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제 인생의 전부이며 삶 그 자체입니다"
"시는 제 인생의 전부이며 삶 그 자체입니다"
  • cwmonitor
  • 승인 2001.03.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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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이 차 몇시에 출발해요? 제가 시간을 잘못 알았나봐요" "어서 와. 오늘은 시간이 늦었어. 지각하겠네."

매일 오전 8시 잠실에서 아침 일찍 나와 추위에 떨고 있을 학생들을 생각하며 차안을 따뜻하게 하고 기다리는 이가 있다. 나사렛대학교 학교버스 기사 임현택씨(53).

3년째 학교버스를 운전하면서 아이들을 만나는 임씨는 지난 99년 5월 고향과 어머니를 노래한 서정시집 "푸른 시간 속에서"에 이어 "촌부와 장마"라는 제목으로 74편의 시를 모아 두번째 시집을 펴냈다.

"어젯밤 하눌님은 또/무슨 걱정으로 지새었길래/아침 내내 햇살 한 줌 주지 않고/늦잠이신가 하였더니/입성줄여 푼푼이 모아다가/늙은 애비 스레트 지붕 이어 놨는데/천둥이 올라가 널을 뛰고/번개가 불을 싸 지른다…."("촌부와 장마" 중에서)

임씨는 "촌부와 장마" "대지의 신비" "한이 만나던 날" "나사렛대학교"의 4부로 나눠 엮은 이번 시집에서 "귀소 본능의 향토적 서정"을 노래하고 있다. 시 제목에서 풍겨나오듯 일상생활에서 느꼈던 점이나 어렵고 힘든 사람들의 삶을 얘기하고 있다. 제목 또한 작년 여름 태풍 때 연천지역 어느 할아버지 댁에 머물면서 생각해 낸 것이다.

임씨는 서울에서 천안을 오가며 버스 안에서 보여지는 환경의 계절변화들, 일상에서 나오는 응용 등 기사 대기실에서 초고를 쓰고 퇴근해서 탈고를 한다. 또 방학이 되면 전국 방방곡곡 여행을 다니면서 다양한 소재와 시상을 얻는다.

"시는 제 삶이자 역사입니다. 외로울 땐 애인으로, 힘들 땐 가족과 같이, 즐거울 땐 친구처럼 함께 했습니다."

초등학교 졸업이 최종학력이 전부인 임씨의 삶은 그리 순탄하지 않았다.

초등학교를 졸업할 즈음 7남매의 맏이였던 임씨는 위암 말기 진단을 받은 아버지 대신 어머니를 도와 집안일을 해야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수술비로 전재산이 탕진되고 형편이 어렵게 되자 서울로 올라왔다. 그 뒤 임씨는 운전면허를 취득해 버스운전, 트레일러 등을 운전하면서 해외건설 현장에서 2년반 동안 근무하기도 했다.

임씨는 힘든 생활에도 시에 대한 열정은 변함 없었다. 셋째 동생의 행방불명, 넷째 동생의 갑작스런 죽음, 어려웠던 가정형편, "광주"라는 역사적 경험 등을 통해 그의 시세계는 한층 더 성숙해졌다.

"그의 시세계는 자연의 아름다움, 소시민들의 삶에 대한 애정, 역사의 아픔, 학교와 아이들에 대한 따뜻한 배려가 묻어 나온다."

전문가들의 임씨의 시에 대한 한결같은 평가이다.

임씨는 다른 시인들과 마찬가지로 하루종일 매달려도 탈고를 다 하지 못했을 때 마음이 무겁다. 그리고 6개월마다 직장을 그만두고 불안정한 경제생활을 지내야 했던 습관 때문에 아직도 미싱일로 집안살림을 돕고 있는 아내에게 더욱 미안하다.

임씨는 김소월, 서정주 시인의 시와 삶을 사랑한다. 특히 서정주 시인은 같은 고향이자 어렸을 적부터 존경하여 만나기를 소원했으나 한번도 만날 수가 없었다.

책을 좋아해서 시는 물론 소설책 등 모든 종류의 책을 읽는 임씨는 최근 학교도서관에서 전통문학고서 읽는 재미에 빠졌다. 임씨는 앞으로 자연과 사람과 세상을 사랑하는 따뜻함을 시에 담아 내겠다고 한다.

한편 1997년 시 "가뭄"으로 창조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해 현재 창조문학가협회 회원으로 활동중인 임씨는 국어에 대한 사랑도 높다.

"최근 청년들이 국어를 사랑하는 마음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맞춤법, 띄어쓰기, 속어 등 마구 사용합니다. 앞으로 우리말이 어떻게 변형될지 걱정됩니다. 국어를 올바르게 사용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임씨는 오늘도 독서실이자 습작실인 버스 안에서 책을 읽기도 하고 시상을 떠올리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면서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

"운전기사라는 직업은 어찌보면 단조롭고 틀에 박힌 일상이지만 늘 새롭고 활기찬 하루하루를 맞이할 수 있습니다. 일상생활 모두가 시의 소재가 될 수 있습니다. 저는 시를 쓰는 시간이 가장 행복합니다."

정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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