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여행(47)
시간의 여행(47)
  • 勁草 한숭홍 박사(장신대 명예교수)
  • 승인 2020.02.09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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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미국 일주
① 나이아가라 무지개다리(1996.7.4) ② 캐나다에서 본 미국 나이아가라 폭포 ③ 캐나다에 속하는 나이아가라 말발굽 폭포 ④ 토론토에 있는 온타리오주 입법부 건물(1996.7.5) ⑤ 토론토 구시청사
① 나이아가라 무지개다리(1996.7.4) ② 캐나다에서 본 미국 나이아가라 폭포 ③ 캐나다에 속하는 나이아가라 말발굽 폭포 ④ 토론토에 있는 온타리오주 입법부 건물(1996.7.5) ⑤ 토론토 구시청사

나이아가라 폭포

   7월 4일(목) 나이아가라 폭포를 보기 위해 가던 도중에 버펄로에서 철길 옆으로 진입했는데 시카고에서 경험했던 악몽 같은 분위기가 느껴져 허겁지겁 그곳을 벗어나 프리웨이 진입로로 빠져나왔다. 물론 버펄로시 초입의 철로가에 있던 폐허 된 공장들과 낡고 허물어진 폐가 등이 있어 그런 느낌을 받았지만, 시의 중심은 보지 못해서 버펄로 자체에 대한 인상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어쨌든 그 당시로는 공포감이 전신에 느껴졌다.
   나이아가라에 도착하여 몇 시간 줄 서서 여권 검사와 차 수색을 마치고 도강비용을 내고 무지개다리를 건너 캐나다로 넘어왔다. 강가 전망대에서 미국 쪽의 나이아가라 폭포를 바라보고, 밑으로 내려와 강가를 따라가다 캐나다 쪽의 말굽 폭포(Horseshoe Falls)를 보며 장엄한 물줄기와 하늘로 치솟는 물안개, 하얀 물거품을 뿜어내며 쏟아져 내리는 폭포수에 말을 잃었다.
   옐로스톤에서도 그런 인상을 받았지만, 이곳을 보면서도 ‘한국에 이런 곳이 하나만이라도 있었으면…’ 잠시 그런 감상에 젖기도 했다. 물보라가 바람에 날려 간간이 얼굴을 적시곤 했다. 그래도 상쾌했다. 노란 우비, 빨간 우비를 입은 관광객들이 유람선 갑판 위에 앉아 폭포 쪽으로 다가가기도 하고. 더 가까이 가서 솟구쳐올라 쏟아지는 물보라를 맞으며 즐거워하는 것이 아름다웠지만 나는 구경만 했다.

토론토

   저녁을 먹고 토론토로 떠났다. 그곳에 숙소를 정하고, 우리는 숙소 근처에서 간식을 먹고 그동안 쌓인 피로감을 풀려고 휴식을 취하며 앞으로 캐나다에서의 일정을 세웠다.
   5일(금) 늦은 아침에 숙소를 나와 시내 관광에 나섰는데 옛 건축물들은 유럽의 어느 도시에 있는 것 같다는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유사성이 많았다. 온타리오주 입법부 건물(토론토는 온타리오주 수도), 토론토 구 시청 건물 등은 아름다운 품위를 풍겨주고 있었다.
   새로운 고층건물은 첨단 디자인으로 지어져 화려하며 도시를 더욱더 조화있게 꾸며 놓았다. 그 반면에 뒷골목은 비교적 한산했다. 가게에 진열되어있는 상품도 유행을 타지 않는, 그래서 시대에 뒤떨어져 있는 것 같다고 느끼게 한다. 도시가 조화와 균형을 이루어 가고 있는 분위기를 통해 토론토의 과거와 현재를 한눈에 볼 수 있었고, 도시가 젊어지며 방출하고 있는 에너지에선 미래를 읽을 수 있었다.
   유입되는 이민자들로 도시가 급속히 팽창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런 도시 현상의 변화는 문화의 다양성을 이루며 도시에 생동감을 더해주고 있었다. 한마디로 이 도시의 특색은 과거-현재-미래가 응집되어가고 있는 듯한 묘한 느낌을 준다.

