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기는 뭐가 좋아”
“좋기는 뭐가 좋아”
  • 전태규 목사 (감리교 31대부흥단장, 서광교회)
  • 승인 2022.08.09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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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규 목사.
전태규 목사.

내가 부흥단장을 할 때다. 선배 목사님 내외분과 강원도 동해를 갔다. 그곳에서 목회하는 목사님과 사모님께서 우리를 기쁨으로 맞아주셨다. 저녁식사 전에 바닷가를 잠시 걸었다. 서울에서 찾아간 선배목사님 사모님께서 걸으면서 한마디 하신다. “이런 곳에 사는 사람은 좋겠다”. 뒤에 따라간 그곳 사모님께서 그 말을 듣고는 혼자말로 뭐라 하신다. “좋기는 뭐가 좋아! 서울에서 처음 왔으니 그렇지 이곳 사는 사람은 늘 바다만 바라보고 사는데” 라고 말하는데 우리부부는 그 말이 오래토록 웃음으로 남아있다. 목사님 사모님은 평소에 말수가 적은 분들이라 더욱 그 말이 우스웠다. 나는 그날부터 말조심하며 살기로 다짐하였다.

내가 목회학 박사학위 공부 할 때의 일이다. 우리교단 선교의 선구자이신 목사님께서 나이 차이가 많은 젊은 아내를 맞아 늦게 재혼을 하였다. 복은 복이라 여겨진다. 누구나 자신보다 젊고 예쁜 아내를 맞고 싶은 마음은 다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목사님에게 젊은 아내를 맞아서 좋겠다고 말하더란다. 그런 말을 들을 때면 그는 속으로 웃으면서 한마디 한단다. “너나 재혼 해봐라, 그게 그렇게 좋은가! 명절 때 처갓집이 둘이면 얼마나 어려움이 많은 줄 알기는 아는가 말이다”

수험생들이 시험 보고 났을 때, 또한 군인들이 휴가 나왔을 때 내가 어떤 말을 해야 그가 좋아 할지 늘 신경을 쓰게 된다. 나의 아버지는 농촌에서 목회를 하셨고 나는 서울에서 목회를 하고 있다. 또한 두 아들들은 선교사로 동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에 나가있다. 하나님은 그곳에서 쌍둥이 손자까지 선물을 주셔서 6대2가 된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우리부부는 항상 선교지에 마음이 가있다. 내가 속한 모임에서는 두세 번은 선교집회나 수련회라는 이름으로 그곳을 다녀왔다. 갈 때 마다 마음 편하게 간적이 없다. 짐은 부치고 또 무거운 손가방은 기내로 들고 들어간다. 우리가 못가고 다른 팀들이 갈 때는 공항에 나가 짐만 전하고 돌아온다. 다녀온 다음날부터 다음 또 갈 때까지는 방하나는 선교지 갈 물건들로 계속 쌓여만 간다.

지난해 여름은 유난히 무더웠다. 선교지 가져갈 짐을 저울에 달기위해 나는 들고 아내는 무게를 적는다. 때론 눈금이 일찍 사라져 다시 재야 할 때가 있다. 나는 평소 잘 참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도 짜증이 머리끝까지 난다. 그 많은 짐을 저울에 달려면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처음부터 짜증 안내기로 굳게 다짐 하면서 임한다. 그래도 짜증이 난다. 어느 날 아내가 안보는 틈을 타서 짐 박스를 발로 걷어찼다. 나는 아내가 아무 소리가 없기에 눈치를 못 챈 줄 알았다. 그런데 선교지가서는 아들에게 “너희 아버지가 짐을 저울에 다는데 힘들다고 짜증을 내더니 발로 짐을 찼다”고 망신스럽게 말한다. 

나이가 드니 어디 갈 때 짐이 좀 가벼웠으면 좋겠다. 나는 평생을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가는 것 같다. 그래서 키가 크다가 멈추었나 보다. 요즘 깨닫는 것은 여행갈 때 여행비 내고 따라만 가면 최고로 편한 여행 이라는 생각이다. 임원이나 특히 재정을 맡아 여행하면 여유로운 상황에는 몰라도 보통 무거운 짐이 아니다.

선교는 바늘과 실과 같다. 아들 선교사가 나간 후에 우리 부부는 늘 뒷바라지에 진땀이 흐른다. 아들이 선교사로 나간 지난 8년간은 다른 곳에 갈 기회를 모두 저금 했다가 아들 있는 곳에만 여러 번 다녀왔다. 교회서도 어디 가는 건 묻지 말라고 하였다. 가는 곳은 정해있기 때문이다. 우리 교인들이 좋기는 참 좋다. 자주 나가도 지금까지 한 번도 싫은 내색을 안 한다. 기도할 때 마다 훌륭한 부흥목사가 되라고 기도해준다. 나는 나가도 새로운 곳은 없다. 누구 말대로 ‘좋기는 뭐가 좋아’ 이다. 그러나 천 번을 가도 아이들을 보니 좋다. 

말레아시아 선교의 개척자이신 노종해 선교사가 34년 임기를 마치고 영구 귀국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는 그를 본적은 없지만 나의 아버지와 온양에서 함께 목회하신 것을 알기에 멀리서지만 친근함이 있었다. 누굴 통해 들은 적이 있다. 선교사 재임 중에 한국에 들어왔는데 기거할 곳이 없어 종로 YMCA 에서 명절에 쓸쓸하여 울었다고 한다.

지금 감리교회를 이끄는 감독님들이 모두에게 선망의 대상일 것이다. 그러나 그들조차도 막상 되고나면 만족함은 없을 것이다. 사명이기에 한다는 마음을 가질 때만이 행복할 것이다. 사모님이 던지신 한마디가 지금도 계속 생각난다. ‘좋기는 뭐가 좋아’, 아마도 영원한 고향집 천국에 들어가야 행복할 것이다. 나는 오늘도 고달픈 인생을 살아가는 모두에게 더욱 주의 평화를 기도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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