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경제시국'에 추경 가시화…"위기 수준 강력 대응 필요"
'비상경제시국'에 추경 가시화…"위기 수준 강력 대응 필요"
  • 장서우 기자
  • 승인 2020.02.24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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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4년 연속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이 가시화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국내 확산세가 빨라지면서 정부는 감염병 위기 경보를 격상했고, 여당에선 추경의 당위성에 연일 힘을 싣는다.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최근 며칠 새 급증하고 있는 데다 청와대에서도 '특단의 대책'을 주문하면서 사실상 추경 편성을 통한 대응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진단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과거 금융위기 대응을 위해 편성했던 만큼의 규모로 충분하고, 과감한 추경 편성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중앙 정부는 코로나19 사태 대응을 위해 목적 예비비 2조원 중 1041억원을 우선 지출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 18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최종 의결됐다.

구체적으로는 방역 대응 체계 확충, 검역·진단 역량 강화, 격리자 치료 지원, 방역 물품 확충, 입원·격리 치료자에 대한 생활지원비 등 방역 대응을 위한 소요다. 지방자치단체에선 예비비, 재난관리기금 등을 통해 마련된 1082억원의 재정을 신속히 집행하기로 했다.

목적 예비비에 1조4000억원 규모의 일반 예비비를 더하면 정부에는 총 3조4000억원의 가용 자원이 있는 셈이다. 당장은 이만큼의 재원을 활용해 경기 하방 위험에 대응해 나가겠다는 것이 정부가 밝혀 온 원칙이다.

필요하다면 단계적으로 기금운용계획을 변경하는 방법도 거론된다. 정부는 특정 목적을 위해 필요한 자금을 기금으로 마련해 두는데, 필요할 때는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세부 항목의 지출 금액을 변경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5일까지만 해도 예비비 활용이 우선이며 추경 편성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주일 후 영남권 일각에서 추경 편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대구·경북 지역에서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목소리가 거세졌다.

상임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 역시 "필요시 준비해야 한다"며 힘을 보탰다. 이에 여당은 지난 21일 전향적 차원에서 추경 편성 논의를 본격화하는 쪽으로 당론을 정했다.
야당 역시 협조의 뜻을 밝혔다. 심재철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초당적 차원에서 협력 의사가 있음을 명확히 했다. 다만 그는 "기존 예산과 예비비를 어떻게 투입할 것인지와 이번에 편성되는 추경은 어디에, 얼마만큼 쓸 것인지 투명히 밝혀야 한다"며 재정 집행의 원칙은 준수돼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유성엽 민주통합의원모임 원내대표 역시 추경 편성을 촉구하고 나섰다.

감염병 위기 경보 단계가 기존 '경계'에서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된 상황인 만큼 예산 편성을 담당하는 기재부 입장에서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둔 상태인 것으로 해석된다.

예산과 재정을 담당하는 구윤철 기재부 2차관은 지난 20일 추경이 코로나19 사태 대응을 위한 대책에 포함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여러 가지 생각은 할 수 있다"며 "할 수 있는 모든 옵션(option)을 염두에 두겠다"고 밝혔다. 김용범 기재부 1차관도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문 대통령의 주문을 언급하면서 "모든 정책들을 검토 중"이라고 언급했다.

여당에서는 오는 28일 발표될 예정인 경기 종합(패키지) 대책에 이번 추경의 '틀'을 담아달라고 공식 요구했다. 여야가 공감대를 이루고 있는 만큼 즉시 국회 심의에 착수해 지원하겠다는 차원에서다. 정부는 여당에서 언급한 '틀'을 추경의 규모와 사업 방향 등으로 이해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오늘 예정돼 있는 문 대통령 주재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나올 메시지 등을 포함해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역사상 1분기 중 추경이 편성됐던 적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있었던 1998~1999년과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이 있었던 2009년 등 세 차례였다. 다만 임시국회 일정 등을 고려할 때 편성에 이어 국회 통과까지의 과정이 다음 달 중 완료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추경 카드가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정세은 충남대학교 교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 했던 만큼의 추경 편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2009년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 정부가 투입했던 추경 예산은 28조4000억원 규모에 달했다. 정 교수는 "우리 무역에서 비중이 큰 중국이 사실상 위기 단계까지 간 상황"이라며 "대책을 펼 것이라면 서서히 하기보다 확실히 빠르게 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자영업자 지원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하준경 한양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역시 "감염증이 계속 확산된다면 방역에 필요한 비용뿐 아니라 자영업 지원책을 비롯해 부수적으로 소요되는 비용이 굉장히 많아질 것"이라며 "추경으로 대응한다면 질병이 폭발적으로 확산되는 시점에 즉각적으로 투입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추경 규모에 대해서는 "준비를 한다면 충분한 수준으로 하는 것이 안전하다"면서 "향후 확산 정도에 따라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때보다 규모를 늘릴 것인지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국회예산정책처 분석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우리 경제는 장·단기적으로 소비와 생산, 수출 등 다각적인 측면에서 타격이 불가피하다. 중국인을 필두로 외국인 관광객 유입이 감소하면서 당장 관광 수입 급감이 우려된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중국인 입국자 1인당 평균 지출액은 지난해 3분기 기준 1683억4000만 달러로, 중국인 관광객이 50% 줄어들 때 연간 관광 수입은 약 50억7057만 달러(약 6조원)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
국민들이 쇼핑몰과 음식점, 영화관 등 다중 밀집 시설 이용을 기피하면서 소매업, 음식점업, 운송업 등 종사자들은 당장 매출 감소를 떠안게 됐다. 중국 공장의 가동이 멈추면서 발생한 부품 수급 문제로 자동차 등 주요 제조업의 타격도 감지된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수출 실적 중 4분의 1(25.1%)이 대중(對中) 수출이다. 예정처는 코로나19로 인해 중국 경제가 받는 충격으로 국내 수요 위축이 이어질 경우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을 0.22%포인트(p)가량 끌어내릴 것으로 봤다. 정부가 재정 집행을 통해 적시에 대응할 경우 충격 폭은 0.19%p까지 소폭 완화된다.

예정처는 "경기 하방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상반기 적시성 있는 재정 집행이 필요하다"며 "향후 사태가 장기화되고 국내 확진자 수가 증가하는 등 상황이 악화될 경우 재정·금융 정책 등을 포함한 다각적인 정책 조합(policy mix)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규모와 함께 추경의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도 정부가 고심해야 할 부분이다. 추경 재원으로 활용될 수 있는 세계잉여금(총세입-총세출-이월액)은 지난해 기준 2조1000억원 흑자로, 2014년(8000억원 적자) 이후 5년 만에 가장 적었다.

결국 적자 국채를 찍어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이미 올해 513조5000억원 규모의 예산을 편성하면서 역대 최대 규모인 60조2000억원의 적자 국채를 발행키로 한 바 있다. 하 교수는 "한국은행의 특별융자나 금융중개지원대출 등을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세종=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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