⑥ 몬트리올 자크 카르티에 광장에 세워진 넬슨 제독 동상(1996.7.6)  ⑦ 몬트리올 시청사 ⑧ 몬트리올 봉스쿠르 마켓 앞 공원에서 ⑨ 몬트리올 세인트로렌스강 언덕 위에 있는 시계탑 전망대
⑥ 몬트리올 자크 카르티에 광장에 세워진 넬슨 제독 동상(1996.7.6) ⑦ 몬트리올 시청사 ⑧ 몬트리올 봉스쿠르 마켓 앞 공원에서 ⑨ 몬트리올 세인트로렌스강 언덕 위에 있는 시계탑 전망대

몬트리올
   7월 6일(토) 몬트리올에 도착하여 시내 관광으로 보냈다. 몇 블록씩 떨어진 곳에 명소들이 있었는데, 유럽식 건축 양식으로 지어진 건축물 들이었다. 걸으며 구경하다 벤치에서 쉬며, 간단한 스낵 같은 것을 먹기도 하다 점심때가 되어 식사하곤 도시 중심지를 다니며 관광했다.
   자크 카르티에 광장에 세워진 넬슨 제독 동상과 시청사를 보며 도시의 변화 과정이 느껴졌다. 그런데 이 도시는 토론토보다 좀 더 보수적이며 미학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명소들은 오래된 건축물이며, 새로 지어진 대다수 건물은 그 당시 건축 양식이나 디자인 면에서 보면 토론토의 고층 빌딩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도시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감성이 흘러나오는 듯한 멋이 있었다.
   오후에는 봉스쿠르 마켓(Marché Bonsecours) 앞 광장에서 여유로움을 느끼며 쉬고 세인트로렌스강 언덕 위에 세워져 있는, 몬트리올의 상징성이 담긴 시계탑 전망대를 둘러보며 일정을 마쳤다. 도시가 조용하게 흐르고 있는 강과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날 하루를 도시 관광으로 보내고 늦은 저녁 퀘벡으로 출발했다.
   

⑩ 퀘벡에서 하룻밤 묵었던 호텔(1996.6-7) ⑪ 퀘벡주 의회 의사당(1996.7.7) ⑫ 퀘벡 노트르담 대성당 ⑬ 대성당 제단 ⑭ 샤토 프롱트낙 호텔 앞 광장 1 ⑮ 샤토 프롱트낙 호텔 앞 광장 2
⑩ 퀘벡에서 하룻밤 묵었던 호텔(1996.6-7) ⑪ 퀘벡주 의회 의사당(1996.7.7) ⑫ 퀘벡 노트르담 대성당 ⑬ 대성당 제단 ⑭ 샤토 프롱트낙 호텔 앞 광장 1

퀘벡

   6일 밤 11시경에 퀘벡 근교에 도착했다. 여러 군데 호텔과 인을 찾아다녔는데, 여름 축제에 온 관광객으로 숙소를 얻기 어려웠다. 1시간 이상을 헤매다 스키장 근처 작은 호텔에서 사정하여 묵게 되었는데, 직원이 묵는 방을 내주었다.
   침실정리를 하고 침구를 갈고 있는 동안 계산을 하는데, 먼저 여권을 보여달라고 한다. 꼼꼼히 살펴보고는 숙박지를 쓰란다. 국적 및 주소, 미국 내 주소와 연락처, 여행목적, 여행자 간의 관계, 숙박일 수, 전 숙박지, 다음 목적지 등등 지금까지 어디에서도 이렇게 숙박지를 쓴 적이 없어 불쾌했지만 오늘 밤 눈을 붙일 수 있게 해주었으니 감내하자는 심정으로 칸을 채워 내밀었다. 그는 카드를 받아 결제한 후에 방으로 안내했다. 이 층에 있는 방이었는데 매우 깨끗하고 조용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밖에 나가 스키장 초원과 정원을 구경하고 집 주위 호수를 둘러보는데, 호숫가에는 별장 같은 예쁜 집들이 군데군데 눈에 띄었다. 한 폭의 풍경화에 파묻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화로움이란 이런 곳에서 살며 느껴지는 게 아닐까 잠시 그런 생각을 하고, 식당으로 들어가니 대도시의 호텔이나 인에서 먹던 시리얼류의 아침 식사와는 다르게 음식이 깔끔하게 차려져 있었다. 가정식인 듯한데 음식에 정성이 담겨있어 보였다. 식당은 예스러운 갈색 가구와 고전적인 유리 찬장들로 단아하게 꾸며져 매우 깔끔하고 고급스러웠다.
  

