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여행(45)
시간의 여행(45)
  • 勁草 한숭홍 박사(장신대 명예교수)
  • 승인 2020.01.31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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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철학과 신학, 그 여정의 교수
① 샌프란시스코 상징성 그림(California 자동차 번호판) ② 골든게이트브리지(캡처한 사진) ③ 롬바르드 꽃길(1996.5.4)  ④ 롬바르드 꽃길(1996.8.3) ⑤ 케이블카를 기다리는 사람들 ⑥ 롬바르드 거리를 달리는 케이블카
① 샌프란시스코 상징성 그림(California 자동차 번호판) ② 골든게이트브리지(캡처한 사진) ③ 롬바르드 꽃길(1996.5.4) ④ 롬바르드 꽃길(1996.8.3) ⑤ 케이블카를 기다리는 사람들 ⑥ 롬바르드 거리를 달리는 케이블카

롬바르드 꽃길의 추억

   버클리에 있는 동안 여러 차례 샌프란시스코에 갔었다. 이 도시의 매력은 스콧 매켄지(Scott McKenzie)가 1967년에 불러 한때 선풍을 일으켰던 노래 「샌프란시스코」로 인해 내 가슴속에서 잔잔하게 여울쳤다. “샌프란시스코에 오게 되면 당신의 머리에 꽃 몇 송이 꽂으세요”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이 노랫말에서 ‘꽃’은 당시 전쟁(월남전)에 반대하는 세대에겐 평화의 상징이었다고 해설하는 음악평론가 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일종의 반전가요 성격의 노래라는데, ‘글쎄?!’. 1960년대 반전 포크 가수로는 밥 딜런, 조앤 바에즈(Joan Baez) 등이 젊은이들의 우상이었다.
   샌프란시스코에 처음 갔을 때는 그곳이 무엇 때문에 유명한지 모르고 거리 곳곳을 따라다니며 거리공연도 보고, 상가들의 아름다운 디스플레이도 눈여겨보고, 어딘지 모르는 작은 공원에서 휴식도 취하곤 하면서 이렇게 다녔다. 샌프란시스코는 비교적 작은 도시인데 볼거리와 눈요깃감이 많아 매번 갈 때마다 인상이 달라지고 가슴에 와닿는 느낌이 달랐다.

   버클리에서 샌프란시스코로 나갈 때는 오클랜드를 거쳐 베이브리지 2층으로 진입하고 돌아올 때는 1층을 타고 오곤 했다. 가끔 골든게이트브리지를 거쳐 리치먼드-샌 라파엘 브리지를 건너 돌아오기도 했다.
   기록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는 1906년 대지진으로 도시 80% 이상이 파괴된 아픈 역사가 있는데, 새로 건설한 도시 전경은 매우 멋지고 아름다웠다. 도시는 그 자체로 아기자기하면서 현대 문화와 예술이 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설치예술 같았다. 우리가 찾았던 그 당시(1996년 여름) 도시에는 게이 상징 무지개색 깃발이 창가에 걸린 카스트로 거리가 눈에 띄었는데, 그러면서도 퍽 조용하고 깨끗했다.
   요즘 그곳을 다녀온 사람들 이야기로는―주관적인 인상일 수 있겠지만―노숙자들과 마약 중독자들, 다양한 성소수자들(LGBT), 자살하는 사람들, 잡범들 등으로 온통 도시 분위기가 달라졌다는데, 역으로 생각해 보면 그만큼 시대가 문화를 새로 형성해 가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산 증거라 하겠다.

  

⑦ 베이브리지를 배경으로 트랜스아메리카 피라미드 ⑧ 트랜스아메리카 피라미드 전경 ⑨ 저녁녘 베이브리지 원경(캡처한 사진) ⑩ 유니언스퀘어에서 오클랜드를 배경으로 찍은 베이브리지 ⑪ 유니언스퀘어 거리에서(우리 애들 3남매)
⑦ 베이브리지를 배경으로 트랜스아메리카 피라미드 ⑧ 트랜스아메리카 피라미드 전경 ⑨ 저녁녘 베이브리지 원경(캡처한 사진) ⑩ 유니언스퀘어에서 오클랜드를 배경으로 찍은 베이브리지 ⑪ 유니언스퀘어 거리에서(우리 애들 3남매)


25년이라는 시간의 장벽은 이제 돌아갈 수 없는 높이로 쌓여가고, 시대를 흘러가던 공기마저 달라져 버렸기에 벌써 옛 향수가 묻혀 나오기 시작하는 듯하다. 어쨌든 도시는 이렇게 탈바꿈하며 새로운 문화와 문명의 흐름에 얹혀 진화한다.
   나는 샌프란시스코의 인상을 다섯 가지로 정리해보았다. 우선 첫눈에 들어오는 것은 금문교라는 골든게이트브리지를 빼놓을 수 없다. 안내 자료에 따르면 길이가 2,737m나 되는 긴 다리며 해수면에서 평균 높이가 67m 다리 중앙지점의 최대 높이는 81m라고 하니 그 위용만으로도 볼거리가 충분하리라고 본다. 수많은 포스터와 포스트 카드에서는 물론, 예술 영역에서도 수없이 다뤄지곤 하던 명물이다. 미국 토목학회가 20세기 토목기술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라고 극찬하는 곳인데,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본다.

