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청문회' 여야 평가 극과 극…"적임자" vs "적과 내통"
'박지원 청문회' 여야 평가 극과 극…"적임자" vs "적과 내통"
  • 박준호 정진형 문광호 기자
  • 승인 2020.07.27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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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웅 기자 =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인사청문회에 참석하고 있다.

 

27일 국회 정보위원회가 국회에서 개최한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여당은 국정원 개혁을 주문하는데 중점을 둔 데 반해 야당은 박 후보자의 학력 위조 및 대북송금 관여 의혹, 대북관, 채무 문제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날을 세웠다.

미래통합당은 이날 청문회에서 박 후보자의 학력위조 관련 의혹 제기에 집중했다.

하태경 의원은 "후보자의 학력 위조는 다른 여느 학력 위조 사건과 달리 앞에 '권력형'이라는 수식어가 달린다"며 "2000년 권력 실세였을 때 후보자의 어두운 과거를 은폐하기 위해서 단국대를 겁박해서 다시 한 번 학력 위조를 했다"고 주장했다.

조태용 의원도 "후보자의 자서전에 보면 재수를 해서 단국대학교에 입학했고 또 단국대학교를 졸업하고 군대를 갔다고 나와 있다"고 지적했고, 이철규 의원도 "후보자가 써놓은 자서전의 내용을 보면 현재 기재된 학력과는 맞지 않다"고 문제 삼았다.
 
하 의원이 "청문회 끝나면 교육부 감사를 실시하겠다. 교육부 감사에 반대 안 하시죠"라고 묻자 박 후보자는 "제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제가 왜 반대하나"라고 맞받았다.

불법 정치자금 의혹을 낳은 5000만원 차용건도 청문회장에서 논란이 일었다.

이철규 의원은 "2005년 3월에 관보에 게재된 재산 내역을 보면 당시 후보자께서는 1억4000만원 정도의 예금자산과 5000만원의 현금자산을 가지고 계셨고 또 1년 후에 차용하고 난 다음 불과 4개월 후 자산 내역을 보면 예금도 한 1억원 정도 남아있고 현금자산도 5000만원이 그대로 다 있다"며 "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급히 타인으로부터 이자를 지불하면서까지 차용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박 후보자의 대북관을 우려하면서 정권 말기 국정원의 선거 개입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었다.

조 의원은 "박 후보자의 국정원장 임명은 북한과 국제사회에 대해서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가 있다"며 "또 다시 불법 송금과 같은 방법으로 정상회담을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북한은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혹시 정상회담을 하려하지 않을까 하는 잘못된 메시지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권 후반부에 국정원장은 전문성이 인선에 제1기준이 되어야 한다"며 "후보자는 굳이 따지자면 대북 비밀 협상과 국내 정치의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데 이 두 가지 전문성을 가진 분이 선거를 앞둔 정권의 마지막 국정원장이 되는 것이 과연 적절한 인사라고 할 수 있느냐 라는 의구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대북관도 쟁점이었다. 주호영 의원은 박 후보자가 적과 내통한 증거로 '4·8 남북합의서'의 비밀 합의서인 '경제협력에 관한 합의서' 문건을 공개하면서 대북 송금에 관여한 것은 물론 서명까지 한 사실이 있다고 폭로했다.

주 의원은 "경제협력에 관한 합의서를 보면 '남측은 민족적 협력과 상부상조의 정신에 입각하여 북측에 2000년 6월부터 3년 동안 25억 달러 투자 및 경제협력 차관을 사회간접부분에 지출한다. 남측은 인도주의정신에 입각하여 5억 달러를 지급한다'고 돼 있다"며 "서명도 (박 후보자의 사인과) 똑같다. 이런 문건에 서명한 적이 있나"라고 질문했다.

