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한 노사관계 문화
성숙한 노사관계 문화
  • 신형환 이사장 (성숙한 사회연구소)
  • 승인 2020.08.10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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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관계란 노동 시장에서 노동력을 제공하여 임금을 받는 노동자와 노동력 수요자로서의 사용자가 형성하는 이해관계를 의미한다. 영어로는 the relations between labor and capital로 사용하고 있다. 단위 사업장에서는 개별적 노사관계가 있고, 노동자 집단과 사용자 집단 간의 집단적 노사관계가 있는데 일반적인 노사관계는 후자인 집단적 노사관계의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다. 협의의 노사관계는 노동자와 사용자의 관계를 의미하지만 정부도 노사관계의 주요한 주체이다. 노사관계가 사업장 내에서의 관계를 넘어 사회 전체에 영향을 주고 있다. 정부는 노사관계에 대한 법률의 제정, 노사의 이해관계의 조정, 노사관계 행위에 대한 감시와 관리 등을 담당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노 ·사 ·정 3자를 노사관계의 3주체라고 말할 수 있다. 노사관계가 하나의 기업 또는 사업장 관계는 물론 경제 또는 산업 전체의 노동문제와 관련되는 관계라는 의미에서 산업관계(industrial relations)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하다. 자본주의 사회의 기본적 계급인 노동자와 자본가의 관계를 중심으로 설명하고자 하는 정치경제학적 관점에서는 노자관계라고 말하기도 한다.

한국의 노사관계는 산업사회와 민주사회로의 발전에 따라 노사의 극단적인 대립과 갈등, 투쟁과 분쟁의 악순환, 파업과 직장 폐쇄, 노동자의 구속과 자살 등 문제가 많았다. 정부가 경제성장에 초점을 맞추면서 제도적으로 사용자 중심의 정책을 추진하면서 노동자의 희생을 용인한 측면도 있다. 또한 일부 대기업 노조는 귀족 노조로서 경제적으로 상당한 혜택을 누리고 있어서 위화감을 조성하고 있다. 이해관계자의 다양한 욕구와 권리 주장이 갈수록 증대되고 있어서 장기적인 정책목표를 가지고 정부가 통합과 조정을 할 필요가 있다. 정당은 선거에서 표를 의식하여 근시안적인 노사정책을 경쟁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은 21세기 성숙한 노사관계의 방향에 대하여 논의하고 토론할 필요가 있다.

첫째, 노사 모두 상호 이해와 존중 그리고 신뢰를 통한 성숙한 의사소통문화를 확산시켜야 한다.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을 존중하는 경영문화라고 말한다. 모든 것이 사람에 의하여 만들어지고 창출되기 때문에 기업과 조직에서 인적자산(人的資産)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노동자에게 비인격적인 대우와 보상, 고압적인 노동 강요로 인한 근로 시간의 초과, 기업의 경영 부진이나 도산으로 인한 임금 체불, 감시와 통제 등으로 인간의 존엄성이 상실되어 가는 경우가 있다. 노동자의 극단적인 투쟁과 파업, 노동생산성의 저하와 과도한 임금 인상 등으로 기업이 유지 발전하는데 필요한 여건을 잃어버리고 도산하는 경우도 있다. 노사 모두가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정신으로 상대방의 입장과 처지를 생각하여 이해하고 더 나아가 존중하는 자세와 태도가 필요하다. 상호 이해와 존중, 더 나아가 신뢰에 기초하여 의사소통을 한다면 어떠한 고난과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가치가 인간의 생명과 존엄성이므로 나만 잘 살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무책임한 행동을 자제하며 서로 잘 살 수 있는 길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둘째, 투명한 경영과 경영 참여를 통하여 상생(相生)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바람직한 노사관계는 규칙에 따라 질서가 있고 안정성이 확보되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의 성과를 공평하게 분배하기 위하여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같은 사건과 성과를 인식하는 차이가 노사 간에 항상 존재한다. 노동자와 사용자가 자신의 이익만을 내세우다가 기업의 안정성을 해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노사분규가 없는 기업은 일반적으로 기업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며 노사 모두가 정보를 공유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회사의 재무제표와 중요한 의사결정 내용을 정기적으로 공개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회사 대표와 관리직 대표, 노조 대표가 정기적으로 만나 서로의 입장과 고충을 이야기 하면서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가야 한다. 경영 참여란 노조가 경영권의 일부를 행사하는 것으로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하는 것을 뜻한다. 재계는 경영 참여에 부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으나 부분적으로 받아들여 상생할 수 있어야 한다. 경영자는 열린 마음으로 신뢰를 기초로 하여 노조의 건전한 제안과 참여를 인사관리나 작업 현장에서 단계적으로 넓혀가야 할 것이다. 또한 노조는 경영이 고도의 지식과 경험, 위험부담과 전략적 결정 등이 필요하므로 경영자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과도하게 경영 참여를 주장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셋째, 노동과 경영의 현장을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장소와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모든 인간은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 열악한 노동환경에서는 생산성을 높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각종 산업재해가 발생할 수 있다. 사용자나 노동자가 기업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수면시간을 제외하고 70%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단순히 노동의 대가로 임금만 받는 직장이라면 얼마나 비참한 생각이 들겠는가? 인간의 존엄성을 중요한 기치로 인식하여 노동현장이 삶이 생명력이 있는 역동적인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사무실 배치나 생산설비를 담당자의 특성과 개성, 작업의 성격에 따라 사람 중심으로 하여야 한다. 생활공간을 가정 이상으로 쾌적하고 안락하며 안전하게 만들어 직장이 신나는 장소와 공간이 되도록 하여야 한다. 모든 직원이 정신적 ․ 육체적으로 안정감을 느끼고 신나게 일하며 자아실현을 추구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넷째, 나쁜 관행을 타파하고 유익한 전통과 규칙을 만들어가야 한다. 극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가장 중요한 요소는 기본에 충실하여야 한다. 노사가 대립과 갈등에서 어쩔 수 없이 합의를 하면서 본질보다는 지엽적인 방식으로 처리하여 나쁜 선례나 관행을 만들어 미래에 더 어려움이 가중되는 경우가 많다. 물리적으로 시간에 쫓겨 충분히 대화하지 못하여 발생하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이 OECD 49개국의 노사관계 경쟁력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대한민국은 47위에 해당한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이유는 서로 믿지 않고 상대에게 책임을 전가하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노사가 조화와 균형을 이루기 위하여 지금까지의 잘못된 선례를 과감하게 내려놓고 노사 모두에게 유익이 되는 규칙과 전통을 만들기 위하여 공동체정신으로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노사가 서로 합의하기가 어렵고 힘든 문제를 마음을 열어 놓고 대화하면서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으려고 한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본다. 노사분규가 없는 회사는 노사가 공동의 목표를 향하여 서로 신뢰하고 소통하며 좋은 전통을 세워나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공동의 노력과 헌신을 통하여 정말 훌륭한 전통을 만들어가는 기업이 많이 나와 성숙한 노사문화를 만들어 나가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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