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여행(46)
시간의 여행(46)
  • 勁草 한숭홍 박사(장신대 명예교수)
  • 승인 2020.02.04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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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미국 일주

  

① 옐로스톤 국립공원(1996.6.29) ② 공원을 거닐며(1996.6.30) ③ 공원의 한가로운 오후  ④ 간헐천을 배경으로 ⑤ 공원의 신비로운 자연1 ⑥ 공원의 신비로운 자연2 ⑦ 분출하는 올드 페이스풀 물기둥
① 옐로스톤 국립공원(1996.6.29) ② 공원을 거닐며(1996.6.30) ③ 공원의 한가로운 오후 ④ 간헐천을 배경으로 ⑤ 공원의 신비로운 자연1 ⑥ 공원의 신비로운 자연2 ⑦ 분출하는 올드 페이스풀 물기둥

   자동차로 미국을 일주한다는 것은 모험이다. 더욱이 운전할 수 있는 사람이 한 명인 경우는 아주 무모한 일이다. 26일 동안 미 동북부 캐나다까지 돌아보는 것은 시간의 촉박함과 건강, 인내심이 가장 요구되는 필수 조건일 것이다.

   나는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보여주고 훗날 어느 땐가는 그들 스스로 시간적 여유를 갖고 다시 여행하며 미국의 더 깊은 곳까지도 체험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이번 여행을 계획했다.
   제한된 원고 분량으로 인해 여행 스케치를 간략하게 줄일 수밖에 없어 글이 조각조각 이어짐은 그 때문이다.

솔트레이크

   나는 2월부터 나의 신학구상을 시작했고, 새 학기 강의 과목에 필요한 최근의 자료도 수집하며 지냈다. 6월 초에 내 계획의 일부 구상이 정리되었다. 아이들도 2학기부터 한국에서 공부해야 하므로 자퇴서를 제출하고, 재학증명서, 성적 증명서, 학교의 평가서, 전학 증명서 등을 신청하며 귀국 준비를 했다. 아이들은 우수한 성적으로 학기를 마쳤다.
   8월 말이면 귀국해야 한다. 2학기부터 강의를 해야 하고, 교회에서도 9월부터 출석해야 한다. 6월 13일(목) 버클리 모든 중고등학교가 여름방학에 들어갔다. 나는 아이들에게 미국의 참모습을 될 수 있는 대로 많이 보여주어 견문을 넓혀주려고 미국 일주를 감행했다. 귀국 준비를 마쳤기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우리 가족은 미국 일주 길에 올랐다. 큰딸은 한국에서 친구 두 명이 와서 친구들과 미국 동부에서 플로리다까지 여행계획을 짜두어서 가족 여행에는 함께하지 못했다.

우리 가족 중에 아내만 운전할 수 있었다. 첫날 버클리에서 오전 9시경에 솔트레이크로 출발했다. 가는 길에 유타 대학을 구경하고, 그 주변을 보고 중간중간 주유소에서 주유하고 쉬고 떠나곤 하며 저녁 6시경 하얀 소금이 눈처럼 덥힌 호수의 도시 초입에 들어섰다. 30분 정도 더 가서 홀리데이인에 숙소를 정하고 저녁 식사를 하고 다음 날 일정을 짜고 있는데, 도시가 북적거려 내려다보니 그날 그곳에서 무슨 축제가 있었다, 악대가 지나가고 화려한 의상을 입은 행렬이 그 뒤를 이어 지나가는 데 어디서 왔는지 사람들이 물결치며 그 뒤를 따라간다. 우리도 나가서 구경하는데, 남녀 젊은이들은 구경하며 환호하기도 하고, 구석 곳곳에서는 한 무리씩 모여 축제를 즐기며 여름밤을 보내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을 먹고 짐을 챙겨 차에 실어놓고 시내 관광에 나섰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모르몬교 본당에 들려 그 안까지 들어가서 구석구석 구경하고 있는데, 한국에서 온 청년 남녀가 다가왔다. 그들은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유학생들이었다. 우리를 안내하며 간략하게 역사를 이야기해주었다. 그곳을 나와 시내 곳곳을 찾아다니며 관광하고, 저녁에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우리는 볼 것이 많으면 그곳에 하루 이틀 더 머물고, 그렇지 않으면 하루나 반나절 정도 머물곤 다음 목적지로 떠가곤 했는데, 대체로 저녁을 먹고 출발했다. 그래야 아이들에게 미국을 일주하며 더 많은 곳을 보여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저녁에 출발하여 목적지에 도착하기 한두 시간 정도 전에 시골이나 소도시의 인이나 모텔에서 지냈다. 관광지에서는 예약 없이 가면 방 얻기가 매우 어렸다.

