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엽과 새싹
눈엽과 새싹
  • 신형환 이사장 (성숙한 사회연구소/ 경영학 박사)
  • 승인 2021.10.18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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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환의 단상(斷想)
신형환 박사
신형환 박사

눈엽(嫩葉)은 ‘새로 나온 연한 잎’을 뜻한다. 새싹은 ‘새로 돋아나는 싹’을 의미한다. 또한 사물의 근원이 될 수 있는 새로운 시초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사용된다.

9월 4일 줌을 이용하여 성숙한 사회연구소 모임을 진행하면서 시조시인 이석규 명예교수님을 초빙강사로 모셔 15분 정도 그의 저서 『20세기에서 온 편지』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이 때에 처음으로 눈엽이란 단어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눈엽’ 시의 전문은 아래와 같다.

동상(凍傷) 앓는
아이들은
겨울 강을 건넜을까

아직도 못 미더워
황사바람이 자욱한데

상처로
진주를 빚는
저 어린 몸짓들

세계전통시인협회 회장 유성규는 눈엽을 이렇게 해석하고 있다. “이 시 끝부분인 ‘저 어린 몸짓들’은 누구일까? 눈엽(嫩葉)이다. ‘엽(葉)’은 어리고 연약하다는 말이다. 이 여린 잎새를 철저히 의인화시켜 상처로 진주를 빚는다는 대목은 놀라운 수사력이다. 그 어린 몸짓의 인고(忍苦)가 대견할 뿐이다. 여기서 눈엽은 인생고(人生苦)를 상징할 것이다. 힘없고 가난한 자들이 이 혹독한 겨울을 견뎌내지 못하면 죽을 수밖에 없는데, 용케도 아품을 보람으로 바꿔내는 몸짓이 대견하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중국을 의식한 글 같기도 하다.”

이석규 교수는 스스로 이렇게 시를 해석하고 설명해 주었다. 동상을 앓는 아이는 <동상을 앓는 아이들은 동상을 앓는 상태로 겨울 강을 건너고 황사바람을 견뎌내며 진주처럼 소중한 생명을 싹틔우고 있는 모습을 그리고 있지만, 동상 앓는 아이들을 역사적으로 일제 식민지와 6.25, 4.19, 5.16, 5.18 등을 겪으며 상처입은 우리민족을 상징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모진 상황에서 상처를 진주로 바꿔가는, 연약해 보이지만 순결하고 용기 있는 겨레의 모습을 비유적으로 형상화한 것이라고...> 저자로부터 설명과 해설을 듣고보니 우리의 역사가 얼마나 인고의 시간이 많았는가를 돌아볼 수 있었다. 집에 고무나무 화분에서 새롭게 나오는 연한 잎을 바라보며 이석규 교수님의 ‘눈엽’을 읊조리며 의미를 되새겨 보았다.

개인적으로 극심한 우울증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꾸준한 운동과 텃밭 가꾸기의 역할이 정말 크게 작용했다. 텃밭 가꾸기를 하면서 성경의 비유를 체험적으로 느끼며 즐거웠다. 만사가 때가 있다는 것을 씨앗을 파종하면서 깨달게 되었다. 욕심으로 씨앗을 조금 일찍 파종하면 씨앗이 잘 발아되지 않았다. 또한 때가 훨씬 지나서 파종을 하면 떡잎만 나오다가 말라서 죽는 것을 보았다. 파종시기에 파종한 씨앗에서 싹이 터서 새싹으로 자랄 때가 가장 보기에 좋았다. 연한 녹색의 새싹을 보면 생명의 신비함과 역동성을 느낄 수 있다.

상추 씨앗 1,500원에 구입하여 텃밭에 뿌리면 엄청나게 수확을 많이 할 수 있다. 오이와 방울토마토, 가지와 고추 모종을 심으면 30배, 60배, 100배의 결실을 맺는 것을 체험하였다. 호박 1개를 심으면 10~20개 이상 수확할 수 있다. 들깨를 파종하여 새싹을 보며 며칠이 지나면 줄기가 굵어지고 잎이 자라기 시작한다. 3주 정도 지나서 깻잎을 따서 쌈을 사서 먹거나 깻잎 김치를 담으면 정말 맛이 있다. 연녹색의 눈엽과 새싹처럼 우리의 마음도 순수하고 깨끗하며 진실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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