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여행(48)
시간의 여행(48)
  • 勁草 한숭홍 박사(장신대 명예교수)
  • 승인 2020.02.15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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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미국 일주
① 보스턴 올드 사우스 교회(1996.7.8) ② 하버드대학교 교정에 세워진 기념관 ③ 하버드대학교 와이드너 도서관 ④ 보스턴 옛 건물 벽에 그려진 벽화 ⑤ 보스턴 시계탑
① 보스턴 올드 사우스 교회(1996.7.8) ② 하버드대학교 교정에 세워진 기념관 ③ 하버드대학교 와이드너 도서관 ④ 보스턴 옛 건물 벽에 그려진 벽화 ⑤ 보스턴 시계탑

보스턴

   퀘벡에서 프리웨이 73번 도로를 따라 미국 국경 쪽으로 한 시간 정도 달리는 동안에는 경작지와 드문드문 농가 몇 채씩 모여있는 마을이 보였다. 1시간 정도 지나서부터는 울창한 숲 사이로 달렸는데 한참을 달려도 오가는 차도 거의 없고 한적하여 직선으로 뻗어있는 길을 따라 무작정 남쪽으로 직행했다. 강가를 끼고 한참을 더 달리다 어느 작은 도시를 몇 번 지나고 나선 다시 정글 같은 숲 사잇길로 외롭게 달려 마침내 메인주 잭만(Jackman) 국경 검문소(Sandy Bay Township)에 도착했다. 캐나다 국경 검문소는 여권만 보여주고 그냥 통과되었다.

   미국 국경 초소에 진입하며 여권을 내밀었다. 차를 갓길에 세우게 하곤 이것저것 묻곤 차에 사냥한 동물이나 밀수품이 있느냐 물어 없다고 하니 트렁크를 열란다. 짐을 여기저기 들춰보고, 몇 가지 더 묻고는 안에서 여권 검사를 하고 나와서 돌려주었다. 검문을 통과하고 그곳 상가에서 간식을 먹으며 쉬곤 201번 도로로 밤늦게 보스턴 인근 마을에 있는 홀리데이인에서 밤을 보내고 7월 8일(월) 아침에 보스턴에 도착했다.

   먼저 MIT에 들려 아이들에게 돔 건물 안에까지 들어가 구경시켜주었다. 건축 양식도 웅장하고 신기했다. 하버드대학교에 가서 아이들과 교정 곳곳을 다니며 미국 남북전쟁 때 전사한 동문을 기리기 위해 세운 기념관과 와이드너 도서관을 둘러보았는데, 1912년 타이탄 호 침몰로 숨진 졸업생 해리 엘킨스 와이드너 어머니가 도서관을 기증했는데 3년 공사 후 1915년 6월 24일 졸업식 때 개관했다는 글을 읽으며 마음이 숙연해졌다. 아들을 기리는 어머니의 마음을 담은 이 뜻깊은 도서관의 내력을 알고 보니 아들에 대한 애틋한 모정이 내 몸에도 스며왔다.

   캠퍼스 근처 책방과 거리를 다니며 몇 가지 기념품도 사주고 찰스강 건너 보스턴대학교에 가서 캠퍼스와 구도시 주택가 주변을 다니며 구경을 했다. 보스턴 구도시에는 붉은 벽돌 주택들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며 줄지어 붙어있었는데, 1970년대 초 영국 여행 중에 어느 도시에서 본듯한 주택가가 연상될 정도로 영국풍의 건축 양식으로 계획된 도시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곳을 벗어나 바닷가 공원에서 묵묵히 물결만 쳐다보고 있었다. 중학교 땐가 세계사 시간에 배웠던 보스턴 차 사건(Boston Tea Party, 1773)이 벌어졌던 선창에서 그때의 상황을 상상해보곤 자리를 털고 일어나 그 근처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뉴욕으로 출발했다. 뉴욕에 거의 접근해 가며 한적한 마을 홀리데이인을 발견하고 그곳에 여장을 풀고 밤을 보냈다. 대도시에서 숙소를 찾아다니는 것은 퍽 피곤하다. 근교에서 자고, 식사하고, 아침에 주유하고 다음 목적지로 떠나곤 하는 여행 스타일이 우리의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피곤도 풀리고, 여행 목적지에서 시간도 많이 벌 수 있어 볼거리를 많이 접할 수 있다.

