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비건 오늘 방한…北 대화 거부 속 '새로운 제안' 꺼낼까
美 비건 오늘 방한…北 대화 거부 속 '새로운 제안' 꺼낼까
  • 이국현
  • 승인 2020.07.07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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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아 기자 =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20일 오후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비건 대표는 이번 방한 기간 북미 실무협상 재개와 관련한 한미 간 조율을 진행할 예정이다.

 

미 국무부 2인자이자 미국의 대북 실무협상을 담당하는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7일부터 사흘간 한국을 방문한다.

북한이 북미 대화 거부 입장을 재차 밝히고, 미국은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북한 비핵화(FFVD)' 목표를 확인하면서 북미간 간극이 확인된 상황에서다. 우리 정부가 적극적으로 11월 미국 대선 전 북미 대화 띄우기에 나선 가운데 비건 부장관의 대북 메시지 수위에 따라 반전 모멘텀이 마련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비건 부장관은 이날 오후 군용기 편으로 오산 공군기지를 통해 입국할 예정이다. 비건 부장관이 한국을 방문한 것은 지난 12월 이후 7개월여 만이자 부장관으로 승진한 후에는 첫 한국 방문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비건 부장관은 오는 8일 강경화 장관을 접견한 후 조세영 외교부 1차관과 제8차 한미 외교차관 전략대화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미 외교차관은 이 자리에서 한미 관계를 심화·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주요 양자 현안을 논의하고 역내·글로벌 문제에 대해서도 폭넓은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특히 한미는 교착 상태에 빠져 있는 11차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협상과 미국 주도의 경제번영네트워크(Economic Prosperity Network·EPN), 주요 7개국 확대 정상회의 등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비건 부장관은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에도 나선다. 지난 달 중순 이도훈 본부장이 극비리에 미국을 찾아 수석대표 협의를 진행한 후 한 달 만이다. 이 자리에서 한미는 비핵화 대화 재개 방안은 물론 남북 협력 사업의 '족쇄'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한미 워킹그룹 운영 방식에 대한 논의를 이어갈지도 주목된다.

외교부는 "북핵 수석대표 협의를 통해 한반도 정세 평가 공유 및 상황 안정을 위한 협의를 지속하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 정착의 실질적 진전을 위한 양국간 협력 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협의를 가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후 비건 부장관은 청와대를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은 물론 서훈 신임 국가안보실장 등을 예방하고, 이인영 통일부 장관 내정자 등 새롭게 진용을 갖춘 외교안보라인과 상견례를 가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북한은 비건 방한일에 맞춰 또다시 북미 대화에 거듭 퇴짜를 놓으며 대미 압박에 나섰다. 

권정근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 이날 담화를 통해 "다시 한 번 명백히 하는데 우리는 미국 사람들과 마주앉을 생각이 없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권 국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11월 미국 대선 전 북미정상회담 추진 의사를 밝히며 '중재자' 역할에 나선 데 대해서도 "자꾸만 불쑥불쑥 때를 모르고 잠꼬대 같은 소리만 하고 있으니 북남 관계만 더욱 망칠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제 삐치개질(참견) 좀 그만할 때도 된 것 같다"고 북미 대화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앞서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지난 4일 담화를 통해 워싱턴에서 제기되는 10월 북미정상회담설을 부인하고, 비건 방한에서 북미 접촉을 기대하지 말라고 쐐기를 박았다. 이어 "조미 대화를 저들의 정치적 위기를 다뤄나가기 위한 도구로 밖에 여기지 않는 미국과는 마주앉을 필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는 지난 달 12일 리선권 외무상이 "다시는 아무런 대가 없이 치적 선전감 보따리를 던져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다만 북한이 우회적으로 대북 적대시 정책의 철회, 즉 제재 완화와 체제 안전 보장이라는 '조건'이 주어질 경우 미국과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을 드러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북미 대화는 지난해 2월 하노이 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난 데 이어 10월 스톡홀롬 실무협상까지 결렬되며 사실상 중단 상태다. 미국은 영변 핵 시설의 완전한 폐기 및 검증에 대한 대가로 제재 완화, 체제 안전 보장을 요구하는 북한의 요구를 거절한 상태다. 이후 북한은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새로운 길을 가겠다며 정면 돌파전에 나섰다.
비건 부장관은 이번 방한에서 두 차례의 약식 기자회견을 통해 대북 정책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전할 것으로 전해져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비건 부장관은 방한에 앞서 "외교의 문을 계속 열어 둔다면 미국과 북한엔 여전히 양측 모두가 원하는 방향으로 실질적인 진전을 이룰 시간이 있다"며 대화 재개를 촉구했다.

비건 부장관이 비핵화 및 상응 조치에 관한 새로운 제안을 내놓을지도 관전 포인트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스몰딜'에 관한 새로운 협상안을 제시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당시 미국이 북한에 요구한 '영변+알파'를 유지하면서 북한이 낮은 수준의 추가 조치를 수용할 경우 대북 제재 완화를 검토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비건 부장관의 방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상황에서 미 국무부는 방문 목적에 대해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북한 비핵화(FFVD)에 대한 조율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 비핵화에 대한 미국의 목표가 FFVD라는 점을 재확인하며, 대화 기조를 유지하되 비핵화 압박 메시지를 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사실상 북미간 비핵화에 대한 간극을 재확인한 것으로 이번 방한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도출할 수 있을지 우려되는 대목이다. 북한 역시 미국에 "판을 새롭게 짤 용단"을 요구하고 있어 미국의 유화 제스처에 응답할지도 미지수다.

이로 인해 비건 부장관이 북미 정상회담 메시지를 적극 발신하기보다는 도발 자제를 촉구하고, 대화를 통한 비핵화 문제 해결을 강조하면서 상황 관리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은 지난 달 탈북자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문제 삼아 남북 연락채널 차단,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등을 통해 대남 압박 수위를 높여오다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지시로 대남 군사행동을 보류한 상태다. 다만 8월 한미 연합훈련과 10월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맞아 또다시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비건 부장관과 만나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전달하고, 11월 미국 대선 전 북미 정상회담 추진 필요성을 거듭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한·유럽연합(EU) 화상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대선 이전에 북미 간 대화 노력이 한번 더 추진될 필요가 있다"며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 미국 고위 관료가 처음 한국을 찾으며 한미는 사전에 방역 문제를 조율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건 부장관을 비롯해 대표단은 사전에 미국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뒤 음성확인서를 제출하면 한국 입국 시 진행하는 코로나19 검사와 2주 격리 의무를 면제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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