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감독보다 전도사가 낫지요
원로감독보다 전도사가 낫지요
  • 전태규 목사(서광교회)
  • 승인 2021.12.01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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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규 목사.
전태규 목사.

나는 평생을 교회 옆에만 살다가 목회 종점 앞에서 지금은 부득이 교회와 떨어져 살고 있다. 차로는 13분 거리인데 신호등은 20여 곳을 통과하니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가끔은 성격 급한 아내와 티격태격 할 때도 있다. 나는 대형면허 소지자이고 아내는 소형 보통면허를 소지하였는데 세월이 지난 후 1종 보통으로 바꾸었다. 그래도 잔소리는 늘 내가 듣는 편이다.

나는 오고 가는 길에 극동방송을 즐겨 듣는다. 어느 날 많이 낮익은 음성이 들린다. 자세히 들어보니 신학교 동창 박용완목사다. 원로지만 음성이 쩌렁쩌렁하고 거침없이 문제들을 상담해주고 기도해주곤 하였다. 나는 은근히 자랑스러웠다. 오래전에 개그작가 전영호권사로부터 들었다. “본인은 협성대학을 다니면서 방송에 박 목사와 함께 진행하는 프로가 있는데 시청자가 무엇을 물어봐도 박 목사님은 막힘없이 대답함을 보면서 자신도 그가 나온 대학을 다니는 것에 무척 긍지를 갖는다.”고 하였다.

집에 돌아와 나는 그에게 오늘 방송을 들었는데 아주 잘 하더라며 격려 문자를 보내었다. 며칠 뒤에 박 목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문자 받고 답장을 못했다면서 내일 시간이 있느냐고 묻는다.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 내일 12시에 프라자호텔 2층 뷔페식당으로 나오라는 것이다. 내일 방송국 가는 날인데 4명 예약을 했다면서 김종건 목사가 매달 초하루에 문자를 보내주는데 같이 식사나 하고 싶다고 하였다. 한사람 더 데리고 오라 하여 나는 아내를 먼저 천국 보내고 마음이 힘들 것 같은 정승희 감독을 나오라고 하였다.

갑작스레 마련된 모임이지만 모처럼 동기들이 모이니 너무나 편하게 대화를 나누었다. 알고 보니 박 목사의 막내아들이 이 호텔에 총지배인으로 근무한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까지 이곳과 계열사인 6.3 뷔페에서 여러 명은 대접했다고 하였다. 우리 하나님은 좋으신 분이다. 곳곳에 주의 자녀들을 숨겨 두시고 이런 대접을 받게 하시니 말이다.

오늘의 모임 주제는 자연히 은퇴 후에 이야기였다. 누가 말하길 나이 60세가 되면 그때부터는 은퇴 이야기만 들린다고 하였다. 지금 보니 그 말이 꼭 맞는다는 생각이다. 은퇴를 하면 제일 힘든 것이 목회자의 영성 문제라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 코로나로 교회 못 가게 될 때는 예배 시간에 부부만이라도 꼭 예배를 드린다고 한다.

정 감독도 후임자와 일주일에 두 번은 새벽기도회를 인도하기로 약속하였단다. 나는 그날 깨달은 바가 크다. 요즘 나는 일주일 10번 드리는 공식예배 중 8번을 드린다. 2번은 가정예배로 대치하면서도 정작 나는 제대로 드리지 못할 때가 많았다. 그리고 새벽기도회도 안 하다 하려니 늦게 자지, 교회 거리는 멀지, 조금은 힘들다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오늘 이 말을 듣고는 힘이 솟아나는 것을 느낀다. 오늘 그 자리에 나간 것이 다 하나님의 은혜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또한 은퇴 후에도 할 일을 만들라고 한다. 이 말은 그동안 많이 들었다. 박 목사는 서울과 대전 방송국에 나가 복음을 전하고 이곳저곳 초청도 받아 아직 까지는 바쁘게 산다고 하면서 원로감독보다 전도사가 낫다고 하였다. 나는 순간 이게 무슨 말인가 했다. 그는 말한다. “전도사는 일이 있잖아!” 또한 건강 잘 챙기고 본향은 하늘나라지만 이 세상에 사는 동안은 내가 살집과 기본적인 경제력은 저축하라면서 본인은 지금도 현직에 있는 후배들에게 대접해주지, 얻어먹지 않는다고 하였다.

나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박 목사는 목회의 복을 많이 받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모든 면에 생각이 바르다는 것을 느꼈다. 이런 원로들이 지방 안에 있으면 교회나 지방에 어려운 일 생길 때 조언을 받으면 잘 풀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내게 남은 목회 기간은 3년이다. 이 짧은 기간에 내가 얼마나 소화해 낼까! 좀 더 일찍 깨닫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늦었다고 할 때가 기회라고 했으니 지금부터라도 더욱 노력할 것을 다짐하였다.

끝날 무렵 종업원이 선물을 가져왔다. 불경기에 대접도 받고 선물까지 받으니 왠지 기분이 좋다. 그런데 선물은 고급 와인이다. 내 평생 두 번 받아보는 일이다. 과거 일본사람 결혼주례를 섰는데 한국 나오면서 인사차 왔는데 고급 와인을 가져왔다. 내심 일본은 전자제품이 유명하니 소니 전자제품을 가져오길 기대했는데 좋다가 말았다. 선물이라 집에는 가져 왔지만 목사가 와 인을 마실 수도 없고 그림의 떡이다. 돌아와 친구 고0일 감독에게 자랑하며 이 소식을 전하였다. 그는 내게 답을 보내왔다. “ㅎㅎㅎ 내가 마실까???” 나는 답을 다시 보냈다. “수준 높은 분이 설마 이걸 드실까?” 이렇게 재미있는 하루를 보내었다. 돌아오는 길 박 목사께서 내가 사는 문래동에 태워다 주고는 서둘러 서해안을 통해 당진으로 내려갔다.

하나님, 오늘은 하나님께서 박 목사님을 내게 천사로 보내주셨습니다. 그를 축복하시고 나 또한 꼭 필요한 사람으로 이 세상에 빛과 소금 되어 빛을 발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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