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고맙고 미안한 사랑하는 딸 사랑이에게
늘 고맙고 미안한 사랑하는 딸 사랑이에게
  • 한승진목사(황등중 교목)
  • 승인 2020.11.29 21: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랜만에 편지를 쓰려니 쑥스럽고 어색하네. 우리 딸 사랑이가 벌써 고등학교 1학년이라니 꿈만 같다. 정말 ‘세월이 빠르구나!’ 싶다. 아빠 눈에는 아직도 920그램의 초극저체중조산아로 태어나 대학병원 신생아중환자실에서 기도삽관을 하고 여기저기 주사바늘을 꽂고 있던 네 모습이 생생한데 말이야. 벌써 17년이나 되었는데도 그 기억이 또렷한 것은 그 만큼 그 때가 너무도 강렬했기 때문일 거야. 아빠가 이런 얘기해봐야 너는 기억이 없지만 말이야. 그런데 가끔 어느새 훌쩍 커버린 너를 보면 그 때, 그 시절의 가냘픈 몸으로 힘겹게 삶을 이어가던 네가 맞나 싶어. 이런 생각은 아빠만 그런 것은 아닐 거야. 엄마도 그럴 거야. 그리고 사랑이 너의 태어날 때를 기억하는 분들은 비슷한 느낌들을 가지실거야. 그러니 사랑이 너의 건강하고 생기발랄한 모습은 그냥 그런 모습이 아니라 아빠와 엄마와 너를 아끼는 모든 사람들에게는 감동이요, 감격이야. 사랑아, 고마워. 이렇게 건강하게 잘 자라줘서. 네가 어렸을 때 안아달라고 놀아달라고 하면 아빤 이렇게 말하곤 했지.

“아빠가 이제 늙었잖아. 동생들 돌보는 것도 힘들어.”  “학교 일과 교회 일로 지쳤어.”
  “아빠 일해야 해. 글도 써야 해.”
  네가 친구들 다니는 영어나 수학 학원 보내달라는 걸 안 된다고 하면서 말했던 기억이 난다.
  “아빠 혼자 벌어서 여섯 식구가 사니까 돈을 아껴 써야 해. 공부는 학원에서 말고 네가 인강을 듣던지 알아서 해봐.”

사실 아빠는 이렇게 말하고는 속으로 마음이 많이 아팠어. 사랑이 네가 태어났을 때는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가 눈을 마주쳐주고 살짝 손 잡아주고 기도해주었는데 지금은 뭐가 그리도 바쁜지 아빠가 다정하게 놀아주지 못했지. 네가 태어났을 땐, 너를 위해서라면 그 무엇도 아끼지 않고 너를 최우선으로 하리라 마음먹었었는데 어느 순간 네가 아빠의 우선순위에서 최우선이 아니게 된 것 같아. 사실 아빠가 동생들 핑계대고 돈 핑계되었지만 이건 순전히 아빠가 욕심이 많아서 공부도 하고 글도 쓰고 일도 많이 하다 보니 그런 건데 말이야. 뭐가 그리도 중요하고 시급하다고 네가 조금만 놀아달라는데 시간이 없다고 말하곤 하지. 이 편지를 쓰면서 가만히 생각하니 아빠가 참 미안해.
  사실, 네 남동생들이 없었다면 더 많이 너를 사랑해주고 너를 위한 학원도 보내줄 수 있을지 모르는데 그렇게 되었네. 사랑이 넌 동생들로 인해 어찌 보면 손해가 많은데도 동생들을 사랑하고 돌봐주곤 하는 게 참 고마워. 네가 5살 때의 일이지. 그 때 아빠와 엄마는 네게 “동생을 한 명 입양하면 어떻겠냐?”고 물었지. 이미 아빠와 엄마는 결정하고서는 말이야. 그 때 너는 “좋아.”하고 말하면서 “그렇게 하자”고 하면서 좋아했지. 아마 네가 어린 마음에 너 혼자다보니 심심하기도 하고 외로운 데 귀여운 동생이 생긴다고 하니 좋았나 싶어. 그러면서 너는 조건을 하나 걸었지.

“꼭 여동생이어야 해.”
  그 때 아빠도 네 말에 찬성했지.
  “당연하지. 우리 집에 방이 두 칸 밖에 안 되니 아빠와 엄마가 쓰는 방과 너와 동생이 쓰는 방이니 여동생이어야 해”
  이렇게 우리 세 식구가 의견의 일치를 보고선 전주 홀트아동복지회에 입양 신청하러 갔었지. 그런데 그곳 소장님이 여자 아이들을 원하는 사람이 많고 남자 아이를 원하는 사람이 적으니 이왕 입양하시려는 거 남자 아이로 하면 어떻겠냐는 말씀에 그 자리에서 남자 아이를 입양하는 것으로 해버렸지. 그 때 너는 뾰로통하면서 찬성해주었지. 그렇게 해서 우리 집에 온 네 첫 번째 동생이 ‘겨레’야. 결국 너는 네가 원하는 대로가 아닌 동생을 맞이하게 되었지만 매우 귀여워했지. 한번은 네가 다니는 피아노학원에서 잘 했다고 주신 사탕 하나를 안 먹고는 동생 주겠다고 챙기는 모습에 피아노 학원 선생님이 감동하셨다고 하셨지. 어린 너도 먹고 싶은 것을 꾹 참고 집에 있는 동생을 주려는 그 마음이 너무도 곱고 예뻤지. 그로부터 2년 후 같은 기관에서 너의 남동생을 맞이하였고, 또 2년 후에도 남동생을 맞이하였지. 이렇게 해서 너는 여동생의 꿈은 이루지도 못하고 남동생이 무려 셋이나 되었지.

