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보존과학의 역사 압축"…'빛의 과학' 展
"박물관 보존과학의 역사 압축"…'빛의 과학' 展
  • 남정현
  • 승인 2020.10.05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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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민 기자 = 29일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빛의 과학, 문화재의 비밀을 밝히다' 언론공개회에서 금동반가사유상이 공개되고 있다.

 

"우리 박물관에 보존 과학이 도입된지 50년이 조금 안 된다. 70년대 중반에 생겼다. 현재 우리의 보존 과학 수준을 보면 이탈리아와 비교하더라도 세계 탑 클래스에 속한다. 이번 전시는 국립 박물관 보존 과학의 50년 역사를 압축해서 보여주는 전시다."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 관장은 29일 오전 10시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특별전 '빛의 과학, 문화재의 비밀을 밝히다' 언론공개회에서 이번 전시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11월15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우리 눈에 보이는 '빛'인 가시광선을 비롯해 적외선, 자외선, 엑스선 등과 같이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 '빛'으로 본 우리 문화재를 탐구하는 과정과 그 속에 숨겨진 비밀을 알기 쉽게 설명하기 위해 기획됐다.

배 관장은 "보존 과학이 그동안은 유물의 병을 치료하는 관점에서 접근됐다. 하지만 보존 과학은 보다 큰 범위에서 유물이 가지고 있는 여러가지의 과학적 속성을 밝혀서 특성을 드러내는 데(크게 도움이 된다)"고 부연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국보 제78호 '금동반가사유상' 등 국가지정문화재 10점을 비롯해 청동기시대 '청동거울'에서부터 삼국시대 '금귀걸이', '고려청자', '조선백자'까지 전체 57건 67점이 공개된다.

전시의 특성상 단순히 유물을 전시하는데 그치지 않고, 관람객이 유물의 성분, 유물 내부의 모습 등 유물의 내부 특성까지 뜯어볼 수 있도록 영상을 더해 이해를 도왔다. 또 일부 유물은 관람객이 직접 터치스크린을 통한 체험할 수 있도록 설명을 더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조선후기 궁중장식화를 대표하는 '경복궁 교태전 부벽화'가 처음으로 공개된다. 이 유물은 조선총독부 문서에 의해 경복궁 교태전 부벽화로 확인됐다. 1888년 교태전의 재건 이후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며 서구문물의 유입과 근대로 진입하는 변화기인 '조선후기 궁중장식화를 대표'할 수 있는 유물이다. 금색으로 표현된 바위의 윤곽은 19세기 후반 금분을 대신해 나타난 구리와 아연을 주성분으로 한 황동분을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이번 전시는 3섹션으로 구성됐다. 첫 번째는 선조들의 삶 속에 스며든 빛과 색에 대한 내용을 담은 '보이는 빛, 문화재의 색이 되다'다. 두 번째는 '보이지 않는 빛, 문화재의 비밀을 밝히다'로 연구성과물이 가장 많이 전시된 섹션이다. 세 번째는 '빛, 문화재를 진찰하다'다.

전시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국보 제78호 '금동반가사유상'과 보물 제331호 '금동반가사유상' 등 7점의 불상에 대한 컴퓨터 단층촬영(CT), 엑스선 조사, 성분 조사로 밝혀진 불상의 제작방법과 함께 보존과학자의 노력을 문화재와 함께 영상으로 볼 수 있다.

국보 제78호 불상은 보관, 천의 등 화려한 장식을 갖추고 세부가 정밀하게 표현돼 있는 걸작이다. 제작 기술을 확인하기 위해 방사선의 일종인 감마선을 이용해 비파괴 조사를 한 결과 머리와 팔, 몸통을 비우는 방식으로 주조되어 있으며, 내부에 거푸집의 뼈대 등을 만들기 위해 사용한 금속심이 확인됐다.

