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부대 들어가고 있습니다.
지금 부대 들어가고 있습니다.
  • 전태규 목사
  • 승인 2021.07.26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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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규 목사(서광교회)
전태규 목사(서광교회)

어제는 집안에 회갑을 맞이한 사람이 있어 4대가 한자리에 모였다. 마침 카자흐스탄에서 대사 임기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동생내외가 참여해 분위기를 더해 주었다.

동생이 하는 말이다. 이젠 세대차이가 나서 우리는 확 밀리 내요. 정말 세월이 빠른 것 같다. 다음순서는 나라고 한다. 회갑가지고 음력, 양력을 따진 시간만도 거의 1시간은 보낸 것 같다.

나는 이상하게도 회갑이라는 말을 듣기기 싫다. 며느리 얻어서 좋으시겠어요? 할 때도 솔직히 좋지 않다고 하였다. 그러나 내 본심이 아님을 주님은 아신다. 할아버지라는 말도 듣기가 싫다. 다행이 결혼한 아들이 아이를 늦게 가져 은근히 좋았다. 이런 나에게 어느 분이 충고를 해준다. 신문에 나온 내 사진이 너무 젊다며 실물 보면 실망하니 속히 바꾸라는 것이다. 나는 그에게 말했다 내가 왜 바꾸느냐? 신문사가 다른 사진을 요구하면 몰라도! 내가는 안 바꾼다.

이런 상황에 서있는 나에게 은행에서 화제가 되었던 글을 읽고 깨달은 바가 크다. 아들아! 나이 들어가는 것도 청춘만큼이나 재미있단다 그러니 겁먹지 말거라. 사실 청춘은 청춘 그 자체 빼고는 다 별거 아니란다. 어렸을 적에 새옷 입고 밖에 나가 조심조심 하다가 뭐가 묻었을 때는 모든 것을 포기했던 기억이 새롭다.

나는 누구보다 목회를 일찍 시작하였다. 1974년 11월 31일 강경지방 성동제일교회가 첫 목회지다. 그때 감리사는 감독회장을 지내신 이유식 감독이셨다. 첫 목회지에서 1년을 다 채우지 못하고 군대의 부름을 받고 논산훈련소 26년대에서 전반기 훈련을 받았다. 이후 나에게 오직 한가지 소망이 있다면 카투사를 갔으면 했지만 내 뜻과는 정반대로 춘천103보에 도착하여 배치받은 곳이 양구 21사였다. 그것도 차를 타고 들어가지 않고 소양강에서 군용배를 타고 들어갈 때의 심정은 이북으로 끌려가는 줄만 알았다.

사단교육대에서 후반기 교육훈련을 받았다. 산위에는 ‘훈련은 전투다’ 라는 문구를 써놓았는데 그 때는 정말 좋지가 않았다. 이곳 와서나 후방쪽에 배치받기를 원했지만 최후 배치 받은 곳은 63연대 7중대. 983고지에 있는 독립중대 였다. 소대장이 나를 데리러 대대에 왔는데 올라가는 길 좌우에는 밧줄이 연결되어 있었다. 그때 우리끼리 흥얼거리며 불렀던 노래가사는 ‘103보가 왠 말이냐!’ 였다. 그러기에 군대하면 지금까지도 별로라는 생각이다. 어차피 고생 할 바엔 해병대라도 갔더라면 영원한 해병대로 남을걸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영양가는 별만 없는 것 같다. 지금도 나는 군대 이야기는 별로 하고 싶지 않다.

세월이 흘러 서울에서 개척을 하여 목회를 한지도 어언 32년이 되었다. 우리지역에 있는 성애병원을 통해 길영애 목사님을 처음 알게 되었다. 우리교회 소속으로 한동안 잘 지내다가 병원 사정에 따라 그곳을 떠나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였다. 갈 곳이 없고 건강도 좋지 못한 목사님에게 새로운 목회길이 주어졌다. 다름 아닌 군대 목회이다. 국방부에서 국방예산을 줄이기 위해 군목수를 줄이고 군목이 못미치는 대대급 교회를 민간인 목회자에게 기회를 주는 제도다.

길 목사님은 이 길을 선택하였다. 선택하였다기 보다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것이다. 전방교회까지 차도 없는 상황에서 간식을 사들고 매주 찾아 다닌지도 어언 수년이 되었다. 신병때 처음만난 병사들은 제가 제대할 때 까지는 목사님! 다른곳으로 가지 마세요. 하다가 그들도 다 떠나고 마지막 잎새처럼 홀로만 남아있는 느낌이란다. 그래도 병원선교보다 나음은 병원 환자는 몇 일 지나면 다 퇴원 하지만 병사들은 제법 오랜 세월을 함께할 수 있어 좋다고 하신다. 엄마같은 여자 목사님이 삭막한 군대에서 함께해 줄 수 있다는 게 아마도 그들에게 있어선 많은 위안이 되리라는 생각을 하게된다.
 
아버님의 뜻을 따라 새벽예배 후에 시편5장과 잠언1장을 날짜에 맞추어 날마다 읽는다. 읽은 말씀 중 은혜되는 말씀을 핸드폰을 통해 문자로 나누는 재미가 솔솔 있다. 얼마 전 주일아침 제법 쌀쌀한 날씨였다. 날아온 문자가 내 마음을 울렸다.

지금 부대 들어가고 있습니다. 날마다 보내주시는 생명의 말씀 감사합니다. 언제 부터인가 아침이면 이스라엘백성들이 만나를 먹듯 말씀을 기다리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좋은 습관인지. 예배 승리하세요. 나는 따뜻한 방에서 또한 서울에서 평안히 목회하는데 길 목사님을 생각하니 마음이 찡하고 퍽이나 죄송스러웠다.

지난 12월초에는 25일 주일에 위문 좀 와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거절할 수 없는 관계지만 당회를 하기로 되어 있어 겨울지나 봄에 가기로 약속 하였다. 목사님 말씀에 남자목사님들은 위문 교섭도 잘하여 성탄절에 위문을 오는데 나는 여자다보니 그런 것이 어려워 병사들 보기에 미안하다고 하였다.

약속은 지켜야 하기에 4월 23일 저녁은 연천부대교회에서 위문예배를 드리려 준비하고 있다. 축구선교단과의 친선축구와 개그플러스공연 워십 및 찬양과 말씀으로 준비하다보니 벌써부터 마음이 흥분된다. 특별히 사순절에 행해지는 금식헌금은 병사들에게 간식을 사주려 한다. 평소 좋은 일을 못하고 살았는데 모처럼 좋은 일을 하는 듯 싶어 마음이 기쁘다.

오주님! 길 목사님과 군선교에 앞장서는 모든 이들에게 은혜를 베프시옵소서! 선을 행하다가 낙심하지 않게 하옵소서. 가라, 아니면 보내라 하였으니 서로 협력하여 주님뜻을 이루게 하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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