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인생살이
6개월 인생살이
  • 전태규 목사
  • 승인 2021.10.19 17: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태규 목사(서광교회)
전태규 목사(서광교회)

불교에서는 인생을 생로병사라고 말한다. 인생은 태어나고 살면서 늙어가고 병들어 죽는다.  그 말이 옳은 것 같기도 하다. 과부가 되어보면 과부 심정을 알 수 있듯이 선각자들의 깨달음은 많은 교훈을 준다.

나의 아버지는 건강하셨는데 회갑을 지난 후에 심장 판막에 이상이 왔다. 그로 인해 판막 넷 중 둘을 갈고 그 후에는 한 달에 한 번씩 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며 살아왔다. 보통 인공판막은 10년을 보는데 12년을 살다가 하늘나라에 가셨다. 우리 5남매는 매달 부모님을 맞고 또한 다음날은 병원에 모시고 다녀오는 일로 퍽 바쁜 나날을 보냈다. 그 와중에도 매달 병원에 다녀올 때마다 나도 건강검진을 좀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버지가 아는 직원을 통해 정기적으로 진료를 받게 되었다.

나는 살아오는 동안 두 번 병원에 입원하였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디프테리아를 앓아 병원에 찾아갔을 때 의사가 “생명이 위독합니다”라는 말을 하였다. 그곳에서는 치료의 길이 없어 다른 병원에 갔다. 처음 병원에 도착하니 간호사들이 나와 한 번에 두 곳에다 주사를 놓았다. 그때 주사 맞은 흉터가 지금도 남아있다. 그 후로 나는 주사 맞는 것이 싫다. 내가 입원한 병실에서 나처럼 디프테리아를 앓던 환자가 죽어 나갔다. 그러나 치료의 하나님은 수술 하루 전 나를 극적으로 구원해주셨고, 나는 2주 만에 퇴원하는 기적을 경험하였다. 내 편에서는 기적, 하나님 편에서는 다 섭리였다고 믿는다.

그런 배후에는 아버지의 신비의 기도가 있었다. 당시 나의 주치의는 윤영옥선생님이었다. 그가 회진을 올 때마다 아버지가 기도하고 계시는 모습을 보면서 “이렇게 자식을 위해 기도를 많이 하는 분은 처음 보았다.”면서 나를 지극 정성으로 돌보아 주셨다. 나는 퇴원 후에 병상 일기를 적었는데 지금까지 내 머리에 선명이 남아있다.

‘병중에 좋은 병이 있을까마는 내 병은 왜 이렇게 아프기만 할까! 나만이 살며시 알고 싶지만 참을 수 없었기에 폭로하는구나!’ 그래도 마지막 부분에는 이렇게 적었다. ‘하나님 아버지 감사합니다. 부족한 종에게 병을 주시어서 몸 아픈 동안에 깨닫게 해주시고 옛 마음 고쳐 주의종 삼으시니 감사합니다.’

그 후에 성장하여 고등학교 3학년 대학진학을 준비할 때 코에서 냄새가 나고 머리가 아파 지방 병원을 거쳐 서울의 한 이비인후과에서 축농증 판정을 받고 인천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이병은 생사와는 상관없지만 그래도 나는 일생에 두 번 입원하였으니 이 정도면 건강의 복은 받은 것이다. 

나는 동네 치과를 정해놓고 다닌다. 의사의 말이 재미있다. 갈 때마다 이런저런 소리를 많이 듣는 편이라 내 치아 상태를 물어보았다. 의사의 말이 “나이에 비해서는 좋은 편”이란다. 나는 이 말이 아리송하여 가까운 분들에게 물어보았다. 그들은 완벽하진 않아도 좋다는 뜻이라고 말한다. 이것을 묻는 내가 더 우습다.

나이는 먹고 세월이 지나니 건강에 대한 자신감이 점점 떨어진다. 1년에 한 번씩 국민건강공단에서 받는 검진을 몇 년간 성실히 받아왔다. 받고 돌아와 잊을만하면 우편으로 검진표가 도착한다. 그때마다 기도하고 봉투를 연다. 그때 “정상입니다.” 라는 말이 어찌나 기쁜지 경험해 본 사람은 안다. 지난 후 생각하면 시간도 물질도 제법 들어갔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갔으나 안 갔으나 별 차이는 없다.

지난달에는 복부 CT 촬영을 하고 결과를 보려고 병원에 도착했다. 순번을 기다리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 내 속에서는 찬양을 드리고 있다. 이 찬양이 무슨 찬양이지 핸드폰을 통해 찾아보니 “날마다 숨 쉬는 순간마다” 정말 이렇게 처절하게 찬양을 드린 적이 예전엔 없다.
           
날마다 숨 쉬는 순간마다 내 앞에 어려운 일 보네. 주님 앞에 이 몸을 맡 길 때 슬픔 없네 두려움 없네. 주님의 그 자비로운 손길 항상 좋은 것 주시도다. 사랑스레 아픔과 기쁨을 수고와 평화와 안식을.

내 번호순서를 따라 들어갔다. 긴장되는 순간이다. 그래도 믿음은 있어서 미리 걱정하지는 말자고 스스로 다짐을 했다. 의사 선생님의 말 한마디에 환자는 죽기도 하고 살기도 한다. 의사는 나의 병이 깨끗해졌단다. 그런데 아직 수치가 높은 이유는 체중이라면서 “다음 6개월 후에 올 때는 꼭 체중을 줄여서 오세요.”라고 한다. 나는 “줄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의사가 차트를 보더니 “지난번하고 똑같다.” 하여 아무 말도 못하고 나왔다. 나는 순간 그 장면이 앞으로 천국 갔을 때 우리가 하나님 앞에서의 모습 같았다. 아무것도 감추지 못한다. 그분의 권위 앞에서는 죄인 된 나의 모습은 너무나 초라하고 무기력하다. 돌아오는 내내 ‘아 나는 6개월 인생살이구나!’ 하는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종로구 김상옥로 17(연지동) 대호빌딩 신관 201-2호
  • 대표전화 : 02-3673-0123
  • 팩스 : 02-3673-0125
  • 청소년보호책임자 : 임종권
  • 명칭 : 크리스챤월드리뷰
  • 제호 : 크리스챤월드리뷰
  • 등록번호 : 서울 아 04832
  • 등록일 : 2017-11-11
  • 발행일 : 2017-05-01
  • 발행인 : 임종권
  • 편집인 : 임종권
  • 크리스챤월드리뷰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크리스챤월드리뷰.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