보물 제331호 금동반가사유상은 머리와 몸을 비롯한 상반신이 가늘게 만들어진 불상이며 머리와 몸통은 금속으로 채워져 있고, 대좌는 속이 비게 주조됐다. 컴퓨터 단층촬영(CT)로 단면을 관찰한 결과 기공이 전체적으로 분포하고 있으며, 왼쪽 팔은 팔뚝부터 하단까지 별도로 만들어 리벳으로 연결했다.

X선 형광분석기로 바닥면의 성분을 측정한 결과 주성분은 구리 91.0%, 주석 2.7%, 납 3.9%를 함유한 청동이고, 도금층은 금이 주성분이며 수은은 검출되지 않았다. 이를 종합하면 별도의 뼈대 없이 거푸집에 구리-주석-납이 주성분인 청동을 녹여 주조했으며, 옻과 같은 재료로 금박을 집합시켜 마무리했음을 알 수 있다.

이번 전시를 준비한 이영범 보존과학부 학예연구사는 "국보 제78호의 경우 사이즈가(작아)CT촬영이 가능했다. 최근 연구를 통해 수리한 부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원래 가진 성분과 수리한 성분이 달랐다"고 부연했다.
또 박물관은 28일 재개관함에 따라 최근 확보한 '왕의 행차(出行圖, 출행도)' 병풍과 간송 2점도 관람객에게 공개한다. 각각 2층 서화관과 3층 조각공예관 불교조각실에서 만나볼 수 있다.

'왕의 행차' 병풍은 1886년부터 1926년까지 국내에서 교육·의료·선교 활동을 한 달젤 벙커와 애니 앨러스 벙커 부부가 소장했던 것으로, 1933년 오벌린대학교에 기증됐다.

병풍은 미국에서 한 차례 보수된 적이 있으나, 이번 기회에 한국 전통방식의 장황으로 다시 꾸며졌다. 이번 성과는 1926년 미국으로 돌아간 후 조선에 묻히고 싶다는 유언을 남겨 마침내 서울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에 안장된 벙커 부부의 한국 사랑과 헌신에 대한 작은 보답의 의미가 담겨있다. 다음달 11일까지 공개된다.

배 관장은 "왕의 행차 병풍의 경우 2년 동안 수리를 해 전시하게 됐다. 회화사적인 의미도 있지만 그 속에 담긴 여러 풍속과 관계된 면들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미국 박물관에 기중돼 있다 우리한테 다시 왔으니 '유물의 귀환'이라고 할 만하다"고 말했다.
보물 제284호 '금동여래입상'은 높이 38.2㎝로 통일신라 불상 중 규모가 큰 편에 속하며, 뛰어난 예술성을 간직해 지정문화재로서의 가치가 높다. 작은 입에 머문 미소가 얼굴 전체에 퍼져 예스러운 고졸(기교는 없으나 예스럽고 소박한 멋이 있음)한 아름다움을 갖추고 있으며, 깨달음의 상징인 솟은 머리에는 소라 모양의 머리칼이 뚜렷하다.

보물 제285호 '금동보살입상'은 높이 22.5㎝로, 둥근 보주(탑이나 석등 따위의 맨 꼭대기에 얹은 구슬 모양의 장식)를 위아래로 맞잡은 독특한 모습이다. 경남 거창에서 출토된 것으로 전해진다. 가는 눈에 오뚝한 코, 작은 입술과 광대뼈가 도드라진 긴 얼굴에 긴 목, 원통형 신체 표현은 삼국시대 불상의 특징을 반영하고 있다. 두 불상은 다음달 25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

배 관장은 "그동안 사회적으로 이슈가 됐던 간송 컬렉션 불상이 박물관에 안착했다. 코로나로 막혀 있다가 오늘에야 관람객들이 접근할 수 있게 됐다. 한달 동안 공개하고 다른 위치로 옮기려고 한다. 간송 선생의 컬렉션이 우리 박물관으로 오게 돼 박물관으로서는 위안이 된다. 간송 선생의 뜻을 잘 새기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편 박물관은 2024년 문화유산 과학센터 건립을 예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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