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배(歲拜)란 ‘섣달그믐이나 정초에 웃어른께 인사로 하는 절’을 의미한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세뱃돈을 받으려고 여기저기 세배를 하러 다닌 적이 있었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세배의 의미를 조금 알 수 있게 되었다.
7대 할아버지 형제가 9명인데 저희 6대 할아버지는 여덟째라서 항렬이 다른 친척보다 높았다. 본이 영월 신(辛)씨이지만 부안에 집성촌을 이루고 살아서 부안 신 씨라고도 불렀다. 초등학교 시절에 김씨, 이씨, 박 씨를 제외하고 같은 반에 신씨가 6~7명이나 있었다. 외지에서 오신 선생님들도 놀랐다. 저희 집안의 70세가 넘으신 어르신들이 항렬이 높은 제 할머니에게 세배를 하려고 정초에 우리 집에 오시는 것을 보고 자랐다. 그래서 아버지와 우리 4형제는 10촌이 훨씬 넘는 집안 어른들을 찾아가서 세배를 하며 차를 마시며 건강과 장래 일에 대한 덕담을 들었던 기억이 새롭다. 과연 요즘은 세배에 대하여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좋은 미풍양속이 사라져가는 것 같아 아쉽다.
나이 차이가 별로 없는 형님이나 나이가 적은 삼촌에게 세배하는 것을 억울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그런 경우에도 세배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조금 불편하면 형님이 앉아서 맞절 하거나 반쯤 일어나서 맞절을 하면 될 것이다. 나이를 떠나서 형제간 또는 부부간에 세배를 하는 것은 우리나라 고유의 미풍양속이라고 말할 수 있다. 개인주의와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에서 살면서 이웃과의 왕래와 교류도 없으니 세배를 할 수 없는 환경이 되어버렸다. 이번 설날에는 코로나 감염 방지를 위하여 5인 이상 집합 금지 규정으로 고향을 찾아 부모와 형제자매를 만나 인사나 세배를 할 수 없게 되었다. 갈 수 없는 현실을 받아드리면서 부모님과 손위 어르신들에게 전화로 새해 인사를 하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