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정 방문
노인정 방문
  • 유양업(전선교사 시인 수필가 시조시인)
  • 승인 2020.02.29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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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치마와 고무장갑을 챙겨 가방 속에 주섬주섬 담아 넣고 일기예보에 눈이 온다 하여 창밖을 내다보았다. 다행히 눈은 내리지 않았다.

  지난 날(2018년 2월 18일) 아침 9시 30분 영하 4도 추운 날씨에 모자가 붙은 진달래 색깔의 두툼한 파카를 입고 약속 장소인 광주 남구 사직공원 입구에 자리 잡은 예능 교회(박종민 담임 목사)로 갔다. 함께 가기로 약속했던 몇 분들도 이미 와 있었다.
  사랑이 많고 순수한 온정으로 이웃을 헌신적으로 보살피고 돕는 이신실 사모, 말없이 따스하게 교인들을 보살피며 열심히 봉사한 이연재 권사, 항상 예쁜 크로마하프 선생으로 찬양 인도와 특송 잘 하는 이미숙 권사, 착하디착한 학교 수학 선생으로 남을 돕고 봉사하기 좋아한 채순향 집사, 우리 모두는 함께 만나 즐거운 미소로 아침 인사를 서로 나누었다.

예능 교회에서 정성스럽게 준비한 김치, 맛살로 만든 산적 전, 음식들을 교회 자동차에 실었다. 예능 교회는 이번만이 아닌, “주는 사랑”으로 청소년 문화 카페, 청소년 무료 예능 수업, 청소년 나눔 센터, 청소년 상담 센터, 가출 청소년 쉼터 등 위기의 청소년들을 보호하고 선도하는 일들을 했으며, 소외계층과 독거노인들을 위해 김치 나눔도 5개구 지부의 나눔이 목사님들과 함께 매월 1차례 300세대에 8년을 베풀며 지금 까지 섬겨오고 있다.
  우리 일행은 이신실 사모의 운전으로 교회를 떠나 도심에 있는 노인 복지관으로 향했다. 이웃을 돕고 봉사하겠다는 뿌듯한 마음으로 가슴속에 설렘 붙들어 안고 30여 분 걸려서 각하동 말바우 시장 위쪽에 있는 복지관에 도착했다.

도심 가운데 아담하게 자리한 노인정 주위에 화단의 꽃들은 마른 잎으로 바람에 한들 거렸고 오른쪽 건너편엔 예쁜 정자도 보였다.
  준비해 간 음식을 하나씩 들고 건물 바로 옆 취사할 수 있는 장소로 갔다. 굵직한 나무기둥들이 띄엄띄엄 사각형으로 서 있는 위로 등나무 가지들만 앙상하게 지붕 삼아 얽혀 있었다. 비나 눈이 오면 그대로 흘러내리게 되어 있고 바람도 세차게 불어 온 한대였다. 건물 쪽으로 긴 식탁과 의자가 있는 곳에는 벌써 몇몇 어르신들이 일찍 와서 의자에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한쪽에는 대형 가마솥이 우뚝 솟아 거북이등처럼 동그랗게 자리 잡고 있었다.    파란 플라스틱 다라이 안에는 하얀 대접과 접시들이 올록볼록 수북하게 목화 꽃처럼 방실거리고 있었다.

50대로 보인 여자 한 분 도움이도 미리 와서 취사일을 거들어 주며, 물 끓일 준비를 하고 있었다. 불은 아마 LPG로 연결되었는지 화력이 좋았다.
  “예수한국 교회” 장흥섭 목사님이 오셨다. 키가 크고 건장한 체격으로 인자한 모습의 목사님은 그곳에서 늘 따뜻한 팥죽을 손수 끓여서 어르신들께 점심을 대접한 목사님이다. 손에 들고 온 물건들을 급히 내려놓고 웃으며 환한 표정에 입김의 수증기를 바람결에 휘날리며 손에 낀 장갑을 벗으면서 말했다.
  “벌써 모두들 오셨네요, 날씨가 이렇게 추운데...”
  “목사님, 안녕하세요, 이 추운 날 수고가 많으십니다. 한 번도 아닌 팥죽을 늘 쑤어 어려운 이웃을 섬기니 참 대단하십니다.”
목사님은 파란색 체크 목도리를 매만지며 말을 이었다.
  “조그마한 일이지만 해야지요. 이렇게 하는 일이 보람이고 늘 하다 보니 이날이 기다려져요, 이 일을 마치고 나면 더욱 힘이 솟고 기쁨이 넘칩니다.”
  추울 때나 더울 때나 이렇게 섬기고 베푸는 사랑의 마음이 참으로 존경스러워 보였다.

