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져가는 등불 나의 어머니
꺼져가는 등불 나의 어머니
  • 전태규 목사
  • 승인 2021.10.22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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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규 목사
전태규 목사

얼마 전 70년대 중반 강원도 양구 21사에서 군종활동을 함께한 이진영목사로부터 ‘부부’ 라는 시 한편이 도착 되었다. 나는 이 시를 읽고 또 읽었다. 너무나 공감이 갔기 때문이다. 내용 중에 서론만 소개한다.

둘이면서 우리는 하나랍니다. 남남으로 만났지만 우리는 하나랍니다. 몸도 마음도 주고받으면서 하나랍니다. 성장환경도, 성격도, 기질도, 취향도, 차이가 있으면서도  우리는 하나랍니다.
읽어 갈수록 깊이가 있고 은혜가 되는 시였다.

가정의 달 5월이 지나갔고 수련의 날 8월도 저물어가는 이 시점에서 내가 새삼 어머니의 글을 쓰는 것은 나에게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주일예배를 마치고 3층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는데 마침 우리교회 집사로 있는 장조카 부부와 함께 앉아 식사하였다. 평소 어머니는 내 옆에서 식사를 하고 싶으신 눈치지만 다른 성도들을 의식해 멀리서 식사를 하시곤 하였다. 그런데 이날은 우리 옆으로 오시더니 말씀을 하신다. 나는 요즘 내가 생각해봐도 믿음이 들어가는 것을 느끼고 사신다며 평소에 걸어 다니면서도 하는 기도가 있는데 어느 날 보니 찬송가에도 이런 가사가 있더라며 한번 들어 보겠느냐고 하시더니 서서 암송으로 찬송을 부르시는 것이다.

이 찬송은 424장 ‘아버지여 나의 맘을’ 이라는 찬송인데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은혜가 되었다.더욱이 90을 넘긴 연세를 가지셨는데 안보고 4절까지 암송하심은 더욱 은혜와 도전이 되었다.아버지여 나의 맘을 맡아 주관 하시고 완악하고 교만한 것 변케 하여 주소서. 온유하고 겸손 하여 화평하게 하시고 망령되고 악한 일을  물리치게 하소서. 아버지의 은총 속에 나를 보호하시고 주의 사랑 줄이 되어 나를 매어 주소서. 구세주의 흘린 피로 죄를 씻어 주시고 성령이여 하늘 길로 나를 인도 하소서 아멘

이렇게 찬송을 부르시더니 나는 마지막을 하나님이 잘 지켜 주실 줄 믿는다며 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없다고 하셨다. 그날 주일오후 예배 때 나는 오00 원로사모님 나오셔서 특별찬양을 하시라고 하였다. 어머니는 준비된 듯 나오셔서 정성을 다해 찬송을 드리셨다. 나의 아내도 진실하게 하셔서 은혜를 받았다고 하였다. 언제 어디서고 진실만은 통하는 것 같다. 오늘 아침 신문에도 만델라의 위독을 전하면서  남아공 국민들 ‘영웅과의 이별’ 준비,  딸 “평화롭게 떠날 수 있기를 기도...” 라는 문구를 보며 죽음을 준비하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다워 보였다. 최근 나의 아내는 잠시 아들이 있는 선교지에 갔다. 나가 있는 동안 나는 틈틈이 어머님이 해주시는 음식을 자주 가서 먹는다. 식사 후 어머니는 나에게 봉투를 주셨다. 봉투 앞면에는 이런 글이 쓰여 있다.

유명한 부흥목사 되기를 바라며 나의 생명보다 소중한 둘째 아들 사랑하는 전태규 목사에게 어머니가 용돈 줌  봉투 속에는 일금 백만원이 들어 있다. 그동안 나는 돌아가신 뒤 후회가 남지 않게 하려고 어려운 중에도 틈틈이 어머니께 용돈을 드려왔다. 그런데 요즘 제대로 못 드리는 걸 보고 대신 어머님이 용돈을 준비하신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얼마 전에는 급히 나를 부르신다. 맘이 덜컥하여 찾아가니 내가 갑자기 몸에 통증이 심하게 오는걸 보니 준비해야 될 때가 된 것 같다며 한번 만 넣으면 타는 적금통장을 보여주며 비밀장소까지 알려주시면서 내가 세상 떠나면 갖다 쓰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어머니 소원은 내게 아무도 모르게 비자금을 준비하라고 하신다. 그래야 노후에 고생 안 한다는 말씀을 거듭 거듭 하시는데 마음이 찡하였다.

지금 보면 나는 세상은행이 아닌 어머니 품안의 은행에 적금을 들고 살아온 것이다. 그동안도 여러 차례 내가 어려움 있을 고비마다 어머니는 내게 예비한 사랑의 짬지 돈을 내게주어 기적을 일으키는 원동력이 되었다. 어머니의 한 달 지출 중 가장 많은 것이 병원비와 약값이란다. 시간이 갈수록 꺼져가는 어머니를 바라보는 나의 마음도 예전 같지가 않다. 오늘 하루하루를 하나님이 주시는 힘과 은혜로 살아가고 있다. 오늘 우리시대는 과거 보다는 많이 장수하는 시대다. 나는 오늘도 어머니가 하나님께 이 축복을 받고 오래 사시길 기도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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