   두 번째로 롬바르드 꽃길을 꼽을 수 있다. 그 길은 경사가 27도나 되어 노련한 운전자가 아니면 매우 두려운 곳이다. 5m에 한 번씩 급커브로 돌아 내려가야 하는데 차 한 대가 지나갈 수 있는 좁은 길 양쪽으로는 굽이마다 꽃들이 무성하게 조경되어 경관을 더욱 아름답게 연출하고 있었다.
   세 번째로 샌프란시스코의 상징인 케이블카를 꼽지 않을 수 없다. 유감스럽게도 나는 타보지 못했지만, 눈앞으로 지나가는 광경만 보아도 재미있고 신나 보였다. 숱한 영화와 관광객들의 여행기에도 빼놓지 않고 소개되는 이 명물은 이 도시만의 미관을 개성화한 상징의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넷째로 CNN이나 BBC 등 외국 텔레비전 방송에서 샌프란시스코에 관해 보도할 때면 ‘트랜스아메리카 피라미드’ 빌딩을 배경으로 특파원이 상황 보고를 하곤 하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다. 이 빌딩은 260m 높이의 48층 건물인데 독특한 건축구조로 인해 그 의미가 한층 더 돋보인다. 이 건축물 자체나 그 주변에 특이한 관광지가 있거나 볼거리가 있는 곳은 아니지만, 전형적인 마천루 숲에서 뾰족하게 솟은 피라미드형의 구조 때문에 도시의 랜드마크로 대표되는 것 같다.      

   다섯째는 베이브리지를 나는 꼽고 싶다. 규모나 교량 건축양식으로 보더라도 매우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는 교량인데 6개월 정도 후에 개통된 골든게이트브리지의 유명세에 밀려났지만, 오히려 통계수치나 지역 연결성으로 보면 그 비중이 훨씬 더 크다고 한다. 하루 교통량이 260,000대, 미국에서 가장 긴 다리 중 하나인데 길이가 무려 7.18km나 된다.

  

⑫ 그레이스 성당 ⑬ 듀이 제독 동상 ⑭ 코이트 타워(그 앞에 콜럼버스 동상이 있음) ⑮ 앨커트래즈섬 원경
⑫ 그레이스 성당 ⑬ 듀이 제독 동상 ⑭ 코이트 타워(그 앞에 콜럼버스 동상이 있음) ⑮ 앨커트래즈섬 원경

나는 관광의 목적을 어디에 맞추느냐에 따라 두 가지로 나누는데, 하나는 문화 관광의 특징을 살린 것으로 관광의 주요 목적은 문화를 보고 체험하고 배우는 것으로 만족한다. 그러나 이런 의미의 관광에는 많은 인내와 시간적 여유가 동반되어야 느긋하게 즐길 수 있다.     다른 하나는 도시마다 풍겨내고 있는 특색있는 볼거리나 풍광, 풍속놀이 등을 음미하며 그 속에서 그 도시를 문화화하고 있는 개성을 눈여겨보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도시의 일상생활이 어떻게 문화로 개성화되었는지, 도시의 진화 과정이 어떻게 예술로 승화되었는지 알아가게 되며 점점 그 깊이에 몰입하게 된다. 이런 여행의 장점은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을 때 가능하며 그때 인상된 것이 그 후에 삶의 어느 한 동인으로 가끔 자극을 일으키기도 한다. 단점은 눈요기 관광(sightseeing)이 되기 쉽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대인은 관광지의 문화 영역을 이미 직간접적으로 많이 경험한 바 있으므로 나는 이 두 종류의 관광을 상황과 조건에 따라 번갈아 가며 감상하거나 즐기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샌프란시스코에는 많은 명소와 문화공간, 볼거리와 먹거리, 젊음의 자유와 생동감 등이 넘친다. 지리적으로는 골든게이트 파크, 미션 돌로레스 파크, 베이브리지를 건너다보고 있는 유니온스퀘어, 롬바르드 꽃길 근처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피셔맨스 워프, 피어 39, 시청 청사, 듀이 제독 동상, 코이트 타워 등을 꼽을 수 있으며, 알라모스퀘어와 ‘페인티드 레이디스’(painted Ladies)라고 불리기도 하는 빅토리안 양식의 예쁜 집들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골든게이트브리지 건너 소살리토도 샌프란시스코 관광에서는 놓칠 수 없는 명소라고 생각한다.

   우리 가족은 8월 말에 귀국하기에 앞서 샌프란시스코와 그 주변 휴양림과 해변 등을 다시 한번 찾아가서 보고 느끼며 그 인상을 추억으로 소중히 기억해 놓았다. 아직도 그 인상은 생생한데 25년은 어디로 흘러갔는가? 세월은 내 몸의 탄력마저 싣고 나도 알 수 없는 어디론가 흘러갔는데, 그 대답은 바람만 알 수 있으려나. 밥 딜런의 노래 가사 “The answer is blowin' in the wind.”가 새삼 내 머리에 맴돌며 내 마음을 그때로 데려가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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