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께
아버지께
  • 최 강 학생(성일고 3학년)
  • 승인 2020.06.27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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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나무 주관, 제5회 기성 계원식 기념 화해문예제전 전북도의회의장상 수상작
최 강 학생(성일고 3학년)
최 강 학생(성일고 3학년)

아버지, 저는 아버지를 너무나도 미워하였습니다.

어릴 적, 아버지께서 저에게 관심을 두시거나 말을 건네실 때는 오직 차가운 술로 빨갛게 달구어진 아버지였습니다. 아버지께서 술을 마시고 오셨을 때마다 11살의 저는 얼른 침대로 달려가 자는 척을 해야만 하는 당신의 아들이었습니다.

저는 새벽 3시가 되어서 들어온 형을 혼내시는 소리 때문에 중간에 잠이 깨어 아버지의 호통 소리가 멈춘 새벽 4시가 돼서야 다시 잠들 수 있었습니다. 어렸을 적, 저는 늦게 들어온 형보다 아버지가 비웠습니다.

우리 가족을 등지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듯한 뒷모습과 자기보다 큰 가방을 지고 떠나신 제 ‘어머니’라는 사람을 우리를 위해서 잡으시고, 어머니를 용서하려고 이해하신 아버지가 저는 참 미웠습니다. 아버지 몰래 학원 원장선생님께 부끄러움을 참고, 학원비를 깎아 달라고 부탁했던 적이 있습니다. 또 참고서를 살 돈이 없어, 기숙사에서 친구가 책을 다 쓸 때까지 밤새 기다리다가 기숙사 내에 온 학생이 잠자리에 들어서야 지우개로 친구가 푼 참고서를 남몰래 구석에서 눈물 흘리며 지우고 다시 풀어야 했습니다. 그럴 땐 아버지의 지갑이 참 미웠습니다. 아버지가 눈물 흘리셨을 땐 아버지가 정말 미웠습니다.

그런데 멈추지 않을 것 같던 반복될 것만 같던 그 눈물이 시간이 지나 웃음으로 바뀔 때, 아버지를 미워했던 저 자신을 미워하였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어른이 처음이셨고, 아버지가 처음이었다는 사실을, 저희를 사랑하셨지만, 사랑하시지만, 그 어떤 아버지보다 최고가 되어주고 싶었지만, 너무나도 서툴 수밖에 없었던 사랑을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저는 저 자신이 진심으로 너무나도 미웠습니다. 하지만 저마저도 저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순간에도 아버지께 화를 내고, 투정 부리고, 자는 척을 할 수밖에 없었던 저를 변함없이 ‘당신의 아들’이라는 바보 같은 이유로 사랑해주시는 아버지가 정말로 미웠습니다.

저는 어머니께서 집을 나가신 후 가족이 늘 언제나 당연한 존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저를 당연하게 사랑하시는 아버지를 더는 미워할 수가 없습니다. 사랑합니다. 당신이 아버지이신 저의 삶이 정말 행복합니다. 사랑합니다. 아버지, 사랑해요.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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