⑥ 뉴욕 UN 본부 앞(1996.7.9) ⑦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전망대에서 ⑧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에서 내려다본 뉴욕시 ⑨ 리버티섬에서 맨해튼 스카이라인을 배경으로(1996.7.11) ⑩ 자유의 여신상
⑥ 뉴욕 UN 본부 앞(1996.7.9) ⑦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전망대에서 ⑧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에서 내려다본 뉴욕시 ⑨ 리버티섬에서 맨해튼 스카이라인을 배경으로(1996.7.11) ⑩ 자유의 여신상

뉴욕

   9일(화) 아침에 뉴욕에 도착했는데 날이 화창했다. 뉴욕은 볼거리가 많고, 세계 모든 인종이 모여있는 공간이므로 시간적 여유를 갖고 과거와 현재, 원시성과 현대성을 깊이 음미하며 봐야 한다. 그렇다고 그 많은 명소와 관광지, 문화 시설 등을 모두 찾아다니며 여유 있게 보려면 몇 주가 걸릴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뉴욕 관광지도를 펴놓고 시간적 제한 때문에 센트럴파크를 중심으로 배터리 공원까지 그사이 사이 유명한 거리와 건축물, 조각상 등 몇몇 명소만 정해서 구경하기로 했다.

   뉴욕 관광에서 유엔본부,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스카이라운지에서 뉴욕과 그 건너 뉴저지까지 보는 별미, 그리고 맨해튼 마천루를 찾아다니며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세계의 도시 뉴욕의 면모를 읽을 수 있었다. 거리 공연과 갖가지 퍼포먼스, 허름한 담벼락에 내깔겨 쓴 낙서와 입체적이며 눈부실 정도로 환상적인 낡은 건물 벽의 그라피티, 브로드웨이-타임스퀘어-브루클린 다리와 그 주변 거리, 현란한 네온사인과 대형 광고판의 예술적 광고 내용, 밤을 잊게 하는 생동성, 이런 복합성이 넘치는 낮과 밤의 뉴욕을 보며 이런 것이 뉴욕의 뉴욕다움임을 실감했다.

   11일(목)에는 자유의 여신상(실제로는 뉴저지에 속한 것)을 보러 배표를 사고 차례가 올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선착장 공터에서 거리 공연을 구경했다. 분장한 재주꾼들이 재미있는 묘기를 곳곳에서 펼쳤다. 그런데 이 또한 이곳 여행의 별미라 하겠다. 차례가 되어 승선하고 허드슨강 입구 리버티섬에 도착했다. 나는 내부 구경을 하고 엘리베이터로 전망대까지만 올라가 맨해튼 스카이라인을 전망했다.

   12일(금)에는 뉴욕의 이곳저곳을 다니며 밀려오고 밀려가는 다양한 군중의 활기찬 행태, 무질서한듯한 복잡성 속에서 질서 있게 움직이고 있는 도시의 사회성 같은 것을 보며 무엇이 이 도시를 이렇게 이끌어가고 있는가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배터리 공원에서 예술 조형물들을 감상하고, 그 길로 워싱턴으로 출발했다.

