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무부가 27일 검찰 중간간부 인사를 단행한 가운데, 전국 최대 규모의 서울중앙지검 간부진을 새로 꾸려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입검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중앙지검에서는 청와대 하명의혹 수사와 검언유착 의혹 수사가 진행 중인데, 이번 인사에 따라 수사 진행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법무부는 27일 차장·부장검사 등 중간간부에 해당하는 고검검사급 585명과 일반검사 45명 등 검사 630명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다. 발령은 오는 9월3일이다.
가장 관심을 모았던 중앙지검 1·2·3·4차장 배치에는 추 장관 또는 이성윤(58·사법연수원 23기) 중앙지검장의 의사가 크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미 반년 넘게 이 지검장과 손발을 맞춰온 김욱준(48·28기) 4차장이 1차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김 차장은 유임하며 지도부의 신임을 확인받았고, 향후 중앙지검 2인자 역할을 할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이근수(49·28기) 2차장은 유임하지 않고, 안양지청장으로 이동한다. 김 4차장과는 대조되는 행보다. 2차장 자리에는 전남 광양 출신의 최성필(52·28기) 의정부지검 차장이 발탁됐다.
3차장은 추 장관의 소통창구 역할을 맡아온 구자현(50·29기) 법무부 대변인이 맡는다. 4차장은 국무총리실 부패예방추진단에 파견됐다 돌아온 형진휘(48·29기) 서울고검 검사 몫이다. 형 검사는 법무부가 주도한 코로나19 역학조사지원단의 단장을 맡았고, 이 지검장과도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안팎에서는 추 장관이나 이 지검장과 인연이 있는 검사들이 중앙지검 전면에 배치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나아가 주요수사에 정권 입김이 강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당장 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가 진행 중인 청와대 하명수사 및 선거개입 의혹 수사는 지휘부가 모두 교체된다. 김태은(48·31기) 공공수사2부장은 대구지검 형사1부장으로 갈 예정이다.
수사팀은 지난 1월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과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 13명을 재판에 넘긴 뒤 추가 수사를 진행 중이다. 가뜩이나 수사 결론이 지연돼 비판이 높아지던 중에 수사를 이끌던 차장검사와 부장검사가 모두 이석하게 돼 차질이 예상된다. 해당 지휘부 이동이 승진과는 거리가 있는 만큼 수사 진행에 대한 무언의 압력으로 느껴질 여지도 있다.
서울동부지검의 '추미애 아들 군대 휴가 의혹'을 수사 지휘라인도 모두 교체된다. 김남우(51·28기) 동부지검 차장은 이달 초 일찌감치 사표를 제출한 가운데, 수사팀장 역할을 해온 양인철(49·29기) 형사1부장이 서울북부지검 인권감독관으로 발령났다. 양 부장은 필수보직기간인 1년을 채우지 않은 상태라 유임이 예상됐지만, 교체됐다.
중앙지검 형사1부(부장판사 정진웅)가 진행하고 있는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수사도 차장검사와 부장검사가 모두 교체된다. 하지만 속 사정은 전혀 다르다.
한동훈(47·27기) 검사장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독직폭행' 논란이 일었던 정진웅(52·29기) 부장은 광주지검 차장으로 승진했다. 수사를 지휘하던 이정현(52·27기) 1차장은 앞서 검사장으로 승진했고, 후임으로는 이 지검장의 신임을 받고 있는 김 4차장이 온다. 승진에 성공한 전임 지휘라인이나 새로운 지휘부를 보면, '검·언유착' 의혹 수사는 되려 속도를 낼 가능성이 있다.
한편, 1년8개월 이상 진행돼 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의 불법경영 승계 의혹 수사의 사건 처리도 주목된다.
수사 결론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던 중에 수사팀장 역할을 맡아온 이복현(48·32기) 경제범죄형사부장은 이번 인사에서 대전지검 형사3부장으로 발령받았다. 관련 수사를 지휘해온 신성식(55·27기) 3차장은 이미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상태다. 때문에 이 부장의 인사 이동 전에는 이 부회장의 기소 여부 등을 결론 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