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여행(49)
시간의 여행(49)
  • 勁草 한숭홍 박사(장신대 명예교수)
  • 승인 2020.02.25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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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미국 일주
① 마운트 버넌 포토맥 강기슭에서(1996.7.14)  ② 루레이 동굴 입구 ③ 루레이 동굴 내 석순 피아노 ④ 동굴 내 석순 1 ⑤ 동굴 내 석순 2 ⑥ 동굴 내 석순 3 ⑦ 자동차 박물관
① 마운트 버넌 포토맥 강기슭에서(1996.7.14) ② 루레이 동굴 입구 ③ 루레이 동굴 내 석순 피아노 ④ 동굴 내 석순 1 ⑤ 동굴 내 석순 2 ⑥ 동굴 내 석순 3 ⑦ 자동차 박물관

7월 14일(일)

   우리는 마운트 버넌 구경을 마치고 산책로를 거닐다 포토맥 강기슭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그곳을 떠나 셰넌도어 국립공원을 거쳐 루레이 동굴(Luray cavern)로 달렸다. 나는 1985년 아이오와주에 있는 더뷰크대학교 신학대학에 교환교수로 와서 강의를 마치고 귀국준비 중이었는데 조지 메이슨대학교 종교학과 교수로 있는 친구가 들렀다 가라고 하여 방문길에 그 부부와 함께 구경한 적이 있어 이번에는 아이들에게 보여주려고 다시 찾은 것이다. 동굴의 길이는 2.4km 정도 된다고 하니 꽤 긴 편이다. 동굴의 기묘한 석순과 넓은 광장, 석순을 울려 음악을 만들어내도록 제작되어 비치된 피아노는 너무 신기했다. 우리가 안내자를 따라 구경하는 시간대에는 연주가 없어 아쉬웠는데 들은 사람들은 동굴의 벽을 타고 퍼져가는, 절묘한 음색은 신비로웠다고 한다.
   한 시간 정도 동굴 구경을 하고 나와 사람들을 따라 그 근처에 있는 자동차 박물관에 들어가 전시된 차들을 구경했다. 옛날 모델 차들이 전시되어있었는데 박물관이라기보다는 작은 전시장 같은 곳이었다. 동굴 관람기는 이미 여러 사람이 아름다운 사진과 상세한 설명을 곁들여 멋지게 소개한 바 있기에 이곳에서 다시 인상기를 적는다는 것은 옛 카드(1996년)를 꺼내 보여드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사진 몇 장만 곁들이고 생략하도록 하겠다.
   그곳을 벗어나 I-81S를 타고 웨스트버지니아주를 횡단하여 날이 저물어 어둠이 짙게 나릴 때까지 서쪽으로 달려 켄터키주 케이브 시티(Cave City) 근처 슬립인에서 밤을 보냈다. 몸도 이제는 많이 지쳐있었다.

⑧ 매머드 동굴 국립공원(1996.7.15) ⑨ 동굴 근처 마을 야간놀이 시설 ⑩ 야간놀이 시설에서
⑧ 매머드 동굴 국립공원(1996.7.15) ⑨ 동굴 근처 마을 야간놀이 시설 ⑩ 야간놀이 시설에서

7월 15일(월)

   예정대로라면 오늘도 이른 아침부터 길을 떠나야 했다. 하지만, 그동안 강행군을 했기에 하루 동안 쉬며 3주 정도 쌓인 피로감을 풀려고 늦게까지 침대에 머물러있었다. 오후에는 매머드 케이브 국립공원(Mammoth Cave National Park, KY)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내고 그곳에서 멀지 않은 마을에 숙소를 정해 놓고 그 근처 야산에 새로 개장한 놀이시설이 있다고 하여 그곳에서 시간을 보냈다. 하루 묵을 숙소는 숲에 둘려진 작은 모텔이었는데 소박한 별장 같았다.