⑯ 퀘벡 예술 거리 ⑰ 퀘벡 구시가지 1  ⑱ 퀘벡 구시가지 2 ⑲ 부티크 노엘(크리스마스 장식품 가게)
⑮ 샤토 프롱트낙 호텔 앞 광장 2 ⑯ 퀘벡 예술 거리 ⑰ 퀘벡 구시가지 1 ⑱ 퀘벡 구시가지 2 ⑲ 부티크 노엘(크리스마스 장식품 가게)

호텔에서 나와 한 시간 정도 달려 퀘벡 구시가지에 도착했다. 첫눈에 들어온 것은 퀘벡주 의회 의사당이었다. 이곳도 관광 명소 중의 하나로 소개되어 있었다.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북미에서 가장 오래되었다는 노트르담 대성당(Notre Dame Cathedral-Basilica)이 있다. 1647년에 지어졌다는데 당대 유럽의 성당들과는 건축 양식이 달랐다. 십자가 종탑 하나가 세워지지 않은 미완성 건축물이었다. 겉모양은 웅장하지도 화려하지도 않았는데 안에 들어가 제단을 보는 순간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너무 화려하고 찬란했다.
   구시가지를 지나 잠시 언덕길을 올라가니 샤토 프롱트낙 호텔이 눈앞에 들어왔다. 호텔의 웅장하고 고풍스러움이 도시 분위기와 잘 어울렸다. 그날 그 아래 광장에서 축제가 벌어졌는데, 축제 팡파르와 수많은 사람이 어울리며 모두 흥겨운 오후를 즐겼다. 이곳이 관광 도시이기 때문인지 이런 여름 축제로 관광객의 기분을 한껏 흥겹게 하려는 것 같았다.
   축제 때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긴 꼬챙이에 매달린 은색 풍선, 나무 꼬챙이 끝에 붙인 별사탕과 솜사탕, 갖가지 기념품들이 아이들의 마음을 들뜨게 한다. 그곳에서 올려다보이는 샤토 프롱트낙 호텔을 눈여겨보고 골목으로 내려가 미술 거리, 옛 골목길, 가계들이 이어져 있는 거리를 거닐며 도시의 정취에 빠져들었다. 도시는 아담하고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었다. 인형의 집들이 모여있는 것 같기도 하고 예쁜 세트장 같기도 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내는 「부티크 노엘(Boutique Noel)」이란 간판을 보고 가게에 들어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1층과 2층에 있는 크리스마스 장식품 하나씩 구경하며 즐겼다. 크리스마스를 가장 좋아하는 아내에게 아주 오래전부터 내가 지어 준 별명은 ‘크리스마스 귀신’이다.
   거리 골목을 여기저기 다니며 구경하고 세인트로렌스강 선착장으로 내려가서 배표를 사고 기다려 유람선을 타고 한 시간 정도 강 하류까지 내려갔다 올라왔는데, 절벽 위에 펼쳐져 보이는 도시도 그림 같았다. 석양 녘에 우리는 미국으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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