   나의 뉴욕 인상기는 극히 제한된 일부의 현상에 대한 주관적 느낌이며 감상이므로 결코 보편화할 수는 없겠으나 나 자신으로서는 이런 인상으로 지금도 뉴욕은 내게 다가오고 있다.
   큰딸은 한국에서 온 친구 두 명과 함께 동부 지역으로 자유여행을 떠나서 우리 가족과 미국 일주에 동행하지 못했다. 뉴욕에 머물 때 한인이 운영하는 호텔에 투숙하기로 예약하고 떠났기에 우리도 그 기간에 맞춰 그 호텔에 투숙했다. 여대생 세 명이 버클리에서 이 호텔에 예약하고 왔는데, 딸 이름은 이러하다고 설명하며 투숙하고 있냐고 정중하게 물었는데 귀찮다는 듯 “그런 사람 없어요!”라고 한마디 하곤 대화를 끊어버렸다. 집에 전화해도 신호만 갈 뿐이다. 우리는 여자애들 걱정에 플로리다까지 여행하려던 계획을 앞당겼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서 들으니 자신들도 그 전날부터 거기에 며칠 머물렀단다.

⑪ 미국 의회 의사당(1996.7.13) ⑫ 백악관과 워싱턴시 전경 ⑬ 스미스소니언 박물관 앞 ⑭ 스미스소니언 박물관 본부 ⑮ 스미스소니언 항공우주 박물관 전시품들  ⑯ 워싱턴 한국전쟁 추모공원

워싱턴 DC

   7월 12일(토) 오후에 뉴욕에서 하이웨이 I-95(Interstate 95)로 진입하여 필라델피아와 볼티모어를 지나 늦은 저녁에 워싱턴에 도착했다.
   도착한 다음 날 아침부터 국회의사당과 백악관을 둘러보고, 링컨 기념관, 토머스 제퍼슨 기념관을 찾아가 보고 곳곳에 세워진 동상들과 기념물들을 스쳐 가며 눈으로 관광하고, 스미스소니언 항공·우주박물관을 관광한 후, 워싱턴 북동쪽에 있는 국립 대성당에 가서 교회 내부와 주변, 신학교 등을 둘러보고 석양 녘에 워싱턴으로 돌아왔다.

   이 대성당은 성공회에 속하는데 미국의 국가 행사나 대통령 장례식 등이 거행되곤 할 때마다 뉴스를 통해 봐와서 익숙해 있었다. 실제로 와서 보니 대단히 웅장하고 아름다웠다. 북미 최대 크기의 성당이며 세계 10대 성당에 속한다고 하는데 1907년에 시작하여 1990년에 완공되었다니 우리가 방문했을 때 6년 되는 때였다.

   14일(일) 아침 일찍 조지 워싱턴이 3살 때인 1735년 웨이크필드에서 옮겨와서 성장하며 죽을 때까지 살았던―정치가로서 활동할 때와 대통령 시절에는 잠시 떠나있기도 했던― 마운트 버넌에 갔다. 워싱턴 관광 때 거의 빠트리지 않고 꼭 들려야 하는 명소로 관광 안내 책자에 소개되어있는 곳이다.   

⑰ 워싱턴 대성당(Washington National Cathedral) ⑱ 워싱턴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앞 꽃밭에서 ⑲ 마운트 버넌 워싱턴 저택(1996.7.14) /포토맥강 나루터 ⑳ 루레이 동굴 입구 ㉑ 루레이 동굴 석순 ㉒ 매머드 동굴 국립공원(1996.7.15)
⑰ 워싱턴 대성당(Washington National Cathedral) ⑱ 워싱턴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앞 꽃밭에서 ⑲ 마운트 버넌 워싱턴 저택(1996.7.14) /포토맥강 나루터 ⑳ 루레이 동굴 입구 ㉑ 루레이 동굴 석순 ㉒ 매머드 동굴 국립공원(1996.7.15)

오래 줄 서 기다리다 입장해서 집 내부와 생활공간, 살림살이 등을 구경하며 당시의 생활상과 수준을 읽을 수 있었다.
   워싱턴은 훗날 노예 해방에 어느 정도 수긍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이곳 별채에서 지냈던 노예들의 열악한 주거시설과 생활환경을 보며 워싱턴의 참모습이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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