⑪ 매머드 동굴 내부(1996.7.16) ⑫ 자연석과 원석 기념품 가게 ⑬ 왁스박물관
⑪ 매머드 동굴 내부(1996.7.16) ⑫ 자연석과 원석 기념품 가게 ⑬ 왁스박물관

7월 16일(화)-17일(수)

   하루의 휴식은 몸을 활성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숲속의 숙소가 산소에 둘러 쌓여있었기 때문일 수도 있을 텐데 어쨌든 가뿐한 기분으로 새날(16일)을 맞았다. 갈 길도 멀어 일찍 숙소를 나와 이른 시간에 매머드 동굴(Mammoth Cave)에 도착했다. 세계에서 가장 긴 동굴이라고 하는데 현재까지 탐사한 동굴의 총 길이는 400마일(640km)이라는데 현재도 계속 탐사 중이라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한다. 나는 동굴에는 들어가지 않고 커피숍에서 지도를 펴놓고 앞으로 가야 할 목적지까지의 경유지를 찾아보며 쉬고 있었다.
   그곳을 나와 고속도로로 진입하기 전에 근처 도로변 상점(Mike's Rock & Gifts shop)에 간식거리를 사러 들렸는데 그곳에는 아름다운 색깔의 원석들과 묘한 모양의 돌들, 기념품들만 진열되어있었고 노상 가판대에는 조각 돌들만 펼쳐있었다. 가게를 둘러보고 나오는데 이 부근에 왁스박물관이 있다는 관광 안내판을 보고 찾아갔다. 미국 대통령과 유명인의 왁스 인형 몇 점이 진열되어있었는데 링컨 왁스 상을 구경하고 갈 길이 멀어 서둘러 나왔다.
   이곳에서부터 그랜드캐니언까지의 거리가 1,700마일(2,720km)이라고 하는 데 하루에 7백 km 이상을 달려야 하므로 우리는 매우 긴장된 상태로 일정에 맞추어 갔다. 매머드 동굴에서 I-65S 고속도로를 타고 계속 남진하여 내슈빌에서 I-40W 하이웨이로 진입한 후 서진하여 리틀록 근처에서 하루를 묵고 다음 날(17일)도 아침 일찍부터 계속 서진하여 오클라호마 시티에 저녁 어슬녘에 도착하여 그곳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7월 18일(목)

   오늘은 543마일(870km)을 달려야 하므로 아침 일찍 모텔을 나와 한 시간 이상을 달려 주유를 하고 근처 맥도널드에서 아침 식사를 해결하고 황야와 삭막한 모래벌판, 돌산 등을 통과하며 앨버커키로 질주했다. 중간중간 차 엔진도 식힐 겸 주유도 하고 쉬며 점심을 해결하고 달렸는데 저녁 늦게 뉴멕시코주 앨버커키에 도착하여 또 하룻밤을 맞았다.

7월 19일(금)

   19일 일정도 매우 빡빡했다. 400마일 이상 떨어져 있는 그랜드캐니언까지 가야 하는 일정이라 서두를 수밖에 없었다. 가는 도중에 윈슬로에서 좌회전하여 애리조나 미티오 크레이터(Meteor Crater Winslow, Arizona)를 찾아가서 구경하고 그 근처 건물에 들어가니 인공위성 관련 전시품 몇 점과 사진들, 수집해 놓은 운석 조각들이 전시되어있었다. 몇몇 소개 글을 읽어보니 약 5만 년 전에 유성이 충돌하여 생긴 구덩이라는데 지름이 1.2km, 둘레가 4km, 그 깊이가 170m나 된다니 충돌의 위력이 얼마나 컸을지 상상이 안 된다.
   7월의 사막 열기는 대단했다. 목적지를 향해 달리면서 열기에 자동차 엔진 걱정이 많이 났다. 우리는 에어컨을 틀고 가기에 더위를 느낄 수 없는데, 길가에 차를 세워 놓고 보닛을 열어 물을 붓는 사람들 차 엔진룸에서 증기가 나는 차들을 보니 우리도 염려스러웠다. 우리는 앞으로 두 시간 정도 더 가야 하는데 이 더위를 잘 견디며 무사히 도달할 수 있기를 속으로 빌었다.
   오후 8시경에 그랜드캐니언에 도착했다. 사우스림을 돌며 곳곳의 전망대에서 노스림 쪽 캐니언을 감상할 때 광활한 협곡과 붉은 계곡의 웅장함, 그리고 이동 장소에 따라 변화되는 전경은 순간순간 나 자신을 그 속으로 함몰시키고 있었다.

