도의 윤곽만 잡혔다. 하지만 내가 구상하는 것, 나의 신학 체계에 도움이 될 만한 자료는 거의 없었다. 사실상 내 작업은 나의 창작이기 때문이다.

  아내는 큰애가 대학교에 입학하여 등록 절차와 동시에 휴학 신청을 하며 일을 마치느라 2월 12일(월)에 왔다. 그날도 조 선생이 공항에 마중 나갔는데, 아내는 여스님과 같이 왔다. 비행기에서 옆좌석에 앉아 많은 이야기를 하며 친해져서 스님은 LA행 환승을 다음 날로 미루고 우리 집에서 하루를 지내게 되었다. 스님은 맑고 잔잔한 호수 같았고 속삭이듯 조용한 언행에서는 지성미가 배어 나왔다. 남동생이 한 명 있는데 미국항공우주국(NASA) 연구원이고 본인은 IBM 본사에 근무했었는데 지금은 LA 근교 사찰에서 지낸다고 했다. 여스님과 목사 부인의 먼 길 동행이었으니 참 훌륭한 만남이며 오래 두고 추억에 남는 진기한 일화이기도 하다. 스님은 하룻밤을 우리와 함께 보내고 다음 날 아들에게 자전거를 사라며 100달러를 주고 연락처를 묻는 내게 “인연이 되면 다시 만나게 되겠지요.”라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참 신기하게도 아내는 어디 가나 누구와도 잘 어울리며 사람들이 많이 따랐다.

 

⑧ 남쪽 카이밥 국유림 전망대에서 보는 글렌 캐니언 전경(4.4) ⑨ 콜로라도강 하류에 파웰 호수(아내 사진) ⑩ 파웰 호수 전경 ⑪ 그랜드캐니언 1(아들 독사진) ⑫ 그랜드캐니언 2(아들: 맨 앞 붉은 티 착용) ⑬ 이스트림에 위치한 망루(Desert View Watchtower) 앞에서 필자
⑧ 남쪽 카이밥 국유림 전망대에서 보는 글렌 캐니언 전경(4.4) ⑨ 콜로라도강 하류에 파웰 호수(아내 사진) ⑩ 파웰 호수 전경 ⑪ 그랜드캐니언 1(아들 독사진) ⑫ 그랜드캐니언 2(아들: 맨 앞 붉은 티 착용) ⑬ 이스트림에 위치한 망루(Desert View Watchtower) 앞에서 필자

조 선생은 미국에서 생활할 때 필수품 같은 게 자동차인 것을 잘 알기에 우리를 위해 좋은 차를 구해주려 저녁 일을 마치곤 밤이 늦었는데도 신문광고를 보고 찾아다니며 차상태를 보기 여러 차례, 어떤 날에는 비가 오는데도 리치먼드까지 가서 차를 보기도 했는데 그러던 어느 날 밤에 괜찮은 차를 찾았는데 팔리기 전에 빨리 가서 보자며 왔다. 10년 된 뷰익 6기통인데 아주 깨끗하고 차 상태도 매우 좋았다. 차주는 큰 회사 부사장으로 근무하다 얼마 전에 퇴직했다고 자기소개를 하며 본인은 회사 차로 출퇴근했고 아내가 주로 타고 다녔다는 말을 덧붙였다. 이 차 옆에는 신형 스포츠카가 있었는데 아들 것이란다. 그날 아내가 운전하고 조 선생 차를 따라 집에 왔다.
   아내는 미국에 오면서 국제운전면허증을 발급받아 가지고 왔지만, 이곳 운전면허증을 받아야 해서 운전면허 시험을 준비했다. 법규를 익히며 교통 신호체계와 교통 표지판 등을 공부하고 차 운전 교습을 받은 지 1개월 만에 미국 자동차 운전면허 시험에 응시했다. 필기에서 한 번에, 다음 날 치러진 실기에서도 한 번에 합격하여 미국 운전면허증을 받았다. 독일과 한국 운전면허증에 이어 아내가 받은 세 번째 운전면허증이다.

  임 목사는 주말이면 자녀들(딸과 아들)과 자주 놀러 가곤 하는데, 우리와도 같이 가자고 해서 산호세 이집트박물관, 타호호수와 스코 밸리 리조트(Squaw Valley), 샌프란시스코 금문교와 공원, 무어 우즈 공원(Muir Wood Monument), 무어 비치, 소살리토(Sausalito) 등에도 여러 번 같이 갔었다. 그리고 어느 날 늦저녁엔 바닷가 클리프 하우스 카페에도 가서 야경을 보며 밤의 정취에 빠지기도 했다. 부인은 음악을 전공해서 매우 감성적이며, 인정이 많았다.

봄방학에 떠난 나그넷길

  나는 아주 어릴 때부터 호기심이 많았다. 늘 무언가 신기하다고 느끼면 만져보고 싶어지고 체험해 보고 싶은 욕망 같은 것이 나를 움직였다. 기계문명의 신기한 움직임과 편리성이 궁금했고 웅장한 대자연 앞에서는 신비로움에 나를 잊어버리곤 했는데 그 나이에는 그런 반사 작용이 나의 감성을 채워가는 원소 같은 것이었다. 나는 그것이 나의 삶에서 인생관과 세계관을 폭넓게 엮어갔다고 확신한다. 이런 내 개인적인 성향과 경험을 나는 아이들에게도 넘겨주고 싶었다. 그래서 아이들을 어릴 때부터 많이 데리고 다니며 많이 보여주고, 체험하도록 했으며 인간과 자연, 자연과 초자연의 위대함을 스스로 알아가게 하려 했다.

