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바다
가을바다
  • 피러한(한억만)목사
  • 승인 2020.11.29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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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에 오랫동안 살았지만 나는 여전히 바다가 좋아 오늘은 책 편집 작업을 안목해변에서 했다.  이전에는 여름에만 사람들이 바다를 찾았지만,  지금은 인생 샷과 코로나 시국 속에 청정 강원이미지로 사계절 상관없이 전국에서 몰려오고 있다.   고기를 낚고 있는 강태공들, 삼삼오오 모여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 하거나 홀로 고독하게 바다를 바라 보거나 책을 읽는 소녀도 있었다.  강릉시민으로서의 의식인지 아버지같은 마음으로 그들을 바라만 봐도 그들의 여유가 내 행복으로 새겨지고 있었다. 산에서 도 닦는 사람은 있어도 바다에서는 그럴 일이 없음에도 나는 아직도 아이처럼 철이 덜 든건지 계절마다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바다를 산보다 더 좋아하고 있다.  

봄 바다는 새 꿈을 꾸는 아이를 보는 것 같고,  여름에는 모험과 사랑을 즐기는 젊은이를 만난 듯 흥이 저절로 난다.  가을 바다는 여름과 비할 수 없는  성숙함이 느껴지는 장년 같고,  겨울에는  노년 같은 인생의 진지함이 가슴에 와 닿으니 1년 사계절 바다를 좋아하는 셈이 되었다. 특별히 한없이 드높고  푸른 코발트색 가을 바다는 어떤 의미를 따지기 전에 그냥 쳐다만 봐도 인생의 넉넉함이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여름에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때론 경망한 느낌까지 들지만,  사색이 깊은 가을 바다는 참된 인생의 의미를 깨닫도록 쉼과 평안을 안겨준다.   가을 바다는  그 많은 사람들이 떠나간 후에 이제는 아무도 봐 주지 않는 파도가 갈매기와 함께 흥분을 가라앉히며,  다 말하지 못한  보따리를 풀고 진지하게 말을 하고 싶어 한다.   보석처럼 아름다웠던 지나간 꿈과 애틋하게 가슴 적시게 했던 한여름 밤의 격정들을  이제는.. 이제는 조용히 잠재우며 현실로  돌아가서 자신을 찾아가게 한다.     

파도는 연신 모래밭에 새겨진 이름들을 지우면서 보이는 현실에서 보이지 않는 영원의 세계로  인도하고 있다.  사람들은  잔잔함 속에서 시원하게 밀려오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근심과 두려움을 내려놓고 비로써 겨울을 생각해 본다.  아니 거울 앞에서 나를 보듯 겨울을 앞두고 이제야 나를 걱정해 본다. 누가 내 아픔을 알까.  하지만 가을 바다는 친구처럼 내 모습 이대로 싸매줄 것 같아 그냥 좋다.  겨울 바다는 물론 멋은 있지만 너무 삭막하다.  허나 가을 바다는 어떤 상처와 슬픔도 감싸줄 수 있는 가슴이 남아있다. 그 가슴에는 인생의 진지함이 담겨 있다.  여름 철부지들의 모든 소리도 종적을 감추고 진실하게  겨울을 준비해야 하는 내면의 소리가 들리는 신의 품과도 같다.   바다는  하늘을 닮는다고 했던가. 정말로  하늘에 따라 바다 색깔이 바뀌어 간다.  내가 슬프면  가을 바다는 흑갈색으로 변하고,  내가 행복하면 가을 바다는 연녹색으로 변한다.     

‘바다에 와서야  바다가 나를 보고 있음을 알았다.’ 어느 시인의 말처럼  처음에는  내가 바다를 보고 있는 줄 알았는데 이제는 바다가 나를 보며 있음을 알기에 ...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나의 쉰 소리들을 바다를 향해 부르짖고  파도 소리에 눈물을 묻어버릴 때도  그는 말없이  나를 바라만 보고 있었다.   겉보기에는  평안하게 보이는 가을바다는 ‘바다 속에는 동화가 없다,’란 어느 대사처럼 누구도 알지 못하는 고통을 그도 안고 있기에  내 모든  쓴 잔을 이해하며 내 모든  부끄러움을 탓하지 않고 바라볼 줄 아는 친구가 바로 가을 바다다.  가을 바다는 이렇게 내게 참된 인생의 여유를 주며 가족을 생각하게 하며  그리고 친구처럼 나를 감싸준다.   하나님은 그 바다와도 같다.  님의 깊이와  넓이 그리고 밑바닥은 알지 못하나,  적어도 ‘너는 지금 어디에 있느냐’라는 음성만은 듣고 싶은 것은  겨울이라는 인생 3막 4장에서 당황하지 않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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