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法, 국내 사업자에 처벌 집중될 것…시행령 역차별 차단해야"
"n번방法, 국내 사업자에 처벌 집중될 것…시행령 역차별 차단해야"
  • 이진영
  • 승인 2020.06.19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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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감규제포럼은 19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N번방법·넷플릭스법에 대한 비판과 대안'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체감규제포럼은 19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N번방법·넷플릭스법에 대한 비판과 대안'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n번방 방지법'과 '넷플릭스 규제법'에 대해 정부가 하위 법령인 시행령 제정 작업에 한창인 가운데 현실적으로 두 법이 시행되면 국내 기업에 제재가 집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해외 사업자와의 역차별 가능성을 최대한 차단하도록 시행령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체감규제포럼은 19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N번방법·넷플릭스법에 대한 비판과 대안'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앞서 국회는 지난달 ▲인터넷 사업자에게 디지털 불법 성착취물 유통 방지를 의무화한 일명 'n번방 방지법'인 전기통신사업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인터넷 대기업에 대해 '서비스 안정성' 의무와, 구글·페이스북·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콘텐츠 사업자(CP)에 대해 국내 대리인 지정 의무를 부과하는 소위 '넷플릭스 무임승차 규제법'인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정부가 관련 시행령 제정에 돌입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다양한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이날 n번방법에 대해 발표를 맡은 김민호 성균관대 교수는 "법 집행력 차이로 인해 현실적으로 해외 사업자를 규제하기 힘들 것"이며 "강 건너에 있는 애(해외 사업자)보다 눈앞에 있는 애(국내 사업자)가 많이 맞을 가능성이 높고 결국 많이 맞는 애(국내 사업자)는 쓰러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애초 n번방법은 해외 메신저 서비스인 텔레그램이 문제가 돼 논의되기 시작했는데, 도리어 해외 사업자는 규제하지 못하고 또 다시 국내 사업자만 옥죄는 규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지난 2014년 '카카오톡 감청 논란'에 따른 사이버 망명 사태가 발생한 것은 규제 당국 때문이었으며, 이번 n번방법으로 이런 문제가 재발하면 국내 사업자의 서비스 경쟁력은 또 떨어질 수밖에 없다"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n번방법의 내용이 모호하다고 꼬집었다.

우선 부가통신사업자에 불법 촬영물 등의 유통을 방지하기 위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술적·관리적 조치를 하라고 규정한 데 대해 "사실상 구체적 사항이 대통령령에 포괄적으로 위임돼 기술적·관리적 조치를 실시해야 하는 서비스의 범위가 불분명하다"며 개선을 촉구했다.

또 방송통신위원회가 n번방법 시행령 관련해 '일반에게 공개돼 유통되는 정보 중 불법촬영물, 불법편집물 등 아동·청소년 이용 성착취물로 한정한다"라고 표명한 입장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나타냈다. 

김민호 교수는 "규정의 적용 범위가 '일반에게 공개돼 유통되는 정보'에 한정된다고 하더라도 이용자 입장에서는 사업자의 기술적·관리적 조치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작용될 것인지 알 수 없음으로 개인 사생활 침해 우려 및 표현의 자유 위축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불법촬영물 유통 방지 책임을 부가통신사업자에게 과도하게 지워 위헌 소지가 있다고 봤다.

김민호 교수는 "부가통신사업자는 국가로부터 어떠한 배타적 특권을 부여받은 바 없는데 공적 책임만을 부과하는 것은 헌법상 공평 부담의 원칙 및 직업 수행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 부담으로 보여진다"라고 진단했다.

이러한 여러 문제에도 n번방법이 이미 국회 문턱을 넘은 만큼 시행령단에서라도 부작용을 최소화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우선 김민호 교수는 "불법촬영물 삭제를 요청할 수 있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관·단체의 범위가 너무나 광범위하고 불분명하므로 이들의 범위를 '법원' 또는 '방통위'로 제한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이어 "만약 기관 또는 단체가 다양할 경우 불법촬영물에 대한 해석과 판단을 기관 또는 단체마다 다르게 판단할 경우 사업자는 매우 커다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라고 관측했다.

또 "불법촬영물 해당 여부에 대한 권위 있는 기관의 해석이 전제되지 않으면 불법촬영물 유통에 대한 형사처벌 위험 때문에 사업자는 자신들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게시물 등에 대해 공격적으로 모니터링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 경우 사적 검열의 문제, 표현의 자유 등이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n번방법 조치의무사업자 범위에 대해서는 소규모 사업자 및 해외 사업자도 포함해야 한다고 김민호 교수는 제안했다.

김 교수는 "사업 규모에 따라 조치의무사업자의 범위를 달리 적용해 결국 국내 대규모 사업자만 규제할 경우 법 집행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곤란하다"며 "또한 대규모 사업자보다는 오히려 소규모 사업자 및 해외 사업자에 의한 유통이 더욱 심각한 현실을 고려해야 하다"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시행령 제정 관할 부처인 방통위는 약속한대로 비공개 서비스(비공개 게시물)는 규제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며 "예컨대 카카오의 카카오톡 서비스, 네이버의 밴드·카페 서비스 등에서 비공개되는 영역은 비공개 서비스에 해당하는지 명확한 기준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기술적·관리적 조치 의무 이행에 있어서 장애나 오류가 발생했으나 사업자의 고의 또는 중과실에 의한 것이 아니라면 면책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n번방법을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 부과하는 과징금 기준에 대해서는 "유통방지 조치를 하지 아니하였다는 원인으로부터 발생한 결과와 인과관계가 있는 매출액으로 한정돼야 한다"라고 제시했다.

과징금은 행정법상의 의무 위반으로 얻은 불법적 이득을 환수하는 것으로서 의무 위반과 직접 관련성이 없는 매출을 과징금 부과 기준이 되는 매출액에 산입하는 것은 과징금의 제도적 취지에 반한다는 것이다.

또한 "해외 사업자의 경우 의무 위반 서비스의 매출액을 파악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곤란할 수 있기 때문에 매출액을 추정할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라고 김 교수는 환기했다.

n번방법이 포퓰리즘적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김현경 서울과기대 교수는 "현행 규정대로라면 불법촬영물이라는 것을 명백히 인식한 경우에만 삭제 등 조치를 했으나 개정안에 의하면 명백히 인식하지 않고 애매모호한 경우에도 삭제 등의 조치를 해는 하는 전세계 유례가 없는 조치를 해야 한다"며 "이렇게 되면 사업자 입장에서는 불법촬영물 등이라고 신고가 들어오면 무조건 삭제할 수밖에 없어 표현의 자유를 심하게 훼손한다"라고 진단했다.

넷플릭스법에 대해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일단 넷플릭스법 내용이 모호하다는 분석이다. 부과 대상이 이용자 수, 트래픽 등을 기준으로 대통령으로 정하는 부가통신사업자라고 했는데 그 기준을 세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

가령 트래픽 양의 경우에는 통신부가사업자가 측정이 불가능하고 기간통신사업자가 해야 하는데 현재 통신사업자연합회의 측정 방식은 완전하지 않고 공정성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넷플릭스법이 부가통신사업자에게 서비스 망 안정성 의무를 부과한 것에 대해서도 문제의식이 제기됐다.

이대호 성균관대 교수는 "부가사업자가 인터넷이 느려졌을 때 할 수 있는 조치는 통신사업자에게 돈을 더 내는 것 외에 수단이 마땅치 않다"며 "넷플릭스법으로 인해 망 품질은 떨어지고 국내 사업자를 중심으로 부가사업자가 부담해야 하는 망 이용료는 더 올라갈 수 있으며, 이는 결국 인터넷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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