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이 넘어가신 답니다”
“숨이 넘어가신 답니다”
  • 전태규 목사 (31대 감리교부흥단장, 서광교회)
  • 승인 2022.05.24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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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규 목사.
전태규 목사.

얼마 전 주일 낮 예배를 드리는데 광고 시간에 쪽지가 올라왔다. ‘권사님 남편 위독 (숨이 넘어가신 답니다). 응급차가 병원으로 모셔 갔다함’ 이렇게 적혀 있었다. 그러면서 보니 권사님과 그의 막내딸이 근심 어린 얼굴로 예배를 드리고 있었다. 나는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해주었다. 예배를 마친 후 이야기를 들으니, 예배 시간 직전에 남편이 위독하여 급히 응급차로 병원에 갔단다. 상황은 가 봐야 안다면서, 남편이 평안속에 있도록 기도해 달라고 하였다. 

나는 목사로써 큰 보람을 느꼈다. 그 상황에선 의지할 곳은 아무 곳도 없다. 그럴 때는 누구의 말보다 목사의 한 마디가 큰 위로가 된다. 잠시 뒤에 소식이 왔다. 권사님 가족이 병원에 도착한 순간 남편이 숨을 거두었다고 한다. 그 긴박한 상황에서도 하나님께 예배를 드리고 병원으로 달려간 권사님과 딸의 믿음이 교훈을 준다.

그즈음에 박상혁 감독님께서 ‘살 만하니 떠나는 게 인생이다’ 라는 글을 보내주셨다.

“사람이 태어날 때는 순서가 있지만 세상 떠날 때는 가는 순서가 없습니다. 5분 후를 모르는 것이 인생입니다. 천 년 만 년 살 것처럼 발버둥치며 살다, 예고도 없이 부르면 모든 것을 다 두고 갈 준비도 못하고 가야만 합니다. 세수도 본인 손으로 못하고 가야만 합니다, 떠나갈 옷도 손수 입지 못하고 남이 씻겨 주고 옷도 입혀 줍니다. 부와 권력과 명예를 가진 자나 아무것도 없어 구걸해 먹고 사는 자나, 갈 때는 똑같이 준비 못하고 빈손으로 떠나야 합니다. 천 년 만 년을 살 것같이 ‘오늘 못한 것은 내일 해야지. 내일 못하면 다음에 하면 되지. 기회는 무한하다‘고 생각 합니다. 지금까지 바빠서 부모와 자식의 도리와 인간의 도리를 못했으니 앞으로는 해야겠다고 다짐하고, 앞만 보고 열심히 살다 보니 삶을 즐기지 못해 이제 친구들과 어울려 즐기고 가보지 못한 곳 여행도 하면서 즐겁게 살려는데, 어느 날 갑자기 예기치 못하게 떠나야 할 때가 오면 갈수 밖에 없어서 ‘이제 살 만하니 떠난다’고 아쉬워하는 것이 인생사입니다 내일은 기약이 없으니 오늘이 내 생의 마지막 날이라 생각하고 지금껏 하지 못한 일들을 하여, 내일 떠나더라도 후회 없는 삶을 살아갑시다. 과거는 지나 버렸고 미래는 기약이 없으니 오직 존재하는 것은 현재입니다” 

이 글 중에 ‘5분후를 모르는 것이 인생’이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최근 고 신현균 목사님 별세 10주년을 기념하는 모임을 가졌다. 동창인 배진구 목사에게서 문자가 왔다. 친구 이원호 목사가 교단 부총회장 입후보하여 도우러 목포에 내려와 있어, 모임에 못 간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모든 것은 결의된 대로 따르겠다고 전해 달라면서, 친구 좋다는 것이 뭐냐고 하였다. 배 목사는 자기일 보다 남의 일에 더 열심이다. 그리고 급할 때는 친구인 나를 자주 찾는다. 그 일 후 모 교계 일간지에 이원호 목사의 사진이 보여 관심을 갖고 보았다. 나는 분명 입후보했다는 보도인 줄 알았다. 그러나 보는 순간 너무나 허망하였다. 벌써 저세상 사람이 된 것이다. 원주 인근 중앙고속도로에서 사고를 당했다는 것이다. 선거운동으로 피곤한 가운데 졸음 운전을 하다가 사고를 당한 것 같아 만감이 교차한다. 나이나 목회경력이 나와 비슷한데, 벌써 부름받음을 보면서 새삼 내가 아직 살아있음에 감사했다.  

조금 전 이 모 집사로부터 소식이 왔다. “친정 엄마가 건강이 안 좋은 듯해서 내일 저희 집에 오십니다. 애 없는 저희 가정이 제일 만만한지 저만 찾으시네요” 나는 위의 일이 생각나 문자를 보냈다. “살아 계실 때 최선을 다해 드리세요. 그 길 밖에 뭐 있겠어요. 모든 가정이 다 그럴 거예요”라고 보냈다.

나는 이 순간에도 “숨이 넘어가신 답니다” 라는 말이 뇌리에서 사라지질 않는다. 더 늦기 전에 해야 할 일 하고 가야 하리라. 며칠만 지나면 세상에 빠져 나는 다 잊고 살아갈 것이 뻔하다. 그러나 오늘 무슨 철학자나 된 듯이 인생을 고민하며 깊은 고뇌에 빠져든다. 인간이 어찌 하나님의 뜻을 다 헤아릴 수가 있겠는가. 이제 고인이 된 이 목사에게 수고의 상급을 내려주시고, 부름 직전까지 다윗과 요나단의 우정을 보여준 배 목사에게 그의 몫까지 감당할 은혜와 능력을 베풀어 주실 것을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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