   아내는 아침 일찍부터 혼자 차를 운전해야 하므로 매우 지치고 힘들었겠지만 한 번도 그런 기색을 내지 않고 즐겁게 매일 동부로 달렸다. 가는 도중에 어느 작은 시골 벌판에 보석 채굴하던 폐광에 박물관이 있다는 간판을 보고 찾아가 아이들에게 들어가 보고 오라고 했더니 잠시 후에 나와서는 입장료가 아깝다며 투덜거렸다. 주유소에서 간식을 먹으며 쉬고는 다시 떠났다.
   가는 도중에 때가 되면 식당 간판이 붙어있는 곳에 들어가 식사하고, 차 엔진도 식힐 겸 한참 쉬고는 또 떠나곤 했다. 우리는 식사를 밖에서 해결하고 식사 준비하는 시간 만큼 더 쉬는 방식으로 여행을 했다. 독일에 있을 때 네덜란드, 벨기에, 영국, 스페인, 슈트라스부르크 등을 관광할 때도 늘 이렇게 여행했다. 동부로 가는 도중에 유령 박물관이 있다는 곳, “작은 그랜드 캐니언”이라는 곳에도 잠시 들려 구경할 겸 쉬고, 각 주를 지나며 펼쳐지는 대 평야와 자연의 매력에 감탄하며 우리 차는 달렸다. 우리 여행의 특징은 목적지가 없는 것이다. 우리는 가서 보고, 체험하고, 감상하고는 다음 관광지를 찾아가는 방식으로 여행을 이어갔다.

⑧ 하룻밤 묵었던 숙소(전체 통나무 구조물) ⑨ 시카고대학교 캠퍼스 안내간판(1996.7.3) ⑩ 시카고대학교 상징 건물 ⑪ 시카고 필드자연사박물관 1(1996.7.3) ⑫ 시카고 필드자연사박물관 2(1996.7.3)

옐로스톤

   옐로스톤은 정말 절경이었다. 바위산과 강, 호수를 지나 눈 앞에 펼쳐지는 광경! 요즘에는 한국에서도 많은 사람이 옐로스톤 국립공원을 찾아가 곳곳을 둘러보고 아름다운 필치로 감상문을 남기고 있어 나는 내가 보며 느낌 감상을 글로 남길 생각은 없다.
   와이오밍, 몬태나, 아이다호주와 접경되어있는 옐로스톤에서 나는 올드 페이스풀 간헐온천과 매머드 온천, 바위산, 호수와 강의 원시적 느낌에 매료되었다. 자연에서 자연 그대로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버펄로, 흑곰들이 간헐온천 건너편에서 어슬렁거리며 숲길로 이동하는 한가로운 모습은 인간과 자연, 동물과 식물의 하나 됨 같은 강한 느낌에 빠져들게 했다. 올드 페이스풀 간헐온천은 52m 치솟으며 몇 분씩 온천수를 뿜어내는데, 관광객들은 그곳에서 멀리 떨어져 구경하기도 하고 그 근처에 가서 사진 찍으며 장엄함에 압도되어갔다. 뿜어나오는 온천수를 다시 보려면 보통 3, 40분, 때로는 1시간이 넘게 기다려야 했다.

마운트 러시모어 큰 바위 얼굴 조각상

   옐로스톤에서 일박하며 많은 곳을 둘러보고 마운트 러시모어 내셔널 메모리얼로 향했다. 저녁에 출발하여 절벽 위를 아슬아슬 돌아 내려가다 가파른 내리막 언덕에서 도로에 쏟아진 모래에 차가 미끄러져 한 바퀴 돌며 호수 쪽으로 밀려가다 호숫가에서 50cm 정도 떨어진 지점에 멈춰 섰다. 우리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한참 차 안에서 안정을 취하고 그곳을 빠져나왔다. 바로 우리가 빠져나오고 입구가 차단되었다. 밤늦은 시간에는 출입이 금지되었다. 출구를 나와 30분쯤 더 달려 아주 허름한 모텔에 묵게 되었는데, 그곳에 있는 유일한 모텔이었다. 그곳은 관광지도 아니고 농촌 지역도 아닌, 아주 깊은 산속이었다.