  미국에서 가족과 함께 연구 학기를 보내면서 나는 아이들의 견문을 넓혀주려는데 일차적 목적을 두었다. 그래서 학교 수업이 없는 날이나 주말에는 이곳 주변 도시와 관광지, 자연공원 등으로 데리고 가서 직접 보며 접할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인상된 것이 훗날 언젠가는 자신들의 삶을 움직이는 동인이 될 수도 있으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4월 1일(월)이면 봄방학이 시작된다. 이때를 기하여 나는 아이들에게 미국 내 명승지 몇 곳을 데리고 다니며 견문을 넓혀주려 계획하고 있었는데, 저녁에 임종혁 목사가 찾아와서 애들이 내일부터 봄방학이라 한 주일 동안 그랜드캐니언을 일주하려고 하는데 같이 가자고 하여 동행하게 되었다.
   우리 두 가정은 아침 일찍 버클리에서 출발해 태평양 연안 캘리포

⑧ 남쪽 카이밥 국유림 전망대에서 보는 글렌 캐니언 전경(4.4)⑨ 콜로라도강 하류에 파웰 호수(아내 사진)⑩ 파웰 호수 전경⑪ 그랜드캐니언 1(아들 독사진)⑫ 그랜드캐니언 2(아들: 맨 앞 붉은 티 착용)⑬ 이스트림에 위치한 망루(Desert View Watchtower) 앞에서 필자⑭ 플라밍고 힐튼 호텔 근처 야경⑮ 호텔 내 조각상 1
⑭ 플라밍고 힐튼 호텔 근처 야경 ⑮ 호텔 내 조각상 1 ⑯ 호텔 내 조각상 2 (4.5)
 ⑰ 샌디에이고 발보아 공원

니아 1번 국도를 따라 내려가 몬테레이에 도착했다. 해안가와 유명한 17마일 코스, 페블 비치와 곳곳의 관광 명소 등을 관광하고, 예술가의 마을로 알려진 카멜에서 거리와 골목 사이사이, 예쁘게 장식되어있는 상점 등을 눈에 담으며 오후를 소일하고 LA에서 밤을 보냈다.      

  다음 날 아침 라스베이거스에 도착하여 먼저 숙소를 정하고 도시 곳곳의 조형물과 구조물 등을 보며 초현대적 디자인과 미학적 예술성, 사막 한가운데 급조된 인공도시이지만 그곳에 어울리는 도시 설계와 건축 디자인 등에 감탄하며 밤늦게까지 거리 곳곳을 누비며 기억에 담았다.
   3일째 되는 날 아침에는 7시 30분에 라스베이거스에서 자이언캐니언, 레드캐니언, 브라이스 캐니언을 들러보고 중간에 쉬곤 하면서 저녁 늦게 캐납(Kanab)에서 밤을 보냈다.     
   4일째 되는 날 캐납에서 출발해 글렌캐니언, 레이크 파웰, 글렌캐니언 댐, 이스트림에 있는 망루(Desert View Watchtower), 그랜드캐니언, 카이밥(Kaibab) 국립 공원, 후버댐을 관광한 후 라스베이거스로 다시 돌아왔다.

⑱ 동물원 순환 버스에서 우리 부부⑲ 샌디에이고 동물원 케이블카(Skyfari)/아래 사진: 홍학⑳ 디즈니랜드(4.6)㉑ 전구로 장식한 조형물 차량 행렬㉒ 수정교회(Crystal Cathedral)(4.7)
⑱ 동물원 순환 버스에서 우리 부부 ⑲ 샌디에이고 동물원 케이블카(Skyfari)/아래 사진: 홍학 ⑳ 디즈니랜드(4.6) ㉑ 전구로 장식한 조형물 차량 행렬 ㉒ 수정교회(Crystal Cathedral)(4.7)

4월 5일(금)은 아침 9시 40분 라스베이거스에서 LA를 경유 해 오후 3시경 샌디에이고에 도착하여 동물원과 시내 관광을 하고 LA로 돌아와 밤을 보냈다. 다음 날은 디즈니랜드에서 하루를 보내며 그날을 마무리했다. 디즈니랜드 관광의 대미는 어둠 속 문화의 꽃 축제다. 밤의 축제와 야경은 감탄을 절로 불러일으켰다. 색색의 전구로 화려하게 장식된 행렬 차량과 사실적으로 세팅된 퍼포먼스, 공연 등으로 관광객들은 감탄을 금치 못하며 기분이 들떠있었다. 환호성과 계속 찍어대는 카메라 셔터 소리 또한 참 진기하다는 느낌을 자아낸다.

  7일은 부활절이었다. 오전 10시에 수정교회(Crystal Cathedral)에서 부활절 예배를 드렸는데, 참석한 사람들의 행색으로 보니 관광객이 대다수였다. 저들은 예배드리는 게 아니고 공연 구경하듯 예식 하나하나를 보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 우리는 예배를 마치고 2시경에 글렌데일 공원묘지(Forest Lawn Memorial Park & Mortuaries) 박물관에 있는 공연장(Hall of Crucifixion-Resurrection)에서 폴란드 화가(Jan Styka)가 그린 세계 최대크기(59mX14m)의 성화, 「예수의 십자가와 부활」을 웅장한 음악이 곁들인 해설과 함께 감상하고, 유니버설 스튜디오에 가서 관광한 후 그곳을 출발하여 버클리에 8일 새벽 1시 40분에 도착했다. 버클리를 떠나 일주일 동안 2,600 마일(약 4,160km)을 돌아다녔는데 아직도 내 기억 속에서는 생생한 장면이 물결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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