이에 박 후보자는 "사실이 아니다. 사인한 적 없다"고 부인하며 "저는 지금까지 많은 모략을 보수층으로부터 또 이명박 정부로부터 받았다", "그것은 조작된 것 같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주 의원이 "사실로 드러나면 어떻게 하시겠나"라고 따지자, 박 후보자는 "제가 어떠한 책임도 다 감수하겠다"고 답했고, 국정원장 후보자 사퇴도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박 후보자는 "제가 대북송금 특검을 받았다. 당시 이 잡듯이 다 잡았다. 그러한 것은 나오지도 않았고 없다"면서 "제 인생과 모든 것을 (걸고) 책임지겠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하 의원이 '대한민국이 북한에 5억 달러를 지급한다'는 내용이 담긴 '경제협력에 관한 합의서'라는 문건을 제시하며 박 후보자가 서명했는지 여부를 추가로 묻자, 박 후보자는 "원본이나 복사본을 주면 검찰이나 경찰 혹은 기관에 수사의뢰를 하겠다"며 "제가 고소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적(主敵)을 묻는 질문에도 박 후보자는 "대한민국의 위해를 가하려고 하는 어떠한 국가도 우리의 주적"이라고 답했고, "북한은 우리의 주적인가"라고 주 의원이 질문하자 박 후보자는 "주적이면서 평화와 협력 그리고 통일의 대상이다. 우리 형제"라고 대답했다. 주적을 묻는 질문을 거듭 반복하자 박 후보자는 주 의원을 향해 "왜 그걸 계속 묻나? 광화문 가서 주적이라고 한 백번 소리 지를까요?"라며 짜증 섞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야당이 국정원장으로서의 개인 신상과 자격, 자질 등에 초점을 둔 공세를 펼친 것과 달리 여당은 박 후보자에게 국정원에 대한 지속적인 개혁을 주문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의원은 "과거 국정원은 선거 개입, 민간인 사찰, 심지어 간첩 조작, 또 국내 정치 개입 등 이런 논란으로 국정원의 존립 이유와 다른 활동으로 인하여 국가가 아닌 특정 정치세력을 위한 조직이다, 이런 국민의 지탄을 받은 적도 있었다"며 "후보자께서 국정원장에 취임하시면 국정원을 국정원 본연의 임무와 역할을 매우 충실하게 하는 기관으로 더 개혁해서 국민에게 사랑받고 신뢰받는 정부기관으로 탈바꿈시킬 책무가 있다"고 당부했다.

국정원 출신 김병기 의원은 "국정원법에 국정원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기능이 있나. 국정원에 대한 개혁은 국정원의 통제로부터 시작돼야 한다"며 "국정원 스스로 국정원의 60년 역사의 공과를 자체적으로 정리해볼 것을 제안해본다. 객관적으로 평가해보는 것은 국정원의 개혁과 개혁 이후의 나아갈 방향에 커다란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홍걸 의원은 "국정원에 과도하게 주어진 권한이나 특권을 내려놓고 국정원 내부의 위법행위에 대한 수사도 검찰, 경찰에 이관하고 예산부분도 특활비로 처리해서 내역을 알 수 없게 하는 것에서 운영비, 인건비 정도라도 분명하게 밝혀 감사원 감사대상이 되도록 개혁을 해주신다면 국민들도 '국정원이 개혁의 길로 가는구나' 그렇게 믿어주시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외부 인권전문가로 구성된 옴브즈만 제도나 대통령 산하 정보감찰기구 설치를 제안했다.

박 후보자를 향해 적과 내통한 것으로 폄훼한 것은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비판도 이어졌다.

김경협 의원은 "내통하는 사람을 간단하게 두 글자로 줄이면 '간첩' 이렇게 표현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더 이상 우리 내부에서 간첩, 빨갱이, 이런 방식의 공세, 이것이 정치공세이든 허위사실 유포든 아니면 자기의 어떤 이해관계를 대변해서 나오는 이야기든지 간에 이런 문제들이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했다.

이개호 의원도 "일부에서 '과거의 북과 내통하신 분이다' 이렇게 표현했던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후보자께서는 우리가 모두 아는 것처럼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는 데 큰 기여를 하셨고 또 6·15남북공동선언을 이끌어 내는데도 주역을 하셨다"고 평가했다.