이러다보니 우리 집은 늘 난장판이고 네가 원하는 학원도 제대로 못 보내고 집에서는 차분히 앉아서 책을 볼 여유도 쉽지 않게 되었지. 사랑이 너도 사랑과 관심 받고 싶은데 동생들이 어리다는 이유로, 장녀라는 이유로 사랑받음에서 밀려나버렸지. 네가 의젓한 큰딸로 아빠와 엄마를 이해하고 동생들을 돌봐주는 게 참 고맙고 미안해. 사실 아빠는 미안함도 잘 모르고 살았어. 이 편지를 쓰면서 그냥 너에게만 집중하고 보니 네가 얼마나 소중한 딸인지… 그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딸인지……. 그동안 네가 착하다보니 참아주고 이해해주니까 아빠가 깊이 생각을 안 한 것 같아. 너도 속으론 사랑에 목말라하는데 말이야.

가끔 아빠 학교에 불쑥 찾아와 용돈도 달라고 하고 아빠를 안아주는 네 모습이 아빠는 참 좋아. 아빠가 널 사랑하는데 좀 게으르고 바보 같지만 분명한 건 아빠는 널 정마로 사랑한다. 이것만은 꼭 알아주렴. 아빠의 마음 깊은 곳에서는 너를 향한 사랑으로 가득한 것을……. 그동안 아빠가 참 미안하고 고마웠어. 생각해보니 아빠가 ‘정말 중요하고 시급한 일을 놓치고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학교 일이나 교회 일이나 봉사하는 것이나 글쓰기나 연구는 조금 더디게, 조금 덜해도 되는데 말이야. 말로만이 아니라 이제는 네가 태어났을 때 아빠가 다짐한 그 생각을 떠올리면서 너를 위한 사랑을 약속할 게. 늘 고마운 아빠의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딸 사랑아. 아빤 널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걸 잊지 마. 늘 고맙고 미안해. 사랑한다.
  사랑아. 아빠는 너와 동생들을 키우면서 조금은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이해하게 되었어. 아빠와 고모들을 키우면서 얼마나 고생하셨을지 조금은 짐작을 해보게 돼. 자식들을 위해 노심초사하시면서 늘 염려와 기대로 살아오셨지. 아빠가 질병으로 고통 받거나 시험에 떨어지고 할 때 아빠도 힘들었지만 더 큰 고통을 겪으셨을 것 같아. 아빠가 너희 남매를 키우면서 그랬으니까. 부모 마음이 그런가봐. 더 잘해주고 싶고 가능하다면 대신 아파주고 싶을 정도로. 그 무엇도 아깝지 않고. 너도 이 담에 결혼해서 아이 낳아 키우다보면 아빠와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려나.^^ 그러고 보면 부모와 지식이란 관계가 참 신기하고 놀랍다 싶다. 가장 소중한 만남과 사귐인데 가끔 너무도 가깝다보니 그 소중함을 잊곤 하네. 있을 때 잘 해야 하는데 말이야.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서울에 사시고 아빠는 익산에 살다보니 잘 뵙지도 못하고 있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바라는 건 거창한 효도가 아니야. 그저 아빠와 고모들이 건강하게 잘 사는 것이야. 한 없이 자식사랑으로, 편들어주는 부모님이 계심을 생각하니 마음이 든든해지는 느낌이네. 그저 살아계심만으로도 그러네. 참 신기해. 오늘 아침에 통화하니 “겨울이니 건강 조심하라”시네. 아빠가 너와 동생들에게 하는 말과 똑 같네. 화려하지 않지만 꼭 필요한 진심어린 말에야. 아빠도 너와 동생들에게 큰 거 바라지 않아. 그저 건강하게 잘 자라주면 그것으로 좋아. 공부하기 어렵고 힘들어도 즐겁게 생각하고 건강하게 지내자. 오늘도 할아버지와 할머니와 통화하니 별 말을 안 하는데도 마음이 든든해져. 아빠와 엄마도 언제나 너와 동생들 편이야. 사랑 가득한 사귐으로 오늘로 멋진 사랑 만들어가자. 공부하기 바쁘지만 가끔 서울 할아버지와 할머니께 안부 전화 드리면 좋겠어. 오늘도 예쁘게 잘 살아준 소중한 딸이 있어 아빠는 행복했어. 너는 그 존재가치만으로도 아빠와 엄마에게 최고야. 누가 뭐라  해도 말이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종로구 김상옥로 17(연지동) 대호빌딩 신관 201-2호
  • 대표전화 : 02-3673-0123
  • 팩스 : 02-3673-0125
  • 청소년보호책임자 : 임종권
  • 명칭 : 크리스챤월드리뷰
  • 제호 : 크리스챤월드리뷰
  • 등록번호 : 서울 아 04832
  • 등록일 : 2017-11-11
  • 발행일 : 2017-05-01
  • 발행인 : 임종권
  • 편집인 : 임종권
  • 크리스챤월드리뷰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1 크리스챤월드리뷰.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