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아저씨 혼내줘야겠어요
배 아저씨 혼내줘야겠어요
  • 전태규 목사(서광교회)
  • 승인 2020.10.31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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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이면 가장 먼저 떠오는 사람이 고향을 떠난 후 자유로이 돌아갈 길이 막힌 실향민들이다. 한국방송공사가 1983년 6월30일부터 11월4일까지 무려138일에 걸쳐 453시간 45분 동안 생방송으로 이산가족 찾기 특별프로그램을 진행하여 10,189명이 이산가족을 만났다.    나는 주님의 가르침대로 “즐거워하는 자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는 말씀에 따랐다.

나는 두 아들이 선교사로 나갔는데 막내는 들어오고, 큰 아들은 현재 선교사 11년차다.

처음 선교사로 나갔던 곳은 동 말레이시아 사라왁 주 ‘시부’이다. 직항이 없어 비행기를 두 번 갈아타고 가는 오지다. 자식이 해외 나갔을 때 가장 큰 애로는 필요한 것을 전하는 일이다.
어느 선교 팀이 간다기에 급한 물품을 전해주러 공항에 나갔지만 본인 짐들이 많아 전하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올 때의 아픔이 있다.
그 후에 독립한 곳이 사바 주 ‘코타키나발루’ 이다. 전에는 낯이 설었으나 아들이 그곳에 정착 한 후로 이곳이 새로운 관광지로 뜨면서 선교 팀이 많아져 물품을 전하는 불편이 적었다.
사람의 만족은 없다지만 쌍둥이 손자들이 입학할 때가 되었는데 언어가 열리질 않는다. 한국에 있으면 누가 모국어인 한국말을 못하겠는가! 해외에 있는 교포 자녀들에게서 자주 보는 현상이다. 현지서는 영어, 중국어, 말레이시아어, 한국어, 4개 국어가 통용된다. 머리가 발달 전이라 혼란한가보다. 이일로 지난해 손자들이 한국에 들어와 언어 교정을 받고 유치원을 1년간 다녔다. 가족이 떨어져야하는 또 하나의 힘든 시기였다.

유치원 종강 전에 원아들이 준비한 것을 발표하는 시간이 있다. 때를 맞추어 아들 선교사가 입국하여 공항에서 직접 강화 마니산 유치원을 찾아갔다. 이날은 직장인 아빠들도 자녀를 위해 시간을 내었다. 강단에는 자녀를 관람하는 가족들로 꽉 차있다,
장남은 피곤한 몸으로 의자에 앉아 아이들 발표를 기다린다. 거리가 제법 떨어졌는데 큰 손자 병우가 제 아빠를 보았나보다. 멀지만 그의 행동에서 뜻이 전달된다. 제 친구에게 저기 우리 아빠 왔다고 자랑을 한다. 어린이는 정서 속에 자라는데 떨어져 지낸 공백이 무척 커 보인다. 지난해 12월초 장남 가족이 선교지에 들어가 성탄절을 보내고 금년에 학교에 입학을 하였다. 한반에 학생이 여섯 명이고 그중 한국 학생이 두 명인데 그 둘이 우리 쌍둥이 형제란다. 이 둘은 인연도 깊다.

금년에 코로나가 세계로 확산되니 아들이 사는 곳에 항공기가 뜨질 않는다. 여러 면에 불편하다. 방학이면 손자들이 들어와 치아를 교정해야 하는데 여의치 않다. 지난 8월 어렵게 선박으로 사과박스 세 개를 보낼 찬스가 왔다. 아내는 며느리의 요청대로 물건을 박스에 담으면서 중간 중간에 손자들이 좋아할 것을 담는다. 머리가 나쁘면 물건 값 보다 운송료가 더 비쌀 수 있다. 그리고는 짐을 저울에 수없이 달아본다. 테이프로 박스 전체를 도배하듯 두룬 후에 인천 선박회사에 전달하였다. 항공기는 여섯 시간인데 선박은 한 달 넘게 걸린다고 한다. 그래도 시간은 가니 우선 급한 것을 보냈다. 한 달이 지나 현지에서 물품이 도착했다는 소식이 왔고 검사를 마치면 연락을 준다고 한다.
할머니는 급한 마음에 장난감을 보낸 소식을 전하니 손자들은 속히 받고 싶었나보다. 기다려도 소식이 없자 작은 손자 병오가 속이 상했는지 한마디 하더란다.
“배 아저씨 혼내줘야겠어요.” 내 마음이 찡해온다. 얼마 전 현지서는 항공기가 금년 12월까지 결항이라고 했다니 우리 생애 중 일 년의 시간이 멈춘 것이다. 이번 코로나19는 어둡고 긴 터널인가 보다, 가도 가도 출구가 잘 보이질 않는다.

한가위 추석명절에 글을 쓰는데 김금숙 원장에게 카톡이 왔다. 계좌번호를 알려 달란다. 나는 무슨 내용이냐고 물었다. 조금 뒤 문자가 왔다. “쌍둥이 필요한 것들 사주셔요.” 그 어느 때보다 더 고맙다. 즉시 이 소식을 전해주니 쌍둥이들이 무척 좋아한다. 오늘은 김 원장님을 하나님이 사용하시는 천사로 귀하게 사용하셨다.
문득 김석균 목사가 작사한 복음성가 한 구절이 떠오른다. 왜 나만 겪는 고난이냐고 불평 하지 마세요. 고난의 뒤편에 있는 주님이 주실 축복 미리 보면서 감사하세요. 너무 견디기 힘든 지금 이 순간에도 주님이 일하고 계시잖아요. 오주님! 여기까지 도우신 에벤에셀의 하나님! 언제나 우리가족을 지켜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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