까만 철가마솥에서는 하얀 수증기가 구름이 솟듯 피어오르고 뜨거운 물이 바글바글 거품을 뿜으며, 물 닳은 소리는 푸시시 재촉을 했다. 찬물을 더 솥 안에 넣은 후 팥가루를 넣어가며 저었다. 팥물이 보글보글 끓어오를 때 우리는 면발이 붙지 않게 털어서 솥 안에 넣었다. 목사님은 뭉치지 않게 힘센 두 손으로 뜨거운 김을 마시며 그 많은 양의 죽을 동그라미 그리며 골고루 잘 저었다.
  누군가의 카랑카랑한 음성이 귓전에 들려왔다.
  “목사님, 소금으로 간을 맞춰야 하지요?”

“네, 그렇지요, 그런데 간은 70도 정도의 온도가 되었을 때 간을 맞추어야 팥죽의 제 맛이 납니다, 조금 더 끓은 후 넣지요.”
  구수한 팥죽 내음이 주위에 진동하여 먹고 싶은 충동으로 군침이 감돌았다.    예능 교회에서 준비해 온 맛살 산적 전의 큰 박스를 우리는 열고 하얀 접시 위에 꽃봉오리처럼 예쁘게 가득 담고 김치와 반찬을 담아 분주하게 상 위에 가져다 놓았다.
  이런 사이 11시 30분쯤에 약 6~70여 명의 독거노인들과 몇 명의 노숙자들과 노인정에 속한 어르신들이 한 사람 한 사람 건너편 정자와 옆에 줄지어 있는 식탁에 미리 차려 준비해 놓은 상 앞에 앉았다.
  목사님은 어느 요리사 못지않게 팥죽 끓인 솜씨가 몸에 배어 있었다. 큰 국자로 휘젓고 맛을 보더니 이제 다 되었다며 그릇에 담았다. 우리도 함께 그릇에 담고 나르기에 바빴다.

쟁반에 김 오른 따끈한 죽을 들고 신나서 위쪽에 있는 정자와 가까이 있는 식탁, 이리 저리 오르내리며 배달한 모습은 빨간색, 연분홍색, 진분홍색의 어울림이 나비처럼 보이고 옷들은 바람에 나비 날 듯 나부끼고 함박웃음 머금고 기쁨으로 섬긴 모습들은 천국 잔치가 이럴까 환희로 가득했다.
  어르신들은 죽과 전이 맛있다고 하며 후룩 후룩 국물도 쭉 마시며 더 달라고 하여 죽이 여유로워서 상마다 더 떠다 드리니 고맙다고들 했다. 맛있게 먹는 모습만 보아도 흐뭇했다.

우리도 한 그릇씩 받아 둘러앉았다. 나는 빛깔 예쁜 산적 접시에 눈이 먼저 가서 집어와 한입 넣었다. 구수하고 씹은 맛이 향기롭고 씹을수록 감칠맛 나는 일미였다. 따뜻한 팥 국물과 쫄깃쫄깃한 면발 역시 입맛을 돋구었다.
  성경에 팥죽 한 그릇에 유혹된 애서가 장자 권을 야곱에게 팔아 버린 죽 맛의 위력이 떠올랐다.

모두들 맛있게 먹었다며 감사 인사들을 하고 떠났다.
그 중에 80대로 보인 왜소한 어떤 할머니는 목사님 곁으로 다가와서 목사님의 허리를 꼭 껴안으며 감사하다는 표시로 어린애 마냥 애교를 부리고 갔다.
  우리는 열심히 빈 그릇들을 모아 왔다. 고무 다라이에 물을 붓고 세제를 풀어 그릇을 담가 씻고 깨끗한 물에 서너 번 헹궈 내어 물 빠질 소쿠리에 담았다.
  이곳저곳 뒤처리 청소를 말끔히 해놓고 돌아온 길은 마냥 뿌듯한 마음에 차가운 바람도 훈훈하기만 했다.

만남의 환희 자락 구름이 휘감아서
하얀빛 둥근 미소 외로움 토닥토닥
흰 숨결 사랑의 향기 시린 가슴 데운다

고운 꿈 손길들은 심연에 둥실 뜨고
베푼 정 맑은 눈빛 온몸에 드리우며
휘돌아 따스한 온정 오순도순 펼친다

온화한 메아리로 이웃을 돌아보며
부푼 맘 얼싸안아 뽀얀 정 얹어 주고
그 흔적 달콤한 손길 가슴속에 심는다.

              졸시조 <노인정 방문>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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