   아침에 떠날 때는 이 먼 거리를 달려가야 하는 걱정이 컸는데 예상했던 시간보다 일찍 목적지에 도착하여 여유를 갖고 구경할 수 있었다. 차로 다니기에 사우스림을 돌며 데저트 뷰 워치타워와 몇 곳을 구경하고 전망대에서 쉬며 전경을 즐기고 떠나고 하였으므로 비교적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곳을 돌아다니며 석양빛 캐니언을 감상할 수 있었다.
   그랜드캐니언 관광이 이번으로 두 번째다. 4월 부활절 방학 때 아이들을 데리고 그랜드캐니언 일주를 하며 그때 사우스림과 노스림을 모두 구경했기에 이번에는 사우스림만 제한적으로 보기로 했다.
   저녁 9시가 넘었는데도 햇빛은 캐니언을 음과 양으로 변화시켜가며 저녁놀의 황금빛으로 물들여갔다. 돌출된 바위나 산등성에 가려진 쪽으로는 어둠이 짙어지며 음양의 예술품을 연출했다. 이 또한 장관이었다.
   그날 밤은 그랜드캐니언 빌리지에서 보내야 하므로 묵을 숙소를 알아보려 서둘러 내려왔다. 숙소(Lodge)를 정하여 여장을 풀고 음식점에서 저녁을 멋지게 보냈다.  

⑭ 북미 인디언의 천막오두막(Wigwam)(1996.7.18) ⑮ 애리조나 미티오 크레이터(1996.7.19) ⑯ 미티오 크레이터 관측소(Observatory) ⑰ 그랜드캐니언 사우스림 전망대에서 ⑱ 후버댐(1996.7.20) ⑲ 라스베이거스 호텔 발코니에서
⑭ 북미 인디언의 천막오두막(Wigwam)(1996.7.18) ⑮ 애리조나 미티오 크레이터(1996.7.19) ⑯ 미티오 크레이터 관측소(Observatory) ⑰ 그랜드캐니언 사우스림 전망대에서 ⑱ 후버댐(1996.7.20) ⑲ 라스베이거스 호텔 발코니에서

7월 20일(토)

   아침 그랜드캐니언 빌리지를 출발하여 후버댐으로 달렸다. 후버댐을 구경하고 라스베이거스에 도착하여 도시 관광을 하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삼 개월 전에 보았을 때와 달라진 것은 없었지만 그 당시 보며 느꼈던 느낌만큼의 매력은 없었다. 하지만 나로서는 언제 다시 올 수 있으려나 라는 생각에 곳곳의 인상을 깊이 각인했다. 오늘 밤은 라스베이거스에서 묵으며 야경을 즐겼다.

7월 21일(일)

   21일 당일에 버클리까지 갈 예정으로 아침 일정을 시작했다. LA로 가는 도중에 바스토 몰에 들려 구경하며 점심 휴식을 취하고 LA에서 저녁 식사를 하며 몇 시간 머물다 버클리로 달렸다. LA에서 US-101N로 진입하려다 엉뚱한 길로 들어서 예정 시간보다 늦게 고속도로에 들어설 수 있었다. 7월 22일 새벽 4시 11분 버클리 아파트에 도착했다.

   이로써 26일간의 미국 일주 여행은 끝났다. 목적지로 가는 도중에 볼거리가 있다거나 명소를 소개하는 관광 안내 간판을 보게 되면 지나치지 않고 찾아가 보여주고 다시 돌아 나와서 달리곤 하다 보니 달린 총거리가 9,000마일(14,400km)이 넘었다. 미국 일주 여행을 짜며 캐나다 동북부까지 포함했던 게 대장정의 절정이었다.
   이번 여행을 무사히 잘 마칠 수 있었던 것은 아내의 노고와 헌신의 결과였음을 잊을 수 없다. 매일 장시간 운전하며 받는 스트레스로 인해 매우 힘들고 피곤하여 짜증스럽기도 했겠지만, 전혀 그런 내색을 하지 않고 밝은 표정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아이들에게는 하나라도 더 보여주려 애쓰는 전형적인 모성애, 아내의 이런 마음씨로 인해 여행의 의미가 한층 더 두드려졌으며 즐겁고 행복한 가족 여행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모든 여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던 것은 주님의 크신 은혜요 동행하심이었다는 것을 잊을 수 있으랴. 가끔 그때를 생각하면 즐거운 여행의 추억과 더불어 10년 된 중고차로 길고 험한 여정을 매일 수 백마일 씩 달려야 하는데 중간에 차가 고장이라도 나서 폐차되었다거나 차 사고라도 당했다면 얼마나 난감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그저 주님의 은혜에 감사할 뿐이다.
   뉴욕에서 타이어 펑크가 났던 적이 있고, 왼쪽 유리창을 올리고 내리는 장치가 잘 작동하지 않아 부품 하나를 교환한 적이 있을 뿐 차는 너무 잘 달렸다. 그리고 우리 가족이 모두 감기 한 번 안 걸리고 건강하고 편한 마음으로 여행을 마칠 수 있었던 것도 주님께 감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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