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계, 하룻밤새 지옥→천당…코로나 선제적 조치 효과
뮤지컬계, 하룻밤새 지옥→천당…코로나 선제적 조치 효과
  • 이재훈
  • 승인 2020.07.08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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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확산과 관련해 30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방역 관계자들이 공연장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하룻밤 사이에 지옥과 천당을 오간다는 말을 실감했어요. 정말 다행입니다."

8일 오전 뮤지컬 관계자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말했다. "매일이 살얼음판이네요. 다들 얼마나 가슴을 졸였는지 몰라요."

뮤지컬계는 전날 밤과 이날 오전 말 그대로 지옥과 천당을 오갔다. 오는 8월 한남동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개막 예정인 뮤지컬 '킹키부츠' 연습에 참여하던 배우 A씨가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사실이 전날 오후에 알려지면서 분주해졌다.

A씨와 '킹키부츠'에 함께 출연할 예정이거나 동선이 겹쳤던 배우들이 출연하고 있던 작품의 캐스팅이 급하게 잇따라 변경됐다.

신시컴퍼니의 뮤지컬 '렌트'의 최재림, EMK뮤지컬컴퍼니의 뮤지컬 '모차르트'의 박은태, CJ ENM의 '브로드웨이 42번가'의 김환희가 이날 각 뮤지컬에 출연 예정이었다가 다른 캐스트로 대체됐다.

'킹키부츠'에 직접 출연하지는 않지만 간접적으로 동선이 겹친 배우가 포함된 뮤지컬 '제이미', 연극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의 캐스트도 변경됐다. '풍월주'의 박가람과 김혜미는 원캐스트라 이날 공연이 취소됐다.

다행히 A씨가 이날 오전 음성으로 판정되면서 같은 날 오후 8시부터 모든 공연은 예정대로 정상 진행된다.

공연계에 따르면 A씨는 코로나19 의심 환자는 아니었다. 코로나19 관련 동선이 겹치지도 않았고 의심 증상도 없었다. 다만 발열 등의 증상이 보이자 선제적 예방 차원에서 코로나19 검사를 자진해서 받은 것이다. 이후 각 뮤지컬 스태프와 배우 등이 일사분란하게 캐스팅 변경 등의 조치에 협조하면서 만일의 사태도 철저하게 대비했다.

이번 건이 위기의 상황에서 발 빠르게 대비할 수 있는 뮤지컬계 시스템이 갖춰지는 과정으로 풀이하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국민이 백신"이라는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의 말을 공연계에 적용시키면, "배우가 백신"이 된 셈이다. 공동체 생활을 하는 만큼, 한치의 방심도 용납하지 않고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이 주효했다.

연극계 관계자는 "공연 장르 자체가 국내 문화계에서 덜 산업화됐지만 뮤지컬계는 그래도 시스템을 갖춰가는 과정"이라면서 "연극계가 보기에 이번 뮤지컬계 대응은 빨라서 본보기가 될 정도였다"고 말했다.

일반 대중에게 다수의 사람이 몰리는 공연장은 불안전해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일반 대중교통보다 공연장이 안전하다고 공연 관객들은 말한다. 주기적으로 방역을 하고 관객들의 발열 체크, 문진표 작성이 필수라 이용객을 일일이 확인하기 힘든 대중교통 사용 보다 안정감을 준다는 것이다.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월드투어 내한공연은 코로나 19 확산 속 세계에서 유일하게 공연 중인 '오페라의 유령'으로, 원작자인 뮤지컬 거장 앤드루 로이드 웨버와 영국 디지털문화미디어체육부의 올리버 다우든 장관이 안정성을 높게 평가하는 등 한국 공연계는 K방역의 상징 중 하나로 자리잡기도 했다. 

전날 '렌트'를 관람한 관객은 "최재림 씨의 캐스팅이 갑자기 변경돼 아쉬웠지만 만족스런 공연이었다"면서 "입장하기 위해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이 번거로웠지만 그 만큼 믿음직스러웠다"고 말했다. 

실제 이번 건에서도 보듯 공연에 참여하는 한명이 수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어 배우는 물론 스태프들도 자기 관리에 철저하다. 한 뮤지컬 스태프는 "연습 때부터 친구들과 모임은 자제하고 있다. 괜히 나로 인해 피해를 줄까 연습실, 공연장, 집을 제외하고 외출은 삼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뮤지컬계는 코로나19로 고사 직전인 공연계에 버팀목이 돼 주고 있기도 하다. 예술경영지원센터의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에 따르면, 6월 공연 매출액은 약 10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뮤지컬 매출액은 90억원으로 약 86.5%의 비중을 차지했다.
 
코로나19로 공연 종사자들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는 만큼 뮤지컬이 안전한 공연으로 버팀목이 돼 준다면, 완전히 절망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이번 기회에 재난 사태에 뮤지컬계가 대처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정부가 분명하게 만들어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간에서 일일이 대처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뮤지컬 제작사 관계자는 "뮤지컬은 공연 장르 중 가장 상업적이라는 이유로 정부의 공연 지원에서 뒷전으로 밀려온 것이 사실"이라면서 "이번 기회에 위기에도 대처할 수 있게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4대 보험 등을 비롯해 안전적인 제도를 갖추는데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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