   아침에 몇 시간을 달려 마운트 러시모어 큰 바위 얼굴 조각상에 올라갔다. 조지 워싱턴, 토머스 제퍼슨, 에이브러햄 링컨, 시어도어 루스벨트 등 미국 대통령 4명의 얼굴이 바위에 새겨진 전경은 사진으로만 보았었는데, 실제 그 앞에 서니 미국의 힘이 이 조각 하나로도 느껴졌다. 동부로 달려가다 초저녁, 또 하루의 여정이 저녁 해와 더불어 저물었다.

⑭ 존 핸콕 센터에서 본 시카고 스카이라인과 미시간 호수 2 ⑮ 시어스 타워에서 본 시카고 강이 흐르는 남쪽 전망 ⑯ 시카고 도시 일부 관경 ⑰ 예술 작품 앞에서

시카고

   시카고로 가는 도중에 다음날 호텔 체크아웃 시간까지 쉬며 피곤을 풀곤 다음 날 좀 늦게 목적지로 향했다. 오후 3시경 남쪽 프리웨이에서 시카고 방향으로 계속 직진하다 길을 잘못 들어섰다. 가다 보니 폐가나 다름없는 오래된 붉은 벽돌 건물들과 창문 유리창이 모두 깨지고 벽에 낙서투성이로 된, 한눈에 봐도 우범지대 같은 곳이 나왔다. 거리에는 험상궂은 사람들이 몇 명씩 집 앞에 멍하니 앉아있었고, 10대로 보이는 청소년들은 장난질하다 멀리서 우리 차가 오는 것을 보곤 유심히 쳐다보고 있었다. 아내는 우범지대에서 차를 멈추면 안 된다는 말을 들었기에 쏜살같이 그곳을 지나갔다. 그곳을 벗어나 한참을 달리다 아주 작은 한인 상점을 발견하고 도심지로 가는 길을 물어 20분 정도 더 달려 그 지역을 벗어났다. 경찰차가 가끔 지나가는 게 보였지만 범죄는 그사이에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어 우리는 넋이 반쯤 나갔다.

   저녁 5시경에 시내 쪽으로 들어가니 차들이 붐비고, 행인들이 북적거리며 정신없을 정도로 생동감이 넘쳤다. 시카고에 진입하며 받은 첫인상 때문인지, 1930년대 범죄 도시, 마피아 도시였던 시카고의 영상이 실감으로 다가왔다. 저녁을 중국식당에서 먹으며 긴장을 풀었다. 옐로스톤에서 수장될 뻔했던 일과 시카고로 들어오며 가슴 졸였던 일은 미국 여행 중 기억조차 하기 싫은 경험이었다.

   다음날 오전에는 시카고대학교에 가서 아이들에게 명문대학교를 구경시켜주고, 구내 서점과 캠퍼스 등을 구경하고 시내로 나갔다. 한 시간 이상씩 줄 서서 기다려 핸콕 센터에도 올라갔고, 시어스 타워(2009년부터 윌리스 타워)에도 올라가 시카고 전경을 내려다보았다. 정말 바둑판처럼 도로가 직선으로 뻗어있었고, 곳곳에 빌딩들이 개인 주택과 어울리며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다음날은 자연사박물관에 가서 몇 시간을 둘러보고, 해설을 들으며 보냈다. 하루는 미시간호숫가를 끼고 있는 에번스턴에 가서 노스웨스턴대학교를 들러보며, 아름다운 캠퍼스와 호수풍경이 어울려진 이곳에서 대학의 낭만과 학문의 자유를 논할 때 현실감이 있지 않겠나 라는 생각을 했다.

   1985년 더뷰크대학교 신학대학 교환교수로 갔던 때 시카고에 이틀 머물며 보았던 도시 풍경이 지금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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