조정식 의원은 학력 위조 의혹에 대해 "별로 논쟁거리가 될 사안이 아니다"라며 "야당과 일부 언론에서 후보자의 적과의 내통이라는 부적절한 내용은 사실 굉장히 국정원장 내정자에게 모욕적이고 심각한 발언"이라고 야당을 비판했다.

김홍걸 의원은 "'적과 내통한 사람' 이런 식으로 폄훼하는 것은 역사적인 6·15 (남북정상회담)이라는 업적을 만들어 낸 분들, 음지에서 전혀 각광 받지 못하면서도 묵묵히 일했던 분들, 국가기관에 속한 공직자분들에 대해서도 참 모욕적인 발언"이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서도 김 의원은 "전단 내용들을 보면 북한 주민의 인권하고는 전혀 상관이 없고 북한의 퍼스트레이디에 노무현 대통령의 사진을 일본 포르노잡지 사진과 합성시켜서 완전히 모독하자는 것"이라며 "또 '리설주를 총살하라' 이런 주장이 들어가 있다. 알권리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이런 경우는 거의 북한 내부 반란을 선동하는 심리전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에 박 후보자는 "대북전단 살포를 하는 것은 실정법에도 위반되지만 특히 우리 국민은 대법원 최종판결을 준수해야 한다"며 "이명박 정권에서도 박근혜 정권에서도 단속을 했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조금 느슨하게 한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여권에선 인민혁명당(인혁당) 사건 관련 배상 문제에 대해서도 국정원이 적극 나설 것을 주문했다.
 
김경협 의원은 "이들(피해자)이 모두 무죄 판결 받았고 그것으로 인해서 국가배상금 420억원이 지급됐는데 이자를 계산하는 손해배상금의 방식이 바뀌면서 다시 225억원을 반환해야 하는 상태로 가고 있는데 국정원에서 반환을 안 한다고 해서 이들 재산에 대해서 가압류하고 부동산경매를 강제하고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 국정원에서 해결책을 내야 하지 않겠느냐"고 다그쳤다. 

이에 박 후보자는 "불행한 역사를 청산한다는 의미에서 저도 계속 의견을 내서 사법부가 현명한 판단을 하고 국가 공권력에 의거해서 피해된 사람들의 배상이 진정으로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청문회가 시작되기 전 통합당은 자료 제출 거부 등 청문회 준비에 비협조적인 태도도 질타했다. 

하태경 의원은 "본인(박 후보자)이 2000년 '권력 2인자'일 때 단국대 학력위조 의혹을 받고 있고 그것을 확인할 자료로 학적부에 있는 성적표 원본을 공개하라고 했는데 끝까지 거부하고 있다"며 "후보자의 부친이 건국포장을 받았는데 신청서를 작성한 사람 이름을 계속 거부하고 1994년~2004년 가족 건강보험 내역을 공개 안 하고 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이철규 의원도 "121건의 자료를 요청했는데 제대로 된 제출은 23건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전부 개인정보라는 이유로 부동의해서 사실상 자료 제출이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고, 조태용 의원도 "129건의 자료를 요구했는데 답변이 온 게 37건이다. 이례적으로 답변율이 낮다"고 꼬집었다.  

이 같은 자료 제출 요구에 박 후보자는 "제가 공부를 잘 한 것도 아니고 제 성적을 공개할 의무도 없고 학교 측에서도 '본인이 동의하지 않으면 공개하지 않는다' 하는 법적 보장이 있기 때문에 저는 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또 학력위조 의혹 제기에 대해선 "저는 위조한 적도 겁박한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박 후보자는 김대중 정부 시절 대북송금 사건 연루와 관련해선 "북한에 불법 송금한 관계가 없다"며 "2000년 6·15 때 정부 돈이 1달러도 들어 간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탈북민 재입북 사건에 대해 박 후보자는 "정부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한다"며 "저희들도 각성을 해서 국민의 염려를 덜고 또 그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이양도 재확인했다. 박 후보자는 북한의 코로나 피해에 관한 의료지원에 대해서도 "대통령께서도 보건협력을 제안했기 때문에 필요성에 의거해서 아프리카돼지열병 등 모든 문제를 협의해서 잘 진행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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