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의혹·北총격' 덮을라…野, '조성길 망명' 공세 톤다운
'秋의혹·北총격' 덮을라…野, '조성길 망명' 공세 톤다운
  • 박준호
  • 승인 2020.10.08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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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은 3일 조성길 이탈리아주재 북한 대사대리의 망명설과 관련해 "지난해 11월 초 공관을 이탈해 부부가 함께 잠적했다"고 밝혔다.사진은 지난해 3월20일 조성길(오른쪽 두 번째) 이탈리아주재 북한 대사대리가 이탈리아 산피에트로디펠레토에서 열린 문화 행사에서 '로베레토 자유의 종'을 들고 있는 모습.

 

21대 첫 국정감사가 시작되자마자 조성길 전 주(駐)이탈리아 북한 대사대리의 한국 망명이 15개월 만에 알려지면서 정국이 술렁이는 것과 달리 야권은 의외로 잠잠한 분위기다.

부친·장인이 외교관을 지낸 북한 엘리트 가문 출신인데다, 1997년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 이후 23년 만의 최고위급 인사의 귀순이란 점에서 조 전 대사대리의 망명은 정국을 휘몰아칠 태풍의 눈이 될 법하지만, 야권은 메가톤급 폭발력을 지닌 현안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으로 대하고 있다.

실제로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조 전 대사대리의 망명 사실이 지난 6일 알려진 이후로 당 차원의 공식 논평은 단 한 번도 내지 않았다. 당 지도부도 공개 석상에서 조 전 대사대리에 관한 언급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야권의 이러한 동중정(動中靜) 행보를 놓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추미애 아들 의혹, 북한군의 해수부 공무원 총격 사건 등에 화력을 집중하기 위해 대여공세를 자제하며 의도적으로 톤다운에 나선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야당의 시간'이라 할 수 있는 국정감사에서 정부의 실정 대신 북한 외교관 망명이 정국의 핵으로 갑자기 부상하면 기존 여권발 악재까지 덮을 수도 있어 야권 입장에서는 국감의 본질이 흐려질 수 있다. 이 때문에 국감이 시작될 무렵 망명 사실이 공개된 경위와 귀순을 택한 배경, 경로 등이 석연찮아 의문점이 많지만, '반문(反文) 전선'을 흩트리지 않기 위해 '망명 정국'을 경계하는 야권의 정략적 판단이 작용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더불어민주당이 정부 여당에 치명타를 줄 수 있는 추미애 장관 아들의 군복무 특혜 의혹, 북한의 우리 공무원 피살 사건 등과 관련된 주요 증인채택을 막아 "방탄 국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비등해지고 있는 가운데 야권은 국감이 끝날 때까지 여당의 철통 엄호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며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해 여권의 악재에 화력을 쏟아 붓지 않겠냐는 관측이다.

국감 첫 날인 7일 야권은 상임위 곳곳에서 추미애 장관 아들의 군 휴가 연장 특혜 의혹과 북한의 공무원 사살 사건과 관련해 증인 채택을 놓고 여당과 고성을 주고받으며 첨예하게 대치했다.

국민의힘은 조성길 전 대사대리의 망명 사실이 알려진 다음 첫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조성길' 이름 석자를 언급한 지도부는 한 명도 없었다. 대신 여권의 악재를 조목조목 열거하거나 공세를 이어갔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해수부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 "유가족의 아픔을 돌보지 못하는 메마른 감수성 수준을 보여준 것 같다. 성의 없는 태도에 유족이 아닌 국민들도 분노를 느끼고 있다"며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추미애 장관 아들 의혹, 해수부 공무원 피격사건, 이스타 사태, 옵티머스 자산운용사건, 윤미향사건,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의 노바운더리 수의계약 특혜 의혹,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사건을 일일이 나열하며 "결사적으로 한 명도 증인채택을 받아들이지 않고,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증인 채택을 무조건 거부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주 원내대표는 민주당을 향해 "정권의 실정과 비리 의혹은 차고 넘치는데 입법부 본연의 감사기능을 무력화하고 김빼기 맹탕 감사를 조장하고 있다"며 "국정감사를 할 생각이 없으면 국정감사를 방해하지 말고 차라리 가만히 있어라"고 일갈했다.

국민의힘은 7일 방탄국감, 외교부 성추문 은폐, 노동개혁 등에 관한 논평을 낸 데 이어 8일에는 문 대통령이 코리아소사이어티(Korea Society) 연설에서 종전선언을 거듭 촉구하자 해수부 공무원 피살 사건에 관한 논평을 내 맞불을 놨다.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은 "북한, 평화, 종전을 향한 대통령의 끝없는 집착에 슬픔을 넘어 두려움마저 느낀다"며 "비핵화 없는 종전선언은 대답 없는 메아리일 뿐이다. 공허한 외침 대신 국민이 잔인하게 죽임을 당할 때 이 나라는 도대체 무엇을 했는지 그 답부터 해주셔야 한다"고 쏘아붙였다.

야권 한편에서는 박지원 국정원장이 취임 후 전임자와 달리 대북 정보를 정치적으로 활용한다는 말이 많았던 만큼 정부 여당이 조 전 대사 대리의 탈북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것으로 의심하고 이에 말려들지 않기 위해 '무관심'으로 대응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조 전 대사대리의 망명 사실이 공개되고 행적이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리면서 정치권이 가세할 경우 자칫 조 전 대사대리나 가족들의 안위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해 보수 성향의 야권에서 공론화를 꺼리는 기류도 감지된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입장문을 내 "북한에 친혈육과 자식을 두고 온 북한 외교관들에, 본인들의 소식 공개는 그 혈육과 자식의 운명과 관련된 아주 중요한 인도적 사안"이라며 "북한의 경우에는 탈북한 외교관들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북에 두고 온 가족들에게 가해지는 대우나 처벌 수위가 달라진다"며 집중조명을 자제해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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