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VC 규제 완화 토론회…'외부 차입 허용' 두고 갑론을박(종합)
CVC 규제 완화 토론회…'외부 차입 허용' 두고 갑론을박(종합)
  • 김진욱
  • 승인 2020.06.26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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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아 기자 =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업 주도형 벤처캐피털(CVC) 규제 완화는 혁신인가, 재벌 특혜인가’ 토론회를 주최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진아 기자 =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업 주도형 벤처캐피털(CVC) 규제 완화는 혁신인가, 재벌 특혜인가’ 토론회를 주최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주최한 '기업 주도형 벤처캐피털(CVC) 규제 완화' 관련 토론회에서 찬-반 양측이 갑론을박을 벌였다.

이날 국회에서 'CVC 규제 완화는 혁신인가, 재벌 특혜인가'라는 주제로 열린 토론회는 일반 지주사의 CVC 설립과 보유를 허용하려는 민주당과 정부의 정책 방향의 장·단점에 관해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현장에서는 CVC에 외부 차입금 유치를 허용해야 하느냐를 두고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화두를 던진 것은 발제자로 나선 전성인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다. 그는 "작은 기업을 설립한 뒤 일감을 몰아줘 상장하고, 주력 계열사를 지배하는 지주사와 합병해 경영권 승계하는 전례를 너무 많이 봤다. 총수 일가가 벤처기업에 투자하려면 자기 돈 갖고 직접 회사를 설립해서 하도록 해야 한다"면서 "이런 원칙을 적용하면 CVC는 일반 지주사의 완전 자회사로만 설립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일반 지주사가 지분을 100% 보유하지 않은 불완전 자회사라면 외부 주주가 (지배구조에) 들어온다는 얘기니까 허용해서는 안 된다"면서 "'어떻게 자기 돈만으로 투자하느냐'는 반박이 나오는데, 미국 구글이 지주사 알파벳의 자회사인 구글 벤처스를 통해 100% 자기 자금만 가지고 벤처기업에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 교수는 금산분리(일반 기업이 금융사를 보유하며 금고처럼 쓰지 못하도록 분리해두는 것) 규정을 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논의되는 CVC 규제 완화 방향은 '금융사인 CVC를 일반 지주사 체제에 붙여 다른 회사를 지배하는 데 쓸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얘기"라면서 "재벌이 벤처기업을 지배할 때 외부 차입금을 끌어다 쓰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에 따라 전 교수는 일반 지주사의 '신기술사업금융사' 보유는 불허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신기사는 여전법(여신전문금융업법) 소관에 금융감독원의 검사를 받는 금융사이기 때문이다. '창업투자사'는 허용하되, 이 경우에도 외부 자금을 들여오는 일은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 교수는 현행 지주사 체제에 많은 특혜가 주어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정부가 지주사 체제를 도입한 것은 돈 없이 회사를 지배하는 피라미드 구조를 허용했다는 의미"라면서 "지주사 체제를 도입한 재벌은 이미 많은 이익을 얻고 있는데, 일반 지주사에 CVC 설립까지 허락해달라는 것은 특혜를 더블(2배)로 달라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전 교수는 이어 "총수 일가와의 (불공정한) 거래를 막는 가장 안전한 방법은 총수 지분이 있는 기업에는 투자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것"이라면서 "이 밖에 편법 승계와 관련될 수 있는 부분은 공정거래위원회에 정기적으로 보고하도록 하고, 공정위는 필요 시 직권으로 탈법 행위 여부를 조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 교수의 발제에 이어 진행된 토론에서도 현행 지주사 체제에 주어진 혜택이 크다는 의견이 나왔다.

박상인 경실련 정책위원장(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은 "지주사 체제 도입 이후 역대 정부가 재벌의 순환 출자 고리를 끊기 위해 자사주의 마법·주식 스와프(Swap) 시 과세 이연 등 많은 혜택을 줬다. 그 결과 재벌의 경제력 집중도는 급격히 높아졌다"면서 "CVC 규제 완화는 지주사 체제 자체를 이런 지주사 체제마저도 무력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이어 "특히 공정거래법(독점 규제와 공정 거래에 관한 법률) 전면 개편안에 담긴 지주사 규제는 CVC를 이용해 2층 구조를 5층까지 늘릴 수 있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이 규제는 없어지는 것과 다르지 않다"면서 "일반 지주사에 CVC를 허용하지 않고, 현행 벤처 지주사 제도로도 (대기업이 내세우는 스타트업 전략 투자 등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권희원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금융정책본부 부위원장은 CVC 규제 완화 시 대기업에 의한 스타트업 생태계 훼손을 우려했다. 그는 "일반 지주사의 CVC 소유를 허용하면 현재 중소·벤처기업 위주로 구성돼있는 스타트업 생태계가 대기업이 투자하는 곳 위주로 재편될 수밖에 없다. 벤처 산업이 지닌 특유의 다양성이 사라질 수 있다"면서 "(일반 지주사에 CVC 설립을 허용하는 것은) 경제를 살리겠다고 대기업에 더 많은 규제를 완화해줘야 한다는 논리와 무엇이 다르냐는 의구심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CVC 규제 완화를 찬성하는 쪽에서는 이 규제가 지주사 체제를 유지하는 기업에 '역차별'로 작용한다고 항변했다.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일반 지주사의 CVC 허용이 재벌만의 문제인 것처럼 인식돼있는데, 지난 2019년 9월 기준 일반 지주사가 163개고 이 중 자산 총액 5조원 이상은 37개뿐이다. 나머지 88%는 중소·중견기업으로 이 규제 완화가 재벌에 특화됐다고 볼 수 없다"면서 "이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일반 지주사가 받는 역차별을 시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 교수의 CVC의 외부 차입금 유치를 막아야 한다는 주장에 유 실장은 "주식회사는 타인 자본을 끌어들이는 게 기본 메커니즘"이라면서 "지주사 체제와 순환 출자 형태에서 나타나는 모-자 관계도 상법에서 허용하고 있다. 타인 자본을 활용한 CVC의 투자가 과연 특혜인가. 기업의 생각은 이와 다르다"고 반박했다.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CVC 규제 완화가 생태계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CVC 규제 완화가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유일한 방안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스타트업 생태계가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해 필요한 중요한 방안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CVC의 외부 차입금 유치 반대 주장에 관해 최 대표는 "외부 차입금을 끌어들인다고 해서 은행처럼 불특정 다수를 모집하는 것이 아니다. 벤처 투자는 위험 투자의 영역이라 위험을 감수하는 투자자의 자금을 모으는 것"이라면서 "CVC 규제 완화에 앞서 투명성 강화나 총수 일가 배제 등은 고민하더라도, 타인 자본 유치 문제는 현실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대표는 이어 "일감 몰아주기 같이 재벌이 악용할 수 있는 홀(구멍)이 있는데 이런 것을 철저하게 막고, 스타트업 투자를 열어줘 한국 경제가 생산적으로 나아갈 길을 만들어주는 편이 맞지 않느냐"면서 "(CVC 규제 완화를 반대하는 쪽에서는) 벤처 지주사 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고 하는데, 이미 존재하는 제도의 활용도가 왜 낮은지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CVC 규제 완화 주무 부처인 공정위의 이승규 지주회사과장은 "CVC 투자가 전략 투자인지, 총수 일가 부당 지원 행위인지, 일감 몰아주기인지 구분하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면서 "다만 CVC 규제 완화 관련 안전장치가 본래 취지를 훼손할 수 있어 기획재정부·중소벤처기